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소묘 2019년 시월의 첫 편지

사랑의 물성

시월의 소묘 첫 상자에는 아름다운 커버에 싸인 일곱 편의 반짝이는 소설과 다섯 산지의 일곱 가지 원두를 블렌딩한 커피를 담았습니다. 책을 펼칠 때마다, 커피를 마실 때마다, 다른 모양의 사랑이 만져지는 감각- 닿기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전합니다.

언젠가 우리는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게 되겠지만, 그렇게 먼 미래에도 누군가는 외롭고 고독하며 닿기를 갈망할 것이다. 어디서 어느 시대를 살아가든 서로를 이해하려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싶다.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작가의 말

 

월간 소묘 2019년 시월의 편지

사랑의 물성

떠나겠다고 대답할 때 그는 내가 보았던 그의 수많은 불행의 얼굴들 중 가장 나은 미소를 짓고 있었지.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 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 거야.

-김초엽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끝나지 않을 듯한 로스팅의 나날이 이어지다 보면 커피 냄새도 맡기 힘들 때가 간혹 있어요. 이번엔 향을 느끼는 데 모든 감각 세포를 끌어모았습니다. 풀빛 생두가 갈색빛 원두로 빵처럼 부풀면 행복도 부풀었어요. 사랑의 향과 맛일까요. 나누게 되어 기쁜 마음으로 온두라스 2019 C.O.E 2위에 오른 커피를 전합니다. 커피잔 너머의 미소를 그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