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소묘 2019년 유월 첫 편지

여름 안에

“사진에는 항상 시선을 붙잡는 디테일이 있다. 다른 것들보다 마음을 더 동요시키는 디테일, … 바로 눈부시게 하얀 뮬 한 켤레. 한쪽이 다른 한쪽 뒤를 따라 걷는 것 같다. 어느 저녁, 정원에서 식사를 했다. 그것이 계단을 내려오던 모습을 떠올린다. 우리들의 여름 풀밭 위의 저녁 식사를 위한.”

-아니 에르노『사진의 용도』

하얀 뮬, 분홍빛 로브. 여름 풀밭 위의 식사에 어울리는 생기 넘치는 커피와 모든 것이 지나간 후 그 장면을 회상하는 내밀한 글의 간극이 유월의 한낮과 한밤처럼 멀고도 가까워요. 욕망과 폐허로 짠 타인의 흔적을 나의 것처럼 입고, 쓰고, 살아가는 날들이 여름의 틈에서만은 언제나 더 비밀스럽고 비현실적으로 반짝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월간 소묘 2019년 유월 두 번째 편지

여름 안에

어느 계절보다 여름에 더욱 제철 음식을 찾게 됩니다. 커피에도 철이 있어요. 아직 달도 채우지 않은 뉴크롭으로 로스팅했습니다. 콜롬비아 스페셜티 농부 연합이 생산한 커피로 스페셜티 대회에서 세 번에 걸쳐 1위를 차지했어요. 이들 연합은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 커피의 질을 높이는 일과 다르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들의 신념과 가치를 응원하며 이번 커피를 전해요.

“나는 삶이 글의 ‘소재’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나만이 쓸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라는 이 생각조차 실제 내 삶에 의해 부여된 텍스트를 의미한다. 나는 우리가 쓰고 있는 이 글을 절대 예상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삶으로부터 나왔다.”

-아니 에르노 『사진의 용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