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소묘 2019년 9월의 첫 편지

마음의 지도

“이 세계에 있는 모든 도시들과 마을들은 꿈이 아닐까요. 그곳에는 그곳만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를 만들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있어요. 모르는 장소와 모르는 사람들은 일종의 꿈이라는 생각.”

-허수경 『너 없이 걸었다』

새롭게 시작하는 구월에는 오후의 소묘 두 번째 그림책 『마음의 지도』와 같은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글 작가가 브라질 시인이라 브라질 커피를 골라보았어요. 이런 단순함에 멋쩍어지기도 하지만, 마침 구월과도 잘 어울립니다. 여름과 가을의 경계에서 차분하게 들끓는 마음을 닮았달까요. 허수경 시인의 에세이도 그렇습니다. 펼쳐본 지도는 꿈처럼 낯선 장소들로 가득하지만 커피 한 잔 비우고 책을 덮을 즈음엔 어느새 내 마음 한구석에서 이야기를 엮고 있어요.

 

월간 소묘 2019년 9월의 편지

마음의 지도

네 가지 재료, / 진심으로 가져다두었네, / 삶을 짓고, / 세계를 건설하네

레몬에서 짜내는 즙이 많은 별, / 쓴 것은 삶의 /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씨앗

지금 설탕의 / 달래주는 즙과 함께 / 쓰고도 타오르는 / 힘을 길들여라,

-프리드리히 실러 <펀치의 노래> 중에서,

허수경 『너 없이 걸었다』

레몬과 설탕, 물과 정신의 힘으로 만든 실러의 펀치를 떠올리며 커피를 볶았습니다. 밤에서 아침으로, 낮에서 밤으로, 경계의 하늘에서 타오르는 주황빛을 닮은 듯도 해요. 오늘을 시작하는 마음, 오늘을 닫는 마음에 힘이 되어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