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산-책] 한낮의 바다
글 홍모야 세상의 모든 바다가 저에겐 오직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강릉. 바다가 보고 싶을 때 마음이 먼저 그곳에 가 있지요. 강릉은 제게 바다의 대명사이기도 하고 여러 안부를 확인하는 곳이기도 해요. 정이 든 장소와 건물 구석구석마다 안부를 묻습니다. 그래서 ‘한낮의 바다’에 들러요. 이곳에만 가면 교토에 있는 느낌이 들어요. 인테리어에서 풍기는 느낌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건 아마도 ...
글 홍모야 세상의 모든 바다가 저에겐 오직 하나의 이름을 가지고 있어요. 강릉. 바다가 보고 싶을 때 마음이 먼저 그곳에 가 있지요. 강릉은 제게 바다의 대명사이기도 하고 여러 안부를 확인하는 곳이기도 해요. 정이 든 장소와 건물 구석구석마다 안부를 묻습니다. 그래서 ‘한낮의 바다’에 들러요. 이곳에만 가면 교토에 있는 느낌이 들어요. 인테리어에서 풍기는 느낌만은 아닌 것 같아요. 그건 아마도 ...
얼마 전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을 읽었어요. 읽기 전엔 무슨 내용의 책인지 전혀 몰랐어요. 그래도 소설이 아니란 건 알 수 있었어요. 표지에 큼지막하게 ‘르포르타주’라고 적혀 있었으니까요. 조지 오웰의 에세이는 어떨까, 하는 궁금증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마치 조지 오웰의 소설에 대해서는 제법 아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동물농장>이나 <1984>의 목차도 펼쳐 ...
손님이 직접 구입한 책을 들고 있는 사진이 SNS 계정에 꾸준히 올라오는 서점이 있습니다. 오후의 소묘 책도 종종 등장한 터라 그 사이 내적 친밀감이 생긴 ‘번역가의 서재’인데요. 한적한 주택가를 걷다 적벽돌 건물 2층 유리창 너머로 따듯한 조명과 서가가 보이자 벌써 아늑한 기분이 듭니다. 계단 몇 개를 올라 문을 열고는 조용한 책방에서 그만 탄성을 내지를 뻔했어요. 입구 오른편 카운터의 전면서가에 놓 ...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얘길 나누다가 오후의 소묘에 관해 설명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 어떤 책을 만들고 있는지, 지금까지 몇 권이 출간되었는지, 책이 어느 정도 팔리는지 등에 대한 간단한 얘기였어요. 친구가 책에, 특히나 그림책엔 별 관심이 없어서 자세하게 설명할 만한 건 없었어요. 그저 대화의 중간에 안부처럼 몇 마디가 오갔을 뿐이고 ‘올해는 에세이 책들도 내보려고 해.’라며 얘기를 마칠 참이었죠. ...
“눈이 내리면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변해요.” 날마다 마주하는 주변의 일상적인 것들, 집, 정원, 차,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 그 모든 것 위로 눈이 덮일 때, 흰색의 베일이 그들의 모습을 감각적이고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눈은 가리고 숨김으로써 새로운 것에 놀라고 기뻐하는 아이의 마음을 모두에게 선사해요. 단순한 자연의 요소가 지닌 이 힘은 마법과 같죠. ...
12월 25일. 대청소를 하고 신간 그림책 <눈의 시>를 역자 두 분과 디자이너께 부치고 나니 날이 어둑해졌어요. 집으로 곧장 들어오지 않고 망원으로 향했습니다. 좋아하는 디저트 가게에서 마카롱을 사고, 그날도 열었다는 작은 책방으로 발을 옮겼어요. 북적이는 시장통에서 골목 하나만 돌아 들어가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로 바뀌어요. 작은 불빛을 따라가니, 소박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먼저 인사를 건네는 ...
꼬박 열두 달이 지났네요. 작년 2월의 첫 편지 ‘생기’에 실렸던, 오후의 소묘의 로고가 된 히루 사진을 넣은 글을 시작으로 해서 어느새 열두 번째 편지에 담을 이야기까지 왔어요. 연재가 길어지다 보니 도대체 무슨 말을 했던가, 가물거릴 때가 많아졌지만 제 출생의 비밀(?)에 관해 말씀드렸다는 사실은 기억하고 있어요. 저는 말이에요, 어떻게 보자면 식상한 환경에서 태어났어요. 경상도 어느 시골이 고향인 남자이 ...
오후의 소묘는 지난해 4월부터 여섯 권의 그림책을 펴냈지요. <섬 위의 주먹>을 시작으로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책 시리즈 4종을 완간하고 <아홉 번째 여행>과 <허락 없는 외출>까지 국내 작가의 그림책 두 권을 이어서 소개했는데요. 저희 책 이야기는 인스타그램에서 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고, 이달의 편지에서는 연말정산으로 저희 책을 제외한 국내 출간 도서 중 제가 올해 처음 읽은 ...
올해 마지막 산책 글에서까지 코로나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황망한 마음입니다만, 다행이랄지 상황이 급변하기 전 숨을 돌리러 나선 길에 서점 한곳을 다녀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시월의 산책에서 소개한 온라인서점을 재방문했습니다. /11월에는 책동네에서 모바일북페스티벌이 열렸고 저희 역자이자 그림책 에세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저자인 무루님의 라이브 북토크 행사가 있었어요. ...
글 휘리 2018년에 독립출판물로 만들었던 <허락 없는 외출>. 좋은 기회를 만나 2020년 출판사를 통해 다시 나오게 됐다. 혼자 책을 만들 때는 대량인쇄를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인쇄할 수 있는 방식을 택해왔다. 역시 이 책도 재고가 두려워 소량인쇄로 만든 책 중 하나였기 때문에, 단가가 부담되어 서서히 그만 만들려던 참이었다. 그러던 2020년 늦봄, 오후의 소묘 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