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리-뷰] 유코 히구치 특별展: 비밀의 숲

2024-11-29T15:11:45+09:002024-11-12|

글루미 웬즈데이. 지난 수요일은 종일 울적했습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너무 언빌리버블한 사건이라 충격이 더 컸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머리 위에 떠다니는 물음표를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정치공학이니 선거전략이니 하는 걸 따지기 전에, 유에스에이 피플은 불과 몇 년 전 일을 새카맣게 잊어버린 걸까요. 투표용지의 그쪽으로 손가락이 향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전 세계의 인민들이 그놈은 ...

[소소한 리-뷰] “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 부산국제영화제

2024-10-23T15:25:58+09:002024-10-13|

글: 이치코   집으로 가는 버스였습니다. 습관처럼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었죠. SNS에 올라온 이야기들을 건성으로 훑고 있는 눈은 초점이 흐렸고, 부지런히 화면을 밀어 올리는 손가락만 마치 기계처럼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눈에 띄거나 관심이 가는 소식은 보이지 않습니다. 간혹 있다고 해도 피곤에 지친 몸을 간신히 지탱하기에도 벅한 퇴근길에는 놓치기 십상입니다. 시간을 꼬깃꼬깃 잘 접어서 ...

[번역가의 서재, 10월의 전시] Monica Barengo Exhibition

2024-11-05T16:30:27+09:002024-10-8|

[사진: 정림 번역가]   Monica Barengo Exhibition 번역가의 서재, 10월의 전시   _ 모니카 바렌고가 그려낸 낭만적 세계 바랜 듯한 세피아톤에 색연필로 쌓아 만든 섬세한 질감의 그림이 옛 사진처럼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킵니다. 미묘하고 몽환적인 인물들, 작품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매력적인 동물과 아름다운 식물, 빈티지한 사물 묘사, 오감을 깨우고 감정을 ...

[소소한 리-뷰] 복숭아

2024-10-14T15:17:19+09:002024-09-9|

글: 이치코   가을입니다. 아직 더우시나고요? 전국적으로 30도를 웃도는 날씨를 어떻게 가을이라 부를 수 있냐고요? 9월이니까요. 계절을 나누는 기준이 모두 같을 수는 없을 겁니다. 옷장을 정리하는 일로 한 계절을 떠나보내는 이들도 있을 테고, 잠자리의 이불을 바꾸는 것으로 새로운 계절을 맞이하는 사람들도 있을 테니까요. 누군가는 아침 최저기온이나 한낮의 최고기온을 기준으로 봄과 여름을, 가을과 겨 ...

[이치코의 코스묘스] 특별 임무: 고양이 여섯을 데리고 이사하기 ②

2024-08-14T14:59:38+09:002024-08-11|

특별 임무: 고양이 여섯을 데리고 이사하기 ①편 보기   페로몬pheromone은 같은 종의 동물끼리 특정한 사회적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 배설하는 화학 물질을 말합니다. 동물, 특히 개미를 비롯한 곤충의 의사소통 수단으로 잘 알려져 있죠. 인간은 페로몬을 감지할 수 없는데, 페로몬을 수용하는 후각기관인 야콥슨 기관이 퇴화되어 흔적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고양이나 개 같은 동물은 이 기관을 사용해 페 ...

[이치코의 코스묘스] 특별 임무: 고양이 여섯을 데리고 이사하기 ①

2024-07-10T14:25:42+09:002024-07-8|

이사(移徙) [명사] 사는 곳을 다른 데로 옮김   이사는 현대적인 단어입니다. 20세기가 도래하기 전, 왕을 모시던 시절까지만 해도 일반 백성들은 마음대로 거주지를 바꿀 수가 없었습니다. 그 시절엔 이사란 개념이 없었을 수도 있습니다. 한자를 봐도 단어를 대충 만든 느낌이 있습니다. 옮길 이移에 옮길 사徙라니, 유리 유(류)琉에 유리 리(이)璃만큼이나 이상합니다. 식민지 시대가 끝나고 해방이 되었다 ...

[가정식 책방] 압정 빼어내기

2024-07-10T18:44:37+09:002024-07-7|

글: 정한샘   어렸을 때 압정을 밟은 적이 있다. 이상한 일이지만, 그 시절에는 압정이 어디에나 있었다. 당시 압정은 요즘 나오는 것처럼 다양한 모양이 아니고 납작한 모양 딱 하나여서, 바닥에 떨어지면 대부분의 경우 무섭고 뾰족한 바늘을 위로 하고 놓일 수밖에 없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나는 압정을 밟지 않으려고 고개를 빼고 조심하며 걸었다. 압정을 밟는 것은, 그것이 발바닥에 박히는 것은 당시 내가 생각할 ...

[가정식 책방] 누군가에게 집이 되어주고 싶어서

2024-06-13T17:51:48+09:002024-06-9|

글: 정한샘 집은 무엇일까. 집이란 공간은 어떤 의미일까.   나는 집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금껏 한 번도 경제적 논리의 ‘내 집’을 가져본 적 없으나 내가 머무는 모든 집을 ‘내 집’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얼마나 낡았든, 얼마나 작든, 얼마나 짧게 머물든 그곳은 나의 집이었다. 사는 동안은 마치 그곳에 평생이라도 머물 것처럼 가꾸고 돌보며 내 생활 패턴에 최적화시켜 놓았다. 여기를 보고 저기 ...

[소소한 산-책] 군산, 마리서사

2024-05-29T14:52:46+09:002024-05-12|

글: 이치코   어떤 도시는 그곳을 상징하는 계절이 있습니다. 강릉이나 속초라면 아무래도 여름이겠지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겨울 바다가 더 좋을 수도 있고, 봄부터 가을까지 제각각 다른 매력들이 있을 테지만 그래도 동해 바다라면 왠지 여름에 가야 할 것 같은 느낌, 한편으론 기세라고 불러도 좋을 분위기가 있습니다. 러시아 중앙 지역의 대표적 도시인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누가 뭐래도 겨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다 그리고 싶어” -사랑을 연습한 시간

2024-11-29T16:07:12+09:002024-05-11|

글: 신유진   엄마는 화집을 모았다. 우리는 종종 책장을 채운 화집을 꺼내 보면서 가장 좋아하는 그림과 화가를 꼽아보곤 했다. 두 사람의 취향이 비슷했던 때도 있었고, 너무 달라서 서로를 이해할 수 없었던 시간도 있었다. 파리에서 살던 시절에 헌책방에서 화집을 발견하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엄마와 함께 봤던 그림을 다시 보는 반가움 또는 향수 때문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엄마가 알려줬던 그림의 제목과 프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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