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나

 

몇 년 전 자주 다니던 골목의 한 공간에서 월간소묘의 ‘편지하는 마음展’이 열린다고 하기에 일찍부터 움직였어요.

역시나 좀 이른 시간 도착해서, 근처 서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평소 좋아하는 수필가인 마쓰우라 야타로의 신간이 나왔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름도 좋은 <일상의 악센트> !

 

첫 장을 펼치는데, 저는 그저 웃고 맙니다.

바로 이런 글이, ‘편지하는 마음’ 전시를 보러 가는 길에 보였기 때문이죠.

 

“편지란 머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여 쓰는 글이다.

기술이나 형식, 경험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을 생각하며, 그 사람에게도 마음을 기울여 쓰는 글, 그 사람 마음에 가닿는 글.

 

한 문장 한 문장 써내려 가는 동안 가만히 그 사람만 생각한다. 그 사람은 어머니였다가, 가족 중 누구였다가, 친구였다가, 지인이었다가 때로는 오늘 스쳐 지나간 이름 모를 타인이 되기도 한다.

 

한 사람을 위한 글밖에 쓸 줄 모르는 나는 어쩌면 작가와는 어울리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오늘 편지를 쓴다. 그날, 그때, 내 마음이 떨렸던 눈부신 순간들이 하나든 둘이든 당신에게도 가닿기를 바라며.

이토록 좋은 것들을 나누고 싶어서.

당신과 함께.”

(<일상의 악센트>, 마쓰우라 야타로 지음, 서라미 옮김, 흐름출판, 2020)

 

그 서점을 나오며, 저는 이 책을 살 수밖에 없었고, ‘편지하는 마음’을 보고 나온 뒤 이날의 운명적 만남을 누구에게든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독자투고에도 몇 자를 적고 있고요. :)

 

 

돌아보면 편지를 가장 많이 쓰는 건 저에겐 12월인 것 같아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그래도 한 자라도, 카드에 적게 되니까요. 그런데, 이번 7월에는 유독 기억나는 이들에게, 이메일로, 손편지로, 엽서와 카드에 마음을 담아, 그 상대를 기억하며 전하고 싶은 저의 이야기를 여러 갈래로 적어 보냈습니다. 어떤 편지에는 답장도 받았고, 어떤 카드는 답장을 기대하진 않지만, 적어내려가며 그 상대를 향한 마음도, 나의 이야기도 정리가 되어가는 느낌도 받았어요.

 

편지를 통해, 사람이 가까워지고,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글쓰기라는 점이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것을 다시 기억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편지하는 마음’과 이 마쓰우라 야타로의 편지로 시작하는 시작 글을 읽으니, ( 월간소묘 )를 보는 분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가게가 떠올랐어요.

바로 연희동의 편지가게 ‘글월’입니다. 편지지와 편지 봉투, 우표와 카드, 게다가 펜팔로 일정 금액을 내고 내가 누군가의 편지를 한 통 받고, 나도 적고 올 수 있는 서비스도 있어요!

 

글월: 서울 서대문구 증가로 10 403호

 

두서없는 독자투고, 그래도 월말이 되기 전에 보내고 싶어서, 빗소리 들으며 몇 글자 적어 나눠요.

 

 

 

* ‘소소한 산-책’ 코너에서 독자 투고를 받습니다. 제 걸음이 미처 닿지 못한 곳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어요. 분량 제한은 없습니다. 짧아도 좋고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산-책 이야기 들려주세요. 해당 메일(letter@sewmew.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된 분께는 오후의 소묘에서 준비한 굿즈와 신간을 보내드립니다. 소중한 원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소소한 산-책’은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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