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식 책방] 서점원Q가 보내는 11월의 편지

2023-12-11T15:50:09+09:002023-12-11|

글: 정한샘   서울에 나올 일이 많지는 않은데요, 기꺼이 게으른 발걸음을 옮기는 때가 있다면 오랜 친구를 만나 마음에 있는 짐을 모두 털어놓는 날입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고요. 지금 저는 친구가 자신을 기다리라고 지정해 준, 친구가 사는 동네에 있는 빵집에 앉아 작은 종이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제 손에는 세 번째 읽는 11월의 책이 들려 있고요.)   이 빵집은 매일 8시에 그날 새벽에 준비한 빵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첫눈 오던 날

2023-12-11T15:49:47+09:002023-12-11|

글: 신유진   눈이 왔다. 이른 아침에 하얗게 눈 덮인 동네를 산책하다가 새끼를 낳은 개를 봤다. 빈집에서 어미 개가 새끼 강아지들을 품고 있었다. 유기견 센터에 신고는 하지 않았고(보호소에 데려다줬던 강아지가 안락사 대상이 된 이후로 절대 신고하지 않는다), 대신 어미 개가 누운 곳에 반려견이 먹던 사료를 놓아뒀다. 어미 개는 새끼들을 두고 혼자 나와 밥을 먹었고, 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자리 ...

[소소한 산-책] 부산, 스테레오북스/비온후책방

2023-11-14T15:13:32+09:002023-11-12|

글: 이치코   구독 중인 뉴스레터(마이 마인드풀 다이어리)의 글을 읽다가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정부24에서 초중고 시절 생활기록부를 다시 볼 수 있다길래 다운 받아보았다.” 오잉! 정부24 사이트에서 저런 것까지 서비스한다고? 부랴부랴 잊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아서 로그인해 보았습니다. 정말로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학교(유치원) 생활기록부 증명’이라는 이름의 메뉴가 있더군요. 학교 이름을 바로 ...

[가정식 책방] 작은 일렁임이 파도가 될 때까지

2023-11-14T15:09:59+09:002023-11-11|

글: 정한샘   어릴 때는 책을 참 좋아했어요. 좋아해서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언제부터 안 읽었는지. 고등학교 이후로는 읽은 책이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런데 다시 읽고 싶어요.   처음 책을 사러 와 말하던 ㅅ의 눈빛이 기억난다. 저 말을 건네기 전 꼼꼼하게 서가를 둘러보던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다시 책을 읽겠구나. 좋아하게 되겠구나. 그 세계로 다시 들어갈 책을 추천해 주고 ...

[이치코의 코스묘스] 선물 같은 시간

2023-10-10T17:06:39+09:002023-10-9|

“이렇게 날이 무덥기 전의 일입니다만 나는 이번 여름에 고양이를 잃었습니다. 이제부터는 매일을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고양이와 시간을 보내세요. 병원에서 느닷없이 그런 조언을 받고 돌아와 보름도 되지 않아 겪은 일입니다. ”   <채널예스> 100호 특집에 실린 황정은 선생님의 글*을 읽다가 이 문단에서 더 나가지 못하고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마음이었을까? 어떻게 견디고 계실까? ...

[가정식 책방] 오늘은 대목

2023-10-10T17:04:27+09:002023-10-8|

글: 정한샘   큰 명절이다.* 퍼지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해 민족 대이동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이미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영화가 나오는 화면을 틀어놓고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한 채 무료한 연휴를 보내지 않으려나. 그렇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명절 당일만 쉬고 명절 다음날에는 문을 열어야겠다. 요즘은 세배도 원격으로 하고, 세뱃돈도 온라인 송금으로 받는 시대가 아닌가. 그러니 넉넉해진 마음으로 책방 ...

[소소한 산-책] 서울, 조이책방 (조용한 이야기 책방 다방)

2023-09-12T17:02:10+09:002023-09-10|

글: 이치코   영화 <오펜하이머>가 CG 없이 핵폭발 장면을 재현했다는 얘기가 들리길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진짜 핵폭발을 일으킨 걸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라면.. 아니지, 아무리 놀란 감독이라고 해도 그럴 리는 없겠죠. 또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자들 이름과 관계를 공부(?)하고 가야 재밌게 볼 수 있다, 핵폭탄 개발이나 양자역학에 관한 ...

[가정식 책방] 밤과 밤

2023-09-12T17:00:48+09:002023-09-9|

글: 정한샘   어렸을 때 엄마는 자주 밤을 삶았다. 이 작업은 주로 해가 진 후 방 안에서 이루어졌다. 삶은 밤의 두꺼운 겉껍질을 까는 건 나와 언니의 몫이었다. 푹 삶은 밤의 겉껍질은 두껍긴 해도 전혀 딱딱하지 않아, 갈라져 있는 뾰족한 끝을 잡고 엄마가 미리 내어둔 칼집 방향을 따라 아래로 죽 당기면 쉽게 벗겨졌다. 벗긴 밤을 엄마 앞에 놓인 나무 도마 위에 쌓아 놓으면 엄마는 작은 칼로 속껍질 ...

[이치코의 코스묘스] 치코의 일기

2023-08-29T15:10:43+09:002023-08-13|

나는 치코다. 봉산육묘 중 귀여움(!)을 담당하고 있는 고양이 치코, 그러니까 이것은 본인등판이다.   본인등판!   대봉이 형아가 책을 냈다고 해서 읽어봤다. 형아는 나랑 많이 닮았다. 사실 외모는 오즈가 더 닮긴 했지만 나는 형아랑 운명적으로다가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 그 뭐더라, 소울 메이트? 우리는 둘 다 집안의 기둥이다. 아니 집안 그 자체다. 여러 인간들이 봉산아랫집에 놀러, 실제로는 우리 육묘 ...

[가정식 책방] 기다리는 일

2023-10-10T17:04:59+09:002023-08-7|

글: 정한샘   출근하기 싫은 날이 있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삶이 아닌, 책이라는 물건을 파는 삶이 나를 온통 지배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아침이 가끔 찾아온다.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곳으로 들어가 내 정신이 수용할 수 있는 양을 넘어선 책들을 상대하는 매일의 삶이 갑자기 버겁게 느껴지는 날. 그런 날이면 책방을 하겠다는 사람은 말리고 싶다던 수많은 책방 선배님들의 글과 말이 손에 손을 잡고 ...

Go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