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소묘 2019년 5월 첫 편지

아주 작은 세계

“이름을 알지 못하는 커다란 나무가 창밖에서 나를 바라본다. 새들이 각기 다른 소리로 끊임없이 지저귄다. 사람들이 왜 나무를, 새들을, 꽃을, …자연을 가까이 두려 하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다. 무척 자연스러운 기분이 든다.”

-한수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작고 낡은 집의 큰 창으로 드는 오월의 아름다움이 분주한 마음에 쉼표가 되어줍니다.

월간 소묘 1주년을 맞았어요. 첫 오월의 소묘 커피인 블랙캣 탄을 오마주한 이번 커피는 푸른 정원에서 새들을 쫓아 뛰노는 블랙캣 디아볼라예요. 리틀 바이 리틀-천천히 가득 내려 조금씩 홀짝이다, 다 식어버린 것에 또 우유를 부어 마셔보세요. 무척 자연스러운 기분이 들 거예요. :)

 

월간 소묘 2019년 5월 두 번째 편지

아주 작은 세계

‘오묘한 독서’라는 이름으로 소설 읽기와 인문 에세이 읽기 모임을 꾸려오고 있습니다. 오월의 소설책으로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을 읽었어요. 서로가 꼽은 문장을 나누다 보면 어떤 문장은 겹치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 몸 안에 성냥갑 하나씩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혼자서는 그 성냥에 불을 당길 수 없다고 하셨죠.” 소설은 자신의 불꽃을 일으켜줄 것들을 찾으라고 말해요. 하지만 이런 경고도 빼놓지 않습니다. “하나씩 켜도록 주의해야 해요.” 한꺼번에 타오르면 영혼이 축 쳐진 몸을 두고 떠날 거라고 말예요. 새콤달콤 쌉싸름한 케냐 싱글 커피가 성냥 하나쯤 밝혀준다면 좋겠습니다 ;)

“저는 천천히 일해요.”

그렇지, 천천히 해야 오래 할 수 있다.

-한수희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