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코의 코스묘스] 치코의 일기

2023-08-29T15:10:43+09:002023-08-13|

나는 치코다. 봉산육묘 중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고양이 치코, 그러니까 이것은 본인등판이다.   본인등판!   대봉이 형아가 책을 냈다고 해서 읽어봤다. 형아는 나랑 많이 닮았다. 사실 외모는 오즈가 더 닮긴 했지만 나는 형아랑 운명적으로다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 그 뭐더라, 소울 메이트? 우리는 둘 다 집안의 기둥이다. 아니 집안 그 자체다. 여러 인간들이 봉산아랫집에 놀러, 실제로는 우리 육묘 ...

[가정식 책방] 기다리는 일

2023-10-10T17:04:59+09:002023-08-7|

글: 정한샘   출근하기 싫은 날이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이 아닌, 책이라는 물건을 파는 삶이 나를 온통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아침이 가끔 찾아온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곳으로 들어가 내 정신이 수용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선 책들을 상대하는 매일의 삶이 갑자기 버겁게 느껴지는 날. 그런 날이면 책방을 하겠다는 사람은 말리고 싶다던 수많은 책방 선배님들의 글과 말이 손에 손을 잡고 ...

[월간소묘: 레터] 7월의 편지, 촛불을 켜는 밤

2023-08-08T18:11:10+09:002023-08-7|

    다시 삶 속으로 들어가는 법을 배운다. 내 앞에 찾아오는 것들을 발견하고, 망설이지 않고 따라가고, 함께 더 가보는 것. 그러다 어느 날 느닷없이 무대 위에 올라가게 됐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해보는 것. … 문은 열려 있다. 어디로든 갈 수 있을 것이다. _신유진,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 ‘옮긴이의 말’에서   봄까지 야물게 닫아두었던 문이 여름을 맞자 귀퉁이라도 녹은 것인지 자꾸 ...

[소소한 산-책] 순천의 책방들

2023-07-10T17:33:51+09:002023-07-9|

마감이란 무엇인가? 마감은 우주를 생성하는 에너지입니다. 또한 세계를 구성하는 입자이기도 합니다. 이 절대적 존재의 압박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마감생활자들에겐, 적어도 그렇습니다. 마감이 시작이고 마감이 끝입니다. 마감 없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오직 마감만이 최종의 확정을 선고할 수 있습니다. 마감이 사라진다면 모든 예술 역시 사라질지 모릅니다. 마감생활자들은 마감 없는 일상의 홀가분함에 ...

[월간소묘: 레터] 6월의 편지, 다시 태어나기를

2023-07-03T19:33:35+09:002023-07-3|

    저는 사람은 본래 흙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면 흙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것도 틀림없다고 봅니다. _김종철,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나희덕, <문명의 바깥으로>에서 재인용>)   도시텃밭은 흙의 다정하고 위대한 만물 농사를 지켜볼 수 있는 귀중한 장소다. 이 소박하고 넉넉한 품에 안겨 흙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 ...

[월간소묘: 레터] 5월의 편지, 다정한 반복으로

2023-06-12T17:29:03+09:002023-06-1|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할 수 있으면 그건 멋진 일이 될 것만 같다.” _이소 <천변일기>   저는 불광천에서 제일 느리게 걷는 사람입니다.(이달 ‘이치코의 코스묘스’에서 이실장이 자기가 “불광천에서 제일 빨리 걷는 사람”이 되었다며 자랑을? 써놓았기에….) 매일 꾸준히 하는 일 중 하나는 출퇴근이고(주 7일…), 운 좋게도 집과 사무실 사이에 불광천이 있어 한여름이 되기 전까지는 천변 걷는 ...

[가정식 책방] 여긴 뭐하는 곳인가요?

2023-07-03T19:34:51+09:002023-05-27|

글: 정한샘   1995년에 만난 그곳은 책방임이 틀림없었다. 루이스 버즈비가 <노란 불빛의 서점>을 펴내기 10년도 전이건만 그곳을 지금 표현해 보라면 딱 ‘노란 불빛의 서점’이다. 노란 불빛과 잔잔한 음악이 감도는 그곳에는 어깨에 숄을 두른 노년의 여성이 몸에 꼭 맞는 일인용 소파에 앉아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학교에 들어가는 골목은 좁고 길었다. 그 골목에 들어서면 잠시 후 우측에서 ...

[이치코의 코스묘스] 다정한 반복

2023-05-11T17:53:00+09:002023-05-7|

모처럼 자랑거리가 생겼습니다. 이렇게 쓰고 보니 살아오면서 무슨 자랑거리가 있긴 했었나, 싶네요. 가만 보자.. 코로나 시대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뜻 맞는 동무들과 직장인 밴드를 했습니다. 참 열심히 했더랬어요. 두 종류 악기로 두 밴드를 오가며 합주실에 모여 연주를 하고 가끔은 다른 밴드들과 합동으로 장소를 빌려 공연도 하곤 했습니다. 늘그막(?)에 재미가 붙은 취미라 그런지 초창기에는 이 정도면 직업이라고 ...

[월간소묘: 레터] 4월의 편지, 꿈을 꾼다는 건

2023-05-11T18:15:30+09:002023-05-1|

    우리는 꿈의 재료로 이루어졌고, 우리의 작은 삶은 잠으로 둘러싸여 있다. _윌리엄 셰익스피어세계는 꿈이 되고, 꿈은 세계가 된다. _노발리스 (<밤을 가로질러>에서 재인용) 긴 하루의 끝에 말갛게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큼 위안을 주는 것이 없다. 미동도 없이 곤히 잠들어 있던 아이가 갑자기 잠결에 킥킥하고 익살스럽게 웃는 순간, 마음 한가득 웃음이 번진다. 도대체 아이의 눈앞에 어 ...

[소소한 산-책] 서울, 부비프

2023-06-12T13:16:20+09:002023-04-9|

글: 이치코   도로공사 우승!   무조건 이 문장으로 글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소한 산-책’이 아니라 졸업 논문이어도 그랬을 거예요. 지난 4월 6일에 열렸던 챔피언결정전 5차전은 그만큼 극적인 사건이었습니다. 배구를 안 보시는 분들을 위해 첫 문장을 풀어서 쓰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 배구단이 도드람 2022-202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흥국생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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