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산-책] 군산, 마리서사

2024-05-29T14:52:46+09:002024-05-12|

글: 이치코   어떤 도시는 그곳을 상징하는 계절이 있습니다. 강릉이나 속초라면 아무래도 여름이겠지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겨울 바다가 더 좋을 수도 있고, 봄부터 가을까지 제각각 다른 매력들이 있을 테지만 그래도 동해 바다라면 왠지 여름에 가야 할 것 같은 느낌, 한편으론 기세라고 불러도 좋을 분위기가 있습니다. 러시아 중앙 지역의 대표적 도시인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별명에 걸맞게 누가 뭐래도 겨 ...

[가정식 책방] 4월의 책을 보내는 마음

2024-05-15T15:41:43+09:002024-05-11|

글: 정한샘   “전라도에 페미까지 대박이네요… 저는 믿고 거르겠습니다.”   책방을 열고 한 해가 막 지났을 무렵 한 일간지의 인터뷰에 응한 적이 있다.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착안한 코너였는데, 나만의 방을 꾸려나가는 여성 자영업자들을 만나는 기획이라고 했다. 기사는 인터뷰어가 책방을 보고 느낀 내용과 질문으로 이루어졌다. 주요 질문이 책방을 어떤 책으로 채웠냐는 ...

[가정식 책방] 기뻤어, 기뻤어, 기뻤어

2024-04-08T16:02:36+09:002024-04-8|

글: 정한샘   상실을 겪고 있는 친구에게 선물할 책을 추천해 달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어떤 책을 권했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뭘 안다고. 누군가를 잃고 살아가는 일에 대해 대체 뭘 안다고 책을 골라 추천했을까. 그때와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 마음을 짐작만 하던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그 아픔을 감히 모르고 책을 고르던 때로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죽음으로 인한 이 ...

[가정식 책방] 보이지 않는 곳에서

2024-01-08T15:29:59+09:002024-01-7|

글: 정한샘   어두운 공간을 목소리가 채운다. 단어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꽂혀 와 숨을 쉴 타이밍을 자꾸 놓친다. 이어지는 첼로와 기타의 선율에 참았던 숨을 뱉는다. 낭독과 클래식 음악이 함께 하는 이 시간을 위해 책방 문을 닫자마자 고속도로를 달렸다. 낭독이 이루어질 책은 포르투갈의 극작가이자 연극 연출가인 티아구 호드리게스가 쓴 희곡집 《소프루》이고 그에 맞는 음악을 첼로와 클래식 기타가 연주해 줄 것이었 ...

[가정식 책방] 서점원Q가 보내는 11월의 편지

2023-12-11T15:50:09+09:002023-12-11|

글: 정한샘   서울에 나올 일이 많지는 않은데요, 기꺼이 게으른 발걸음을 옮기는 때가 있다면 오랜 친구를 만나 마음에 있는 짐을 모두 털어놓는 날입니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고요. 지금 저는 친구가 자신을 기다리라고 지정해 준, 친구가 사는 동네에 있는 빵집에 앉아 작은 종이에 이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제 손에는 세 번째 읽는 11월의 책이 들려 있고요.)   이 빵집은 매일 8시에 그날 새벽에 준비한 빵 ...

[소소한 산-책] 부산, 스테레오북스/비온후책방

2023-11-14T15:13:32+09:002023-11-12|

글: 이치코   구독 중인 뉴스레터(마이 마인드풀 다이어리)의 글을 읽다가 신기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정부24에서 초중고 시절 생활기록부를 다시 볼 수 있다길래 다운 받아보았다.” 오잉! 정부24 사이트에서 저런 것까지 서비스한다고? 부랴부랴 잊었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찾아서 로그인해 보았습니다. 정말로 ‘유치원 및 초중등학교 학교(유치원) 생활기록부 증명’이라는 이름의 메뉴가 있더군요. 학교 이름을 바로 ...

[가정식 책방] 작은 일렁임이 파도가 될 때까지

2023-11-14T15:09:59+09:002023-11-11|

글: 정한샘   어릴 때는 책을 참 좋아했어요. 좋아해서 많이 읽었던 것 같은데, 모르겠어요. 언제부터 안 읽었는지. 고등학교 이후로는 읽은 책이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런데 다시 읽고 싶어요.   처음 책을 사러 와 말하던 ㅅ의 눈빛이 기억난다. 저 말을 건네기 전 꼼꼼하게 서가를 둘러보던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이 사람은 다시 책을 읽겠구나. 좋아하게 되겠구나. 그 세계로 다시 들어갈 책을 추천해 주고 ...

[가정식 책방] 오늘은 대목

2023-10-10T17:04:27+09:002023-10-8|

글: 정한샘   큰 명절이다.* 퍼지고 있는 바이러스로 인해 민족 대이동은 없을 것이다. 대부분 이미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영화가 나오는 화면을 틀어놓고 스마트폰에 눈을 고정한 채 무료한 연휴를 보내지 않으려나. 그렇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지. 명절 당일만 쉬고 명절 다음날에는 문을 열어야겠다. 요즘은 세배도 원격으로 하고, 세뱃돈도 온라인 송금으로 받는 시대가 아닌가. 그러니 넉넉해진 마음으로 책방 ...

[소소한 산-책] 서울, 조이책방 (조용한 이야기 책방 다방)

2023-09-12T17:02:10+09:002023-09-10|

글: 이치코   영화 <오펜하이머>가 CG 없이 핵폭발 장면을 재현했다는 얘기가 들리길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 진짜 핵폭발을 일으킨 걸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라면.. 아니지, 아무리 놀란 감독이라고 해도 그럴 리는 없겠죠. 또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오펜하이머>는 영화에 등장하는 과학자들 이름과 관계를 공부(?)하고 가야 재밌게 볼 수 있다, 핵폭탄 개발이나 양자역학에 관한 ...

[가정식 책방] 밤과 밤

2023-09-12T17:00:48+09:002023-09-9|

글: 정한샘   어렸을 때 엄마는 자주 밤을 삶았다. 이 작업은 주로 해가 진 후 방 안에서 이루어졌다. 삶은 밤의 두꺼운 겉껍질을 까는 건 나와 언니의 몫이었다. 푹 삶은 밤의 겉껍질은 두껍긴 해도 전혀 딱딱하지 않아, 갈라져 있는 뾰족한 끝을 잡고 엄마가 미리 내어둔 칼집 방향을 따라 아래로 죽 당기면 쉽게 벗겨졌다. 벗긴 밤을 엄마 앞에 놓인 나무 도마 위에 쌓아 놓으면 엄마는 작은 칼로 속껍질 ...

Go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