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봉이의 일기] 수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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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의 실질적(?) 주인공 소봉이와 개 누나들이 떠나고 뉴페이스가 들어왔습니다. 연재로는 두 달의 휴식기를 가졌지만, 작품상의 공백은 몇 년이었어요. 그사이 이야기는 작가님의 전작 <우주식당에서 만나>에 잘 담겨 있습니다. 이제 새로운 봉봉 식구들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 ◇ ◇ ...
/ 나의 전시회 나는 고양이 화가예요. 그림을 그리는 고양이 화가. 책상 위에 그림들이 쌓여갑니다. 나는 못 본 척 그것들을 구석에 밀어두었어요. 어쩔 수 없어요. 누군가 좋아해주길 기다릴 수 밖에 없어요. 꿀벌은 나가서 그림을 팔아보는 건 어떠냐고 조심스레 얘기했지만 그러면 그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릴 수 없는걸요. 그림 그리지 않는 것과 파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그림을 그리지 않는 건 힘 ...
혜영¯ 인터뷰 이야기를 듣고 많이 설렜어요. 딸들이 인터뷰하는 건 몇 번 봤는데 저에 대한 인터뷰는 처음이에요. 김¯ 50대인 혜영 님은 처음이라 저도 많이 설렜어요! 태어나신 후에 첫 번째 기억이 뭔가요? 가지신 기억 중 가장 오래된 거요. 혜영¯ 어릴 때 기억이 많지 않은데… 동생이 태어났을 때가 떠오르네요. 김¯ 그럼 많이 어리실 때 아니에요? 혜영¯ 동생이랑 여덟 살 차이가 나 ...
여름에는 어째서 여름 이야기만 하게 되는지. 여름 아닌 것들을 도무지 떠올리기 어렵고 그럴수록 여름 안이라는 것만을 인식하게 됩니다. 그럴 바에야 여름 안에서 좋은 것들을 늘려가는 수밖에 없어요. 폭설로 빙수를 만들고, 온갖 여름을 설탕에 절여 유리병에 담고, 땡볕의 바다에 눕고 구르고, 뒤집힌 양산으로 폭우를 헤치고, 콩국수와 옥수수로 세 끼를 채우고, 수영복을 입고 춤을 추고, 수박을 수영장 ...
글: 이치코 이번엔 구미에 있는 삼일문고에 산책을 다녀왔어요. 지난달 속초의 동아서점에 이어 조금 멀리 움직였네요. ‘소소한 산-책’을 나갈 서점을 고르는 기준에 충실히 따르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책에 관심이 있고 덩달아 서점에 가는 일까지 좋아하는 분들이시라면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생활권 혹은 인접한 생활권에 작은 서점이 많이 생겼다는 걸 체감하실 거예요. 독립서점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동네서 ...
오늘도 그려낸 그림이 모두 팔리는 상상을 합니다. 살림이 넉넉해져서 물감 하나당 붓 하나를 씁니다. 지금은 붓 한 개로 모든 물감을 쓰고 있어요. 붓에 남은 물감을 닦아내거나 어두운 색을 쓰다가 흰 물감을 쓸 때 좀 난감하기도 합니다. 어두운 색은 한참을 빨아도 지워지지 않아서 흰색을 위한 붓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색깔별로 붓을 사두면 분명 편할 거예요.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다리 건너 잡화점 ...
-비밀 있어요? 조카가 귀엣말로 속삭입니다. '아니, 없는데. 도연인 있니?' 물었더니 많다고 하지요. -비밀 많은 사람이 작가가 되는 거래. 작가가 꿈인 조카가 눈을 반짝여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으면서 누구에게나 말하는 거야, 비밀을. 응? 조카가 갸우뚱해요. 아이의 엄마가 덧붙였어요. -도연이도 그러잖아.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 하면서 엄마랑 친구들한테 얘기하는 거. 슬며시 웃으며 끄덕입니 ...
/ 잔뜩 흐리고 추운, 정말이지 이상한 유월의 첫날이었지만 마침내 도착한 동아서점은 밝고 따뜻했습니다. 하얀 외관에 나무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내부도 꼭 같은 느낌으로 이어졌어요. 처음 들어선 곳인데도 몇 번이고 왔던 곳처럼 편안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어릴 적 다니던 서점 생각이 나기도 하고요. 문을 열면 오른편에 옹기종기 모인 식물들 옆으로 특별한 자리가 눈에 듭니다. 책이 빽빽이 꽂힌 책장 앞에서 찍은 가족 ...
나는 고양이 화가예요. 작업실에 나가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매일 그려요. 매일매일 그려요.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왔어요. 그림만 그려대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고양이화가가 될 거예요. 누군가는 알아줄 거예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 성을 살 거예요. 나만의 성에서 나는 발가벗고 그림을 그릴 거예요. 아직 그만큼의 돈은 못 벌지만요. 나는 가끔 그림을 팔아 꽃 한 송이를 살 만큼의 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