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코의 코스묘스] 혁명의 선봉

2022-07-13T20:02:52+09:002022-03-12|

시월이가 다시 오면서 봉산아랫집엔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어요. 우선 고양이들의 화장실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어요. 오묘(五猫)까지만 해도 두 개의 화장실을 하루에 한두 번 치우는 걸로 충분했어요. 화장실 세 개로 하루에 한 번만 치우기도 했었지만 아이들이 작은 화장실을 잘 가지 않는 것 같아서 큰 것 두 개만 남겨놓았어요. 기왕이면 깨끗한 환경을 유지해주고 싶어서 두 개의 화장실을 하루에 두 번 치우는 걸 원 ...

[이치코의 코스묘스] 1, 2, 3, 4, 5, 6, 북적북적

2022-07-13T20:03:08+09:002022-01-9|

<이치코의 코스묘스> 연재를 시작할 때 나름의 빅픽처가 있었어요. 먼저 봉산아랫집 식구들을 소개하고(시즌 1) 그다음엔 동네 길냥이들, 여행지에서 만난 아이들, 지인들의 고양이 등을 소개하면서 고양이와 인간과 자연과 사회에 관한 성찰(?)을 시도하다가(시즌 2) 어느 정도 됐다 싶으면 형식을 완전히 바꿔서(이를테면 고양이가 화자가 된다든가, 그림일기로 간다든가...) 일상의 작고 짙은 온기(!)를 ...

[이치코의 코스묘스] 떨림이 멈추지 않는 세계에서(2)

2021-06-08T10:46:44+09:002021-06-6|

10여 년 전이었나요, 어쩌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신문이 사라질 거란 말들이 등장했었더랬어요. 책과 더불어서요. 물론 여기서 신문과 책은 종이신문과 종이책을 말하는 거죠. 그런데 책의 입장에서는 신문과 함께 친구(?) 사이로 엮였던 게 조금은 억울했을 것 같아요. 종이책의 판매량이 그때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여전히 종이에 인쇄된 형태로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으니까요. 반면에 신문은, 종 ...

[이치코의 코스묘스] 떨림이 멈추지 않는 세계에서(1)

2021-05-04T12:25:38+09:002021-05-2|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건 재미없잖아요. 많은 사람이 정치적 견해 혹은 사건에 대해 (특히 선거철만 되면) 키보드가 부서져라 열변을 토하곤 하는데, 그렇게 에너지를 쏟을 만큼 중요한 것이라 생각지도 않아요. 단지 어떤 정치인들을 보고 있으면 궁금한 게 좀 있을 뿐이에요. 젊었을 때 권력의 반대편에 서서 격렬하게 맞서다가 나중에 권력의 핵심에 안착하게 된 사람들에 관해서요.(민주화운동이나 학생운동 ...

[이치코의 코스묘스] 고양이의 버킷리스트

2021-04-05T21:23:11+09:002021-04-4|

고양이는, 오랜만에 고양이에 관한 얘기로 글을 시작하네요, 대부분의 시간을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행동들로 채우고 있어요. 도대체 왜 저런 기묘한 자세로 잠을 자고 있는지, 왜 새로 산 장난감에는 관심이 없고 택배 박스에 그렇게 집착하는지, 아마 고양이들끼리도 다른 고양이가 왜 그러는지 잘 모를 거예요. 물론 제각각의 이유는 있겠죠. 우주적 차원의 거창한 이유일 것 같기도 해요. 고양이니까요. 본인 말고 다른 ...

[이치코의 코스묘스] 공감과 교감 사이에 어중간하게(2)

2021-03-08T18:54:06+09:002021-03-7|

얼마 전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었어요. 읽기 전엔 무슨 내용의 책인지 전혀 몰랐어요. 그래도 소설이 아니란 건 알 수 있었어요. 표지에 큼지막하게 ‘르포르타주’라고 적혀 있었으니까요. 조지 오웰의 에세이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에 대해서는 제법 아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동물농장>이나 <1984>의 목차도 펼쳐 ...

[이치코의 코스묘스] 공감과 교감 사이에 어중간하게(1)

2021-02-01T17:59:15+09:002021-01-25|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얘길 나누다가 오후의 소묘에 관해 설명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 어떤 책을 만들고 있는지, 지금까지 몇 권이 출간되었는지, 책이 어느 정도 팔리는지 등에 대한 간단한 얘기였어요. 친구가 책에, 특히나 그림책엔 별 관심이 없어서 자세하게 설명할 만한 건 없었어요. 그저 대화의 중간에 안부처럼 몇 마디가 오갔을 뿐이고 ‘올해는 에세이 책들도 내보려고 해.’라며 얘기를 마칠 참이었죠. ...

[이치코의 코스묘스] 원래 그런 게 어딨나요?

2021-01-04T16:06:20+09:002021-01-3|

꼬박 열두 달이 지났네요. 작년 2월의 첫 편지 ‘생기’에 실렸던, 오후의 소묘의 로고가 된 히루 사진을 넣은 글을 시작으로 해서 어느새 열두 번째 편지에 담을 이야기까지 왔어요. 연재가 길어지다 보니 도대체 무슨 말을 했던가, 가물거릴 때가 많아졌지만 제 출생의 비밀(?)에 관해 말씀드렸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어요. 저는 말이에요, 어떻게 보자면 식상한 환경에서 태어났어요. 경상도 어느 시골이 고향인 남자이 ...

[이치코의 코스묘스] 길어질 게 뻔한 변명(3)

2020-12-07T15:59:43+09:002020-12-4|

연년생으로 붙은 모카, 치코, 미노, 오즈에서 일단 멈춤, 그러니까 식구가 더 늘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희망이 (적어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까지는) 깨지지는 않고 있지만 봉산아랫마을의 아이들을 구조하는 일에는 멈춤이 없었어요. 2018년에 오즈를 구조한 뒤 2019년에도 2020년에도 여전히 생명이 위태로운 아이를 길에서 발견하고 구조하는 ‘슈퍼히어로’의 길을 걷고 있어요. 오늘은 그 얘기를 해 볼까 해요. ...

[이치코의 코스묘스] 길어질 게 뻔한 변명(2)

2020-11-02T20:46:15+09:002020-11-1|

지난번에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요. 고양이 얘기만 하는 에세이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이번엔 수학 이야기를 할 거예요.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라며 당황하실 거란 걸 알아요. 하지만 제대로 들으셨어요. 수학. 산수란 녀석의 형님인데 동생보다 백만 배쯤 괴상하고 난폭한, 그 수학이에요.   미적분이라는 게 있어요. 혹은 있다고 해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이과와 문과로 나뉘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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