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살롱 노트] 식사를 합시다

글 지혜 (지혜의서재)   소개팅 경력 10년이 되자 가장 쉽고 빠르게 소개팅을 해치워버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저녁 시간 전, 약 4시쯤 만나 차를 마시고 헤어지는 것. 나는 항상 30분 정도 일찍 나가 내가 마실 음료를 시키고 앉아 책을 읽었다. 이런 방법까지 찾게 된 건 모르는 사람(대부분 맘에 들지 않는 사람)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 괴롭기 때문이었다. 싫어하는 사람, 어색한 사람, 모르는 사람과 밥을 먹으면 음식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거나 남기거나 체했다. 그러던 나에게 무슨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⑫ 이치코의 코스묘스

치코는 말이에요.   떡잎부터 남달랐던 왕발 이치코 선생   #왕발   꼬맹이 치코는 덩치에 비해 커다란 발이 인상적이었어요. 집에 데려왔을 때, 병원에서 말끔히 치료를 받고 살이 좀 올랐다고는 해도 길에서 아픈 동안 말랐던 흔적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었어요. 얼굴은 여전히 갸름했고 이등신 몸매의 아랫쪽 역시 매끈한 편이었어요. 조금은 왜소해 보일 만큼요. 그런데 유독 발이 눈에 띄었어요. 마치 코끼리 발이라도 갖다 붙인 듯 낯설고 비현실적이었어요. 어릴 때 발이 크면 나중에 크게 자란다는 데… 진짜로 크게 자랐어요. 몸무게가 8k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⑪ 보내는 마음

아직, 식구가 된 건 아니었어요. 치코의 상태를 보고 앞뒤 가릴 새도 없이 덥석 집어 들었지만 치료를 해서 살려야겠다는(저대로 두면 죽겠다는) 생각이었지 길에서 구조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우선 제가 집에 고양이를 더 들인다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던 때였어요. 이미 삼삼이와 모카, 둘이나 있었기에 충분하다고 여겼어요. 한편으론 둘만 해도 많다, 라는 생각마저 간간이 하기도 했고요. 게다가 모카가 1차 접종을 한 다음 날이 치코를 발견한 날이었거든요. 모카가 집에 온 지 한 달도 안 된 터라 다시 아깽 ...

[소소한 산-책] 서울, B-PLATFORM

  지난달 걸음했다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서점. 네, 합정에 자리한 아트북 전문서점 ‘B플랫폼’을 산책했어요. 이달의 책의 저자, 무루 님이 애정하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 개인적으로는 전달에 있었던 이명애 작가의 <내일은 맑겠습니다> 전시를 놓쳐 무척 아쉬웠는데, 이번엔 최도은 작가의 <무용한 오후> 원화전이 열리고 있어 아주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무용하지만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전해요.   B플랫폼은 아티스트북과 그림책을 판매하고, 전시를 하고, 책 제작과 관련한 수업을 꾸리고 있 ...

[인터뷰] 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무루의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고양이 쓰다듬으며 하는 인터뷰   천천히 오래 자라는 인생인 것으로 하자.     —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의 저자 M과 편집자 O*가 각자 자신의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한 인터뷰입니다. 책 출간을 둘러싼 이야기들을 이상하고 자유롭게 나누어보았어요. 즐겁게 읽어주시길. 인터뷰를 통해 책에, 저자에게, 한발 더 가까워진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어요. (*이 편집자는 서오X였다가 서지X였다가 O인, 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