마감이란 무엇인가?
마감은 우주를 생성하는 에너지입니다. 또한 세계를 구성하는 입자이기도 합니다. 이 절대적 존재의 압박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마감생활자들에겐, 적어도 그렇습니다. 마감이 시작이고 마감이 끝입니다. 마감 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마감만이 최종의 확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마감이 사라진다면 모든 예술 역시 사라질지 모릅니다. 마감생활자들은 마감 없는 일상의 홀가분함에 잠깐 취했다가 서서히 굶어 죽어 갈지도 모릅니다. 마감을 해도 마감은 소멸하지 않습니다. 마감은 매번 새로운 얼굴로 영원히 회귀할 것이니..
드물게도 마감일을 여유롭게 남겨두고 일을 마무리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해요. 마감에 쫓기지 않는다고 해서 마감이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크게 보면 그들도 마감형 인간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유형의 마감형 인간은 그들이 아니죠. 마감일에 딱 맞춰 1분, 1초의 여유도 없이 혼신의 힘을 다해 마치 내일이 없을 것처럼 자신을 불태우는 사람들, 7월 7일까지라는 말을 7월 8일 해 뜨기 전까지라고 알아듣는 사람들, 그래서 새벽 4시 반에 메일을 보내놓고 어슴푸레한 창밖을 바라보며 가까스로 마감을 맞췄다고 스스로 대견해하는 사람들.. 이들이 바로 마감형 인간입니다. 그런데 차원을 달리하는 완성형 마감닝겐은 따로 있어요. 7월 7일까지 마감인 일을 7월 7일 23시 50분에 시작하는 사람들, 7월 8일 오후쯤에야 일을 마치고서는 이번에도 빵꾸는 안 났다며(본인은 아직 7월 7일 치 잠을 안 잤으니까, 마감 전?!) 대인배의 풍모를 보일 줄 아는 사람들이 진짜배기입니다.
[월간소묘: 레터]는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월요일 오후에 발송합니다. 오후라곤 해도 웬만하면 3시쯤 보내기 때문에 레터에 실릴 글의 마감은 실질적으로 일요일까지라고 할 수 있어요. 6월 12일에 발송된 지난달 첫 레터는 11일이 마감이었던 셈이죠. 그런데 마감을 눈앞에 두고 ‘소소한 산-책’의 원고를 2/3밖에 쓰지 못한 마감형 인간과 아직 ‘6월의 편지’를 시작하지도 않은 진짜배기 마감닝겐은 6월 9일과 10일에 걸쳐 저 멀리 순천에 다녀왔습니다. 마감보다 급한 일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마감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수도 있고.. 어쨌거나 순천을 잘 보고 왔습니다. 순천에 있는 동네책방 네 곳을 둘러봤어요. 동선을 짜다 보니 자연스럽게 도서관도 한 곳 들렀고요. 1박 2일 일정이라 순천의 유명한 관광지를 제대로 못 본 게 아쉽긴 하지만, 마감에 쫓기고 있었기 때문일까요? 충분히 즐겁고 충만한 여행이었습니다.
함께 순천으로 떠나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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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역에 도착하자마자 도보로 1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책방심다를 먼저 들렀습니다. 시내를 가로지르는 순천 동천의 뚝방 바로 너머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책방심다는 얼핏 가정집처럼 보이기도 하는 2층 건물(한때는 순천역의 철도노동자들이 장기 숙박을 하던 여인숙이었다고 해요)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2016년 2월에 순천역 앞 시장 골목에서 처음 책방을 열었는데 2019년에 지금 장소로 이전했습니다. 사진을 전공한 뒤 꾸준히 예술 관련 분야의 일을 해 오던 프리랜서 작가 두 분이 결혼 후, 부산과 서울에서 나고 자라셨다고 하네요, 순천에 정착하며 책방을 열었다고 합니다. 책방을 처음 열면서 일 년에 한 달은 여행을 떠나자고 해서 1주년 때 핀란드를 다녀오셨다고 하는데, 한 달간 친구들이 돌아가며 책방을 지켰고 그 이야기를 모여 <한 달 책방>이라는 책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책방심다는 ‘수상한 북클럽’, ‘독립출판 씨앗학교’와 같은 지역 활동뿐만 아니라 전국 독립출판축제인 순천아트북페어 ‘자란다’를 개최하는 등 왕성한 문화기획 역량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책방은 아담하면서도 단정한 공간이었습니다. (오래된 양옥 구조였으므로) 대문을 들어서자 작은 마당이 있었고 책방으로 들어가는 입구엔 역시나 작은 마루가 있었습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해서 친구 집에 초대받아 방문한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마루에 올라서면 폭이 좁은 복도가 있고 그 너머에 서점 공간이 있었습니다. 복도와 서점 공간엔 책장, 선반장, 벽장, 매대, 테이블 등이 맞춤한 듯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요. 그리 넓지 않은 면적이었음에도 내부 구성이 짜임새 있어서 책 구경, 쇼핑, 전시 관람의 기분을 다채롭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장이 밀집해 있는 서점 공간 여기저기엔 식물이 풍성하게 놓여 있어서 자칫 책들의 무게로 답답할 수도 있는 공기가 청량하게 느껴졌어요. 하얗게 칠해진 내부 벽면과 적갈색 빛이 감도는 짙은 원목 가구의 대비도 인상적이어서 어느 자리에서 보더라도 품위 있는 공간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 책방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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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0년 전 이야기가 되어버렸네요. MBC에서 방송된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에서 전국 각지에 ‘기적의 도서관’이라는 어린이 전용 도서관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그때 첫 번째가 바로 순천이었습니다.(‘책책책 책을 읽읍시다!’라는 코너였던 것 같아요. 주말 예능에서 책 읽는 걸 가지고 방송을 만들다니, 게다가 시청률도 높았다니! 아, 옛날이여..) 전국 1호라는 여운이 오래갔던 것일까요. 2014년에는 역시나 전국에서 최초로 그림책을 주제로 한 시립그림책도서관이 개관합니다. 순천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중앙도서관을 리모델링했다고 해요. 그리고 2020년에 다시 증축과 리모델링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됩니다.
도서관 내에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었습니다. 최초 개관 때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그림책을 소재로 진행되는 인형극장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또한 전국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시설이라고 하네요. 또 2층엔 전시실이 자리하고 있었고 프랑스의 메모출판사(éditions MEMO)’와의 협력으로 ‘그림책, 어제와 오늘의 예술’이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어요(10월 15일까지). 메모출판사에서 재출간한 20세기 초의 작품들을 보여주는 전시였는데, 고전적인 듯하면서도 한편으론 지금보다 더 실험적인 그림책들을 구경하느라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중앙 현관을 기준으로 우측엔 인형극장과 전시실이 있는 전시관이 좌측엔 자료관이 있었고, 자료관에는 지하부터 2층까지 다양한 자료와 편의 공간이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탁 트인 시야로 도서관 건물을 바라볼 수 있는 바깥의 너른 잔디밭 풍경도 좋았고요. 그림책을 좋아한다면,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은 멋진 도서관이었습니다.
﹅ 순천그림책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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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그림책도서관을 나와서 도그책방으로 향했습니다. 책방의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당연히 ‘도그=개’라고 생각했어요. 주인장이 개를 엄청 좋아하거나 개가 책방의 마스코트이거나. 그런데 책방 출입문에 ‘도서관 옆 그림책방’이라고 쓰여 있었어요. 아하, 도서관 옆이구나! 그렇네, 도서관 옆이네. 도서관 옆옆 건물이었습니다. 그렇다고 ‘도그’가 또 개와 전혀 무관한 건 아니었어요. 책방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반겨준 건 짱구란 이름의 댕댕이였습니다. 을매나 이쁘고 귀엽던지! 사장님 말처럼 쓰다듬어 주는 걸 무척이나 좋아했어요. 책방 바닥에 주저앉아서 짱구를 쓰다듬기 시작했는데 5분이 지나고 10분이 지나도 자리를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바닥에 누워서 본격적으로 쓰다듬 서비스를 즐기기 시작하시는데, 옆에서 지켜보시던 사장님이 ‘하루 종일 그러고 있을지도 몰라요’라고.. 만날 고양이하고만 스킨십을 하다가 댕댕이의 친밀감을 느끼니까 새롭고 좋더라고요. 책방이고 산-책이고 뭐고 짱구 보러 또 가고 싶어지네요.
2017년에 문을 연 도그책방은 벌써 6년이나 도서관 옆을 지키는 그림책 전문 책방이에요. 책방 내부는 비어 있는 벽이 한 뼘도 안 될 정도로, 책방 안쪽에 위치한 계산대 겸 작업대의 뒤쪽 벽까지, 책장과 선반에 책이 가득 놓여 있었습니다. 그림책뿐만 아니라 일반 단행본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는데요. 책 말고도 눈에 띄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입구 쪽에 동그란 모양의 그네형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거기 쏙 들어가 앉아 책을 읽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또 하나는 책방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거나 벽, 선반에 놓여 있는 각종 소품과 작품들이었어요. 도그책방을 찾은 그림책 작가님들이 남겨놓은 흔적들이 보였고 또 책방의 손님이나 커뮤니티의 일원들이 선물로 남기고 간 것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책방심다와 순천그림책도서관에 이어 역시나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했기에) 책을 구경하려면 자연스럽게 바닥에 앉아서 이것저것 뒤적일 수밖에 없었는데, 마치 영화에 나오는 신기하고 재미난 것들로 가득 찬 방에 놀러 간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도그책방의 공간이 조금 좁은 편이라 각종 강연이나 모임 등을 위해 도서관 바로 ‘앞’에 ‘그림책 정원에서’라는 갤러리 북카페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다음 장소로 이동하느라 그곳을 들르지는 못했는데요. 책방 인스타그램을 보니까 북카페 공간에서 찍은 사진이 더 많으시더라고요? 어라 거기가 메인이었나, 싶은 생각이 드네요. (인스타그램 사진으로 본) 북카페 공간은 진열이 훨씬 정돈되어 있고 내부도 널찍하니 여유로운 느낌을 주고 있었습니다. 카페 테이블이 있어서 차분하게 커피도 마실 수 있고요. 그래도 도그책방 본점(?) 특유의 매력이 기억에 오래 남을 듯합니다. 사람들이 복작거리는 곳, 이야기가 넘쳐나는 곳, 보물을 찾는 재미가 있는 곳, 무엇보다 짱구를 마음껏 쓰다듬을 수 있는 곳이니 말이에요 :)
﹅ 도그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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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책방에서 10분 정도 걸어서 다음 장소인 ‘골목책방:서성이다’로 갔습니다. 서성이다가 자리한 골목에서 무언가 활력이 넘치고 시끌벅적한 기운이 느껴졌는데 알고 보니 문화의 거리더라고요. 일정에 여유가 있었다면 찬찬히 골목도 구경을 했겠지만 시간 관계상 곧바로 책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책방 내부는 차분하면서도 세련된 복합공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천장까지 원목 재질로 마감이 된 인테리어와 밝은 색상의 책장이 놓인 중앙 공간에서 차분함이 느껴졌다면 한쪽 구석에 움푹 들어가 있고 커튼으로 살짝 가려져 있어 마치 숨겨진 것처럼 보이는 공간에서는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 때문인지 전시장 같은 세련됨이 느껴졌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책방들 중 가장 널찍했고 진열된 책의 종수도 제일 많았습니다. 2018년부터 자리를 지킨 세월의 흔적도 자연스럽게 공간에 녹아 있었고요.
인스타그램 프로필의 소개글(문학, 예술, 사회, 생태 관련 서적을 주로 갖춘 책방)처럼 책방에는 다양한 분야의 책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보통의 동네책방에 비해 인문, 사회과학 분야 도서의 비중이 높아 보였고 큐레이션 배치에서도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이 느껴졌습니다. 최근 신문 지면에 책방의 대표님이 기고한 글에서 그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는데요. “책방은 책이 개인의 서가를 넘어 타인과 사회로 확장되는 공간이다. 책과 사람을 잇고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사람과 공동체를 이어주는 공간이 바로 책방이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11평의 작은 공간에서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이런 가치 지향적인 모습이 책방 내부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문화의 거리에 자리한 서성이다가 순천 문화의 중심이 되어 책과 사람과 공동체를 있는 든든한 공간으로 오래 머물러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이 생각날 때, 사람이 생각날 때 언제든지 그곳을 서성일 수 있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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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목적지였던 ‘취미는 독서’도 걸어서 이동했습니다. 서성이다에서 8분쯤 걸어서 닿는 곳에 자리하고 있었어요. 취미는 독서는 처음에 부산 해운대에서 시작했다고 해요. 2018년 6월부터 3년 넘게 부산에 있다가 2022년 3월에 순천으로 옮겨와 계속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산과 순천이면, 물리적 거리에 비해 심리적 거리가 훨씬 더 먼 지역들이에요. 전라도를 소외시키고 타자화해 왔던 오래되고 못된 지역감정이 제일 큰 이유겠지만, 두 지역을 연결하는 철도가 없다는 것(이것 역시 지역 차별의 결과겠지만요)도 그에 못지않게 큰 문턱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순천보다 훨씬 큰 도시인) 광주에서 부산까지 기차로 어떻게 가는지 혹시 알고 계실까요? 고속철도가 없던 시절엔 대전까지 올라왔다가 다시 내려갔어야 했고, 지금은 호남고속선이 분기하는 오송역까지 거슬러 올라가야만 해요. 이게 얼마나 웃긴 경로인지, 광주-오송-부산을 잇는 꼭짓점이 거의 정삼각형에 가까울 정도로 멀리 돌아가야만 해요. 아무튼 어떤 사연으로 이렇게나 멀리 떨어진 순천으로 책방을 옮기셨는지, 한번 여쭤볼 걸 그랬나요.
취미는 독서 대표님은 텍스트와 관련된 일을 정말 왕성하고 하고 계셨어요.(여쭤본 건 아니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 보니..) 브런치에 글쓰기, 뉴스레터 ‘읽고 쓰는 마음’ 발행, 실물 편지를 보내는 ‘편지할게요’ 구독 서비스 그리고 편집자로서의 외주 업무, 몸이 몇 개라도 모자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읽고 쓰며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하고 계신 듯했어요. 거기다 책방의 관리와 운영에다 벌써 책도 두 권이나 내셨던데, 취미는 독서라고 했지만 이 정도면 독서가 일 아니신가요? 그래서인지 공간의 분위기는 책방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대표님의 작업실 느낌이 물씬 풍겼습니다. 프리랜서의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게 정돈된 취향으로 가꾸어진 공간이라고 할까요. 진열된 도서의 종수는 많지 않았지만 큐레이션의 색깔이 분명했어요. 직접 읽고 정성스럽게 고르고 고른 책들만 꺼내놓은 것 같았어요. 고작 8분을 걸어왔을 뿐이지만 문화의 거리에서 느꼈던 왁자함과는 전혀 다른 고즈넉한 골목의 분위기도 좋았습니다. 책방을 둘러보고 나오며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 누가 뭐래도 취미는 역시 독서지.
﹅ 취미는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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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산-책을 통해 다녀온 도시 중에는 거기 살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던 곳들이 있습니다. ‘오래된 미래’가 있는 당진시 면천면이 그랬고 ‘책방 모도’를 보러 갔던 인천-의 구도심인 동인천 지역-도 그랬습니다. 그 기분의 원인을 찾아볼까 했지만 알 수가 없었어요. 당연히 아파트가 빽빽한 수도권의 풍경과 대비되는 어떤 장면들, 골목, 도로, 가로수, 건물, 그 뒤로 보이는 하늘, 지역 고유의 명소들.. 등에 이끌린 것일 텐데 뭔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아직 방문하지 않은 도시임에도 호감을 품고 있는 도시들까지 고려하면 특정한 지명과 궁합이 좋은 것인가 싶기도 해요. 면천, 인천, 춘천, 제천처럼 이름이 천으로 끝나는 도시들, 역시 풍수지리? 순천 역시 살아보고 싶다는 기분이 강하게 들었던 도시였습니다. 그런데 순천의 천자는 다른 도시들과는 다르더라고요. 한국에서 지명에 천이 들어가면 보통 내 천(川)을 쓰는 데 비해 순천의 천은 하늘 천(天)이에요. 유순하다/순응하다의 뜻으로 쓰이는 순할 순(順)를 더해 ‘하늘의 뜻을 따른다’는 의미를 지녔죠. 멋지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순천에 관해 조금 더 알고 싶어졌어요. 다음엔 훨씬 여유로운 시간과 마음으로 순천을 방문해야겠습니다. 그땐 이번 소소한 산-책과는 또 다른, 넉넉한 마음으로 만난 풍성한 이야기까지 들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우리 다시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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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묘의 산 책
* ‘소소한 산-책’ 코너에서 독자 투고를 받습니다. 제 걸음이 미처 닿지 못한 곳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어요. 분량 제한은 없습니다. 짧아도 좋고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산-책 이야기 들려주세요. 해당 메일(letter@sewmew.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된 분께는 오후의 소묘에서 준비한 굿즈와 신간을 보내드립니다. 소중한 원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소소한 산-책’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소소한 산-책]
2020년 – 아침달북스토어/서점 리스본, 포르투/그림책방 곰곰/오래된미래/책방 같이[:가치] ••• 땡스북스/유어마인드 ••• 이후북스 ••• B-PLATFORM ••• 북새통문고/스틸북스/이후북스 ••• 편지 ••• 락군展/보안책방 ••• 지혜의 서재 ••• 월간소묘를 좇아- ••• 리브레리아 Q ••• 브로콜리 숲/지혜의 서재
2021년 – 작업책방 ‘ㅆ-ㅁ’ ••• 번역가의 서재 ••• 한낮의 바다 ••• 책의 기분 ••• 리브레리아 Q ••• 책방 모도 ••• 동아서점 ••• 삼일문고 ••• 노말에이 ••• 한낮의 바다 ••• 라바북스 ••• 북스피리언스
2022년 – 동네책방 ••• 책방 시나브로 ••• 플라뇌즈 ••• (북새통문고)① ••• 스페인책방 ••• 구산동도서관마을 ••• 즐거운커피×한쪽가게
2023년 – 밤의서점 ••• 부비프 ••• 이랑 ••• 순천의 책방들(책방심다/도그책방/골목책방 서성이다/취미는 독서) ••• 조이책방 ••• 스테레오북스/비온후책방
2024년 – 마리서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