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코의 코스묘스] 길어질 게 뻔한 변명(1)

2020-10-05T21:13:13+09:002020-10-4|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라는 속담은 참 이상한 말이에요. 왜 그런 말이 생겨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요. 아홉이라는 숫자, 환생이라는 개념 때문에 동양의 속담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양의 속담이에요. "A cat has nine lives. For three he plays, for three he strays and for the last three he stays.”(고양이는 아홉 번을 산다. 세 번은 놀면서,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⑱ 엔드게임 and..

2020-10-03T23:09:26+09:002020-08-2|

마블스튜디오는 각각 독립된 영화들에 밀접한 관계를 부여하면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라는 세계관을 구축했어요. 한 영화에서 캐릭터의 서사가 변하면 다른 영화에서 그 캐릭터가 등장하거나 언급될 때 변화된 결과가 반영되는 식이에요. 이 세계관은 각 영화의 독립적인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기보단 MCU를 공유하는 영화들 전체의 흐름에 관여하는 쪽으로 작동을 하더라고요. 대표적인 예가 인피니티 스톤이라고 불리는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⑰ 총체적 난국

2020-08-01T19:49:11+09:002020-08-1|

오즈를 거두어 집으로 왔어요. 어두컴컴한 밖에서는 허피스에 걸려 괴로워하는 작고 깡마른 아깽이라는 것 말고는 자세히 살펴볼 겨를이 없었어요. 오즈를 안은 품에서 전해지는 온기에 안도하며 걸음을 재촉하기 바빴어요. 활력이 괜찮아 보였고 몸의 움직임에도 불편함은 없어 보여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허피스만이라면 주사와 약으로 잘 나으니까요. 그렇게 안도를 하며 집에 들어와 조명 아래 밝은 곳에서 오즈를 자세히 보게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⑯ 소리치는 일

2020-07-25T15:15:12+09:002020-07-5|

<말투 하나 바꿨을 뿐인데>라는 책이 있어요. 읽어보진 않았지만, 책 소개를 보니 40가지 심리 기술을 활용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투의 심리학’에 관한 책이라고 해요. 사람의 관계에서 말투는 중요하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는 식상한 속담이 의미하는 바도 말의 ‘내용’에 따라 천 냥 빚이 변제될 수 있다는 건 아닐 거예요. 천 냥이 현대의 화폐 단위로 얼마일지 알 수는 없으나 제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⑮ 약자의 마음 (1)

2020-07-05T21:46:33+09:002020-07-5|

봉산아랫집의 오묘는 어떤 기준에 따라 각각의 고양이들이 닮은 꼴로 묶이기도 하고 전혀 다른 카테고리로 분류되기도 해요. 이를테면 삼삼이와 모카는 높은 장소를 선호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어요. 이불 속을 좋아하기론 모카, 미노, 오즈가 서로 닮아 있고요. 그런가 하면 입이 짧아서 간식에 엄청나게 까탈스러운 삼삼이, 모카, 미노, 오즈의 그룹도 있어요. 이상하네요. 치코 이름이 없네요. 치코는 웬만한 기준으로는 나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⑭ 회색의 미궁

2020-07-05T21:45:48+09:002020-06-23|

마치 농담처럼 들렸던 앞집 아주머니의 말, 의정부에서 자동차 엔진룸에 몸을 싣고 서울 은평구 봉산 아래까지 뜻밖의 여행을 나온 고양이가 있다는 기막힌 말은 순식간에 저를 조급하게 만들었어요. 울음소리로 봤을 때 아깽이가 분명한 아이가 먼 길을 오는 동안 다행히 상처를 입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어미 없이 낯선 곳에서 살아남을 확률은 너무 희박했으니까요. 게다가 슬금슬금 해가 떨어지려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초조한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⑬ 뜻밖의 여정

2020-06-01T15:22:30+09:002020-05-30|

일상이란 물과 닮은 것 같아요. 물은 자신을 넉넉히 품어주는 곳에서는 마치 멈춘 것처럼 잔잔하게 흐르다가도 울퉁불퉁하거나 좁은 길을 만나면 갑자기 요동쳐 아껴두었던 에너지를 한껏 발산하곤 해요. 차분하고 단조로운 일상은 물이 고요히 흐르는 모습과 닮은 것 같아요. 최대한 힘을 아끼며 멈춘 듯한 시간을 조용히 밀어내며 흘러가죠. 반면에 다양한 환경에 접촉하며 변화가 잦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깊은 곳에 숨겨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⑫ 이치코의 코스묘스

2020-05-31T21:44:16+09:002020-05-26|

치코는 말이에요.   떡잎부터 남달랐던 왕발 이치코 선생   #왕발   꼬맹이 치코는 덩치에 비해 커다란 발이 인상적이었어요. 집에 데려왔을 때, 병원에서 말끔히 치료를 받고 살이 좀 올랐다고는 해도 길에서 아픈 동안 말랐던 흔적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었어요. 얼굴은 여전히 갸름했고 이등신 몸매의 아랫쪽 역시 매끈한 편이었어요. 조금은 왜소해 보일 만큼요. 그런데 유독 발이 눈에 띄었어요. 마치 코끼리 발이라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⑪ 보내는 마음

2020-06-01T15:09:44+09:002020-05-24|

아직, 식구가 된 건 아니었어요. 치코의 상태를 보고 앞뒤 가릴 새도 없이 덥석 집어 들었지만 치료를 해서 살려야겠다는(저대로 두면 죽겠다는) 생각이었지 길에서 구조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우선 제가 집에 고양이를 더 들인다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던 때였어요. 이미 삼삼이와 모카, 둘이나 있었기에 충분하다고 여겼어요. 한편으론 둘만 해도 많다, 라는 생각마저 간간이 하기도 했고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⑩ 화려한 시절

2020-05-08T19:06:52+09:002020-05-7|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너무나도 유명한 <안나 카레니나>(윤새라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2011)의 첫 문장이에요. 얼마나 유명하냐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비롯해서요, 저 문장만은 알고 있으며 심지어 외우기까지 할 정도예요. 첫 문장이 유명한 문학작품의 순위를 논할 때 늘 윗줄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는 작품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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