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리-뷰] “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 부산국제영화제

2024-10-23T15:25:58+09:002024-10-13|

글: 이치코   집으로 가는 버스였습니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죠. SNS에 올라온 이야기들을 건성으로 훑고 있는 눈은 초점이 흐렸고, 부지런히 화면을 밀어 올리는 손가락만 마치 기계처럼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눈에 띄거나 관심이 가는 소식은 보이지 않습니다. 간혹 있다고 해도 피곤에 지친 몸을 간신히 지탱하기에도 벅한 퇴근길에는 놓치기 십상입니다. 시간을 꼬깃꼬깃 잘 접어서 ...

[소소한 리-뷰] 복숭아

2024-10-14T15:17:19+09:002024-09-9|

글: 이치코   가을입니다. 아직 더우시나고요? 전국적으로 30도를 웃도는 날씨를 어떻게 가을이라 부를 수 있냐고요? 9월이니까요. 계절을 나누는 기준이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옷장을 정리하는 일로 한 계절을 떠나보내는 이들도 있을 테고, 잠자리의 이불을 바꾸는 것으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요. 누군가는 아침 최저기온이나 한낮의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봄과 여름을, 가을과 겨 ...

[이치코의 코스묘스] 특별 임무: 고양이 여섯을 데리고 이사하기 ②

2024-08-14T14:59:38+09:002024-08-11|

특별 임무: 고양이 여섯을 데리고 이사하기 ①편 보기   페로몬pheromone은 같은 종의 동물끼리 특정한 사회적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 배설하는 화학 물질을 말합니다. 동물, 특히 개미를 비롯한 곤충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죠. 인간은 페로몬을 감지할 수 없는데, 페로몬을 수용하는 후각기관인 야콥슨 기관이 퇴화되어 흔적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나 개 같은 동물은 이 기관을 사용해 페 ...

[이치코의 코스묘스] 특별 임무: 고양이 여섯을 데리고 이사하기 ①

2024-07-10T14:25:42+09:002024-07-8|

이사(移徙) [명사] 사는 곳을 다른 데로 옮김   이사는 현대적인 단어입니다. 20세기가 도래하기 전, 왕을 모시던 시절까지만 해도 일반 백성들은 마음대로 거주지를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그 시절엔 이사란 개념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한자를 봐도 단어를 대충 만든 느낌이 있습니다. 옮길 이移에 옮길 사徙라니, 유리 유(류)琉에 유리 리(이)璃만큼이나 이상합니다. 식민지 시대가 끝나고 해방이 되었다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오렌지빛 하늘 아래 당신의 손을 잡고

2024-07-10T18:47:42+09:002024-07-7|

—하이틴 소설을 사랑한 여자아이가 중요한 무언가를 잊어버린, 잃어버린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글: 신유진   여름 저녁에는 엄마랑 자두 한 알을 손에 쥐고 서점까지 걸었다. 동네서점은 사계절 내내 자주 다니던 곳이었는데, 그 길을 생각하면 유독 여름 풍경이 떠오른다. 일몰 때문이었을까. 걷다가 하늘을 올려다보면 온통 오렌지빛이었다. 그걸 보면 엄마는 마음이 이상하다고 했다. 마음이 이상한 것은 기쁘 ...

[가정식 책방] 압정 빼어내기

2024-07-10T18:44:37+09:002024-07-7|

글: 정한샘   어렸을 때 압정을 밟은 적이 있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 시절에는 압정이 어디에나 있었다. 당시 압정은 요즘 나오는 것처럼 다양한 모양이 아니고 납작한 모양 딱 하나여서, 바닥에 떨어지면 대부분의 경우 무섭고 뾰족한 바늘을 위로 하고 놓일 수밖에 없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압정을 밟지 않으려고 고개를 빼고 조심하며 걸었다. 압정을 밟는 것은, 그것이 발바닥에 박히는 것은 당시 내가 생각할 ...

[소소한 리-뷰] 요물, 우리를 홀린 고양이

2024-10-14T15:17:44+09:002024-06-10|

글: 이치코   G11N. Globalization. 세계화. 자본주의 경제의 확장이나 국가들 사이의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이 연상되는 이 뾰족한 단어는, 의외의 부드러운 뜻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를 이해하고 받아들임. 또는 그렇게 되게 함.”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것 같네요. 그런데 세계화라는 단어가 정말 그런 느낌인가? 많이 부족해 보입니 ...

[가정식 책방] 누군가에게 집이 되어주고 싶어서

2024-06-13T17:51:48+09:002024-06-9|

글: 정한샘 집은 무엇일까. 집이란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집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금껏 한 번도 경제적 논리의 ‘내 집’을 가져본 적 없으나 내가 머무는 모든 집을 ‘내 집’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얼마나 낡았든, 얼마나 작든, 얼마나 짧게 머물든 그곳은 나의 집이었다. 사는 동안은 마치 그곳에 평생이라도 머물 것처럼 가꾸고 돌보며 내 생활 패턴에 최적화시켜 놓았다. 여기를 보고 저기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내가 집이 된 것만 같을 때

2024-06-13T17:41:43+09:002024-06-9|

글: 신유진   집에 있을 때면 떠올리는 글*이 있다. 빨래를 개면서, 음식을 만들면서, 반려인과 반려견이 지나간 흔적을 정리하면서 ‘유토피아는 바로 여자가 짓는 집이고, 여자는 가족 구성원들이 행복 자체보다 행복의 탐색에 더 관심을 갖도록 하려는 시도를 참지 못한다’는 내용을 곱씹는다. ‘유토피아를 짓고 있는가?’ 집안일을 할 때는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한다. 내가 아는 여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는 어릴 ...

[소소한 산-책] 군산, 마리서사

2024-05-29T14:52:46+09:002024-05-12|

글: 이치코   어떤 도시는 그곳을 상징하는 계절이 있습니다. 강릉이나 속초라면 아무래도 여름이겠지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겨울 바다가 더 좋을 수도 있고, 봄부터 가을까지 제각각 다른 매력들이 있을 테지만 그래도 동해 바다라면 왠지 여름에 가야 할 것 같은 느낌, 한편으론 기세라고 불러도 좋을 분위기가 있습니다. 러시아 중앙 지역의 대표적 도시인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누가 뭐래도 겨 ...

Go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