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소묘 2019년 십이월의 편지

어쩌면 그건

“바람이 몹시 불던 날 ……

모든 것이 조용히 흘러간다”

-전미화 『어쩌면 그건』

바람이 몹시 불던 날들을 지내고 보니 어느덧 마지막 달이네요. 작은 잔을 앞에 놓고 지난 계절을 채우고 비워요. 하루하루가 산이 되고 강이 되고 또 바다가 되는 풍경이 잔 속에서 조용히 흘러갑니다.

십이월의 첫 커피는 차를 닮았어요. 은은한 오렌지와 베르가못 향이 작은 기쁨이 되어주고요. 저는 큰 기쁨으로 오후의 소묘 세 번째 그림책 함께 전합니다.

 

월간 소묘 2019년 십이월의 편지

어쩌면 그건

“ 쏟아지는 햇볕과 부드러운 바람, 달콤하게 익어 가는 포도 향기에 사신은 현기증을 느꼈습니다.

…… 그것은 생의 맛이었어요.”

-안나마리아 고치, 비올레타 로피즈 『할머니의 팡도르』

사신이 처음 느낀 생의 맛은 전미화 그림책 『어쩌면 그건』 에 그려진 풍경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요. 움직이는 산, 흔들리는 나무, 고요한 바닷속, 흘러가는 구름, 바람, 시간 …… 삶.

[월간 소묘]가 그동안 전한 것은 커피와 책이지만, 우리가 함께 나눈 것은 삶의 다양한 풍경이었을 거예요. 또 다른 풍경으로 만나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