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은 때이지만, 언택트untact에서 온택트ontact로 전환하듯 책방 산책도 조금 다르게 접근해볼 수 있겠죠. 올해로 12회를 맞은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온라인페어로 진행되기도 했고요.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독립서점도 늘고 있어요.

이달엔 시작부터 온라인서점으로 출발해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서점 ‘지혜의서재’ 산책을 소개하려 해요.

레터의 오랜 구독자 분이시라면 이미 익숙한 이름일 거예요. 쓰기살롱 멤버로 레터에 글도 여러 번 실어 보냈고, 지난 연말엔 <할머니의 팡도르> 특별전도 했었지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서점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아홉 번째 여행> 최다 판매 독립서점이기도 해요. 이쯤 되면 오후의 소묘와 자매 결연이라도 맺은 것 아닌가 합당한 의심도 가능하겠습니다. 훗.

새삼스레 [소소한 산-책] 코너에 등장한 건 지혜의서재에서 한동안 문을 닫아놓았던 ‘한 사람만을 위한 지혜의서재’를 다시 열었기 때문이에요. 독서 패턴에 대한 간단한 설문에 답하고 고민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으면,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책이 도착하는 책 큐레이션 서비스입니다. 자투리천으로 만든 책 파우치에 책과 책갈피, 책 구절이 적힌 엽서, 그리고 주인장인 지혜 님의 손편지와 책 속 메모가 함께 담겨 옵니다.

 

 

2018년 3월 오픈한 지혜의서재 소개글에서 “책을 다시 사랑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는 호명에 홀린 듯 손을 들었어요. 당시 저는 친구와 서점을 운영하고 있었고, 책은 다 불태워버리고 싶었고, 한번 망가진 몸은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모두 뒤로하고 도망치고 싶었는데요. 그럼에도 마음 깊은 곳에선 ‘다시’ 사랑하고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이 있었나 봅니다. 그때 지혜의서재에서 보드라운 천주머니에 다니엘 페나크의 <몸의 일기>를 담아 보내주었어요. 동아줄처럼 완벽한 타이밍에 제게 도착했던 책. 책 사이사이 포스트잇에 적힌 지혜 님의 감상도 함께할 수 있어 책 한 권으로 친구와 대화를 나눈 기분이었어요. 그 뒤로도 ‘지혜의 책’으로 몇 번 더 만났지만 역시 한 사람만을 위한 책이 그리웠답니다. “일상의 작은 선물이, 작은 비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작은 구원의 속삭임이 말예요.

이달엔 제가 아니라 저의 어머니에게 보낼 요량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본가가 멀리 있어 일 년에 두 번 명절에만 찾는데, 이번엔 그마저도 가지 못해 마음이라도 깊이 담아 보내고 싶었어요. 마침 다시 열어준 한 사람만을 위한 책이 단비였죠. 도착하기 전까지 어떤 책이 갈지도 모르지만, 저보다 더 저의 엄마에게 딱 맞는 책을 골라주시리라는 순도 100퍼센트의 믿음이 있었어요. 함께 전해질 온기도요. 곧 책 받아볼 춘심 씨의 얼굴이 선히 그려집니다.

 

한 사람만을 위한 책 외에도 다달이 소개하는 지혜의 책과 동네서점 에디션 책들이 있습니다. 특히 최근 ‘연두네’와 함께하는 뜨개 책 주머니가 아주 특별해요.

참, 또 하나. 지혜의서재가 소개하는 책을 읽어주는 낭독 프로그램 ‘잠 못 이룬 그대에게’로도 만나보세요. 숙면을 부르는 팟캐스트로 유명하지요.

따뜻한 책과 마음과 목소리가 궁금하다면, 활짝 열린 문 안으로 찬찬히 산책해보시길 바라요.

 

지혜의서재

 

 

‘언리미티드 에디션’ 온라인 페어에서 산 책들

 

 

언리미티드 에디션

 

말이 많은 고양이가 산다는 금호동의 독립서점 ‘프루스트의 서재’에서 산 책들

 

 

프루스트의 서재

 

 

 

* ‘소소한 산-책’ 코너에서 독자 투고를 받습니다. 제 걸음이 미처 닿지 못한 곳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어요. 분량 제한은 없습니다. 짧아도 좋고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산-책 이야기 들려주세요. 해당 메일(letter@sewmew.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된 분께는 오후의 소묘에서 제작한 노트 세트와 신간을 보내드립니다. 소중한 원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소소한 산-책’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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