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코의 코스묘스] 다정한 반복

모처럼 자랑거리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살아오면서 무슨 자랑거리가 있긴 했었나, 싶네요. 가만 보자..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뜻 맞는 동무들과 직장인 밴드를 했습니다. 참 열심히 했더랬어요. 두 종류 악기로 두 밴드를 오가며 합주실에 모여 연주를 하고 가끔은 다른 밴드들과 합동으로 장소를 빌려 공연도 하곤 했습니다. 늘그막(?)에 재미가 붙은 취미라 그런지 초창기에는 이 정도면 직업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했던 것 같아요. 연습도 많이 하고 합주도 많이 하고 공연도 1년에 두 번씩이나 막 하고! 시 ...

[소소한 산-책] 서울, 부비프

글: 이치코   도로공사 우승!   무조건 이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소한 산-책’이 아니라 졸업 논문이어도 그랬을 거예요. 지난 4월 6일에 열렸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은 그만큼 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배구를 안 보시는 분들을 위해 첫 문장을 풀어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이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배구단을 꺾고 우승했다.’ 시즌 초반 비실거렸던 경기들이 많았고, 중간에 외국인 선수를 교체한 뒤에 경기력이 나 ...

[이치코의 코스묘스] 고양이 책 #1 총, 균, 쇠

[고양이 책]은 독서 기록입니다. 고양이에 관한 책일 필요는 없고 그저 고양이란 단어가 등장하기만 하면 됩니다. 독서 기록이지만 책 이야기가 될지는 두고 볼 일입니다. 고양이 이야기는 확실합니다. ─────────   <총, 균, 쇠>는 유명한 책입니다. 그 책 나도 알지, 집에 있는데, 라고 하실 분들이 제법 많으실 거예요. 하지만 난 다 읽었지, 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적을지 모릅니다. 1998년에 한국어 번역판이 나오고 2019년까지 50만 부가 팔렸다고 해요. 많이 팔렸으니까 많은 사 ...

[소소한 산-책] 서울, 밤의서점

글: 이치코   듀오링고를 시작했습니다. 연속 학습 일수가 24일이 되었고 사파이어 리그에 머물고 있으며 3위권 진입 횟수는 3번이고 지금까지 획득한 총 XP는 18,739점입니다.   영어 공부를 시작한 계기는, ‘I am a student’ 따위의 문장을 퀴즈로 풀고 있는 걸 공부라고 부를 수 있다면요, 요즘 한창 유행하는 ChatGPT라는 인공지능 챗봇 때문입니다. ChatGPT는 다른 챗봇들과 달리 주고받은 대화와 대화의 문맥을 기억할 수 있으며, 모종의 보고서나 실제로 작동하는 파이썬 코드를 비롯한 인간과 ...

[이치코의 코스묘스] 보이지 않는 존재들

작가란 무엇인가? 아마도 작가들마다 생각하는 바가 조금씩 달라서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울 거예요. 세계에 대한 인식이나 인간에 대한 탐구처럼 사유와 통찰을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들도 있을 테고 또 누군가는 글을 시작하고 끝낼 수 있는 물리적 실행력(또는 의지)이 작가임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작품이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그러니까 입금이 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취미로서의 글쓰기와 작가의 글쓰기를 구분하는 이도 존재할 수 있고요. 그런데 독자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저만 그런 것일 수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