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소묘 2019년 7월 첫 편지

푸른 접시

유독 서늘하게 느껴지는 여름입니다. 그래도 역시 아이스 커피지요? 르완다 CoE 셀렉 커피를 전해요. 얼음을 가득 채운 ‘유리잔 안에서 얼음이 무너’(銀)짐을 목격하며 물방울 맺힌 잔으로 들어가고 싶어집니다. 커피잔 옆 여름 과일을 가득 올린 푸른 접시도 비워내고 보면 ‘잘 고인 바닥이 출렁’(어떤 접신)이는 듯해요. 다이빙의 충동으로 몸이 들썩입니다. 여름은 계절의 꼭대기 같아요. 잘 하강하는 일, 낙하의 시간을 오롯이 누리는 일, 조금 더 오래 날고 수말은 조금 덜 일으키며 마침내 수면을 가로지르는 일을 연습하는 장소일까요.

아직 채워지지 않은 풀장에 다이빙하고 싶어

수박을 던지면 젖살 같은 과육이 흩어졌다

어기면서 지킬 것들을 만들어가는

우리들은 매번 덜 익은 계절

-김영미, ‘파수’, 『맑고 높은 나의 이마』

 

월간 소묘 2019년 7월 두 번째 편지

푸른 접시

여름은 ‘혼자’의 계절일까요. 붙어 있기보다 멀리 떨어져 있어야 좋은. 여름의 마지막 커피는 과테말라 외딴 마을의 작은 농장 ‘라 솔레다드’(외로움)로부터 전해요. 농장주인 다비드는 이렇게 말합니다. “농장은 작고 자원은 적죠. 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창조하는 데엔 큰 기회가 있어요. 사람들이 아주 멋지고 맛있는 커피를 발견할 기회 말이죠.” 고독 속에서 탄생한 여름의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섬과 섬이 이어지는 푸르고 그리운 기분을 머금어보아요. :)

안녕, 안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 여행자의 언어

여름의 섬 호수의 겨울 / 첫, 비행기, 기차역, 숙소, 인사

다시 찾은 적 없지만 / 다시 가기 위해 나는

숙소마다 여행 가방을 두고 오곤 했다

-김영미, ‘객의 하우스’, 『맑고 높은 나의 이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