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책장으로부터] 나와 엄마와 마릴린 먼로 2

2023-11-14T15:10:11+09:002023-11-11|

글: 신유진   금발머리 여자가 수술대 위에 누워 있다. 세상에 나오지 못한 아기의 목소리가 들린다. 여자의 모든 결핍에는 아버지의 부재가, 불행의 근원에는 임신중지 수술이 있다. 여자는 현실이 컷 없는 영화 같다고 느낀다. 금발의 여자는 두 개의 이름, 노마 진과 마릴린 먼로 사이에서 갈등한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블론드》를 각색한 영화, 〈블론드〉의 이야기이다.   그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오르는 장면이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나와 엄마와 마릴린 먼로 1

2023-11-14T15:06:18+09:002023-10-8|

글: 신유진   나는 ‘여성의 텍스트’라 불리는 글들을 편애한다. 그런 글들은 기억이나 장소, 몸이나 질병, 하다못해 개를 이야기할 때도 언제나 여성의 이야기로 되돌아온다. 내가 여성이기에 동병상련의 입장으로 그런 책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의 서사가 더 특별하다 여겨서도 아니다. 그저 그런 이야기들이 글로 쓰이는 게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할 뿐. 말로 다 하지 못한 것, 말에 갇힐 수 있는 것, 그런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맨발로 걷는다

2023-10-10T16:47:46+09:002023-09-9|

글: 신유진   엄마는 사계절 내내 맨발로 다닌다. 겨울에도 양말 신은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엄마의 발은 햇빛과 흙과 굳은살로 누런빛이 돈다. 그 발로 여름에는 슬리퍼를 겨울에는 운동화를 구겨 신고, 집에서 시장을 통과해 몇십 년째 일하는 가게까지 딱 5분 거리를 걷는다. 사람의 일평생이 그 5분 거리에 다 있는 것처럼. 느리고 무거운 걸음으로. 시장에 있는 가게가 엄마의 일터가 된 것은 아빠의 사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갈망 혹은 비명

2023-10-10T16:46:49+09:002023-08-7|

글: 신유진   “제가 원하는 것은 생명이 유동하는 것, 매일매일 변하는 것, 어떤 새로운 것, 습관적인 것인데! 미칠 듯한 순간, 세계와 자아가 합일되는 느낌을 주는 찰나, 충만한 가득 찬 순간 등 손에 영원히 안 잡히는 것들이 나의 갈망의 대상입니다.”*   전혜린의 편지다. 엄마의 책에도 내 책에도 이 구절에 밑줄이 그어져 있다. 우리는 각자의 장소에서 전혜린을 읽었다. 엄마는 건넌방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건넌방

2023-07-03T19:34:43+09:002023-07-3|

글: 신유진   이야기는 건넌방에서 시작됐다. 작은 창으로 세상이 손바닥만 하게 보이던 방, 그 건넌방에 스물세 살의 여자와 아기가 있었다. 여자는 몇 날 며칠 잠을 자지 않았다. 누운 아기를 보면 무서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잠든 사이,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밥을 먹는 사이, 여자는 아기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을까 봐, 작은 몸이 부서질까 봐 두려웠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출산을 죄책감이라고 ...

차를 담는 시간

2023-02-22T17:50:35+09:002023-02-20|

    차를 담는 시간 토림도예 도예가 노트   김유미 지음   발행일 2023년 2월 20일 | 양장본 130*195 | 216쪽 | 값 17,000원 작가노트 시리즈 | ISBN 979-11-91744-20-0 04810 (979-11-91744-02-6 세트) | 분야 에세이         물레 앞에서, 차실에서, 자연과 계절 속에서 ...

『우울이라 쓰지 않고』 낭독 – 햇밤

2022-11-21T14:57:19+09:002022-11-21|

https://youtu.be/LwBnepYgYIY   <우울이라 쓰지 않고>의 문이영 작가가 직접 책을 낭독합니다.   ─ '햇밤' 중에서   [∙∙∙]   낮에 있었던 일이다. 장을 보러 갔는데 처음 보는 아저씨가 햇밤을 팔고 있었다. 한 바구니에 오천 원. 굵은 펜으로 눌러 쓴 글씨 뒤로 바구니 가득 담긴 밤을 보면서, 밤이 나오다니 정말 가을이구나 생각했다 ...

『우울이라 쓰지 않고』 낭독 – 프롤로그

2022-11-09T17:43:03+09:002022-11-9|

https://www.youtube.com/watch?v=OXB5k8OJU8A   <우울이라 쓰지 않고>의 문이영 작가가 직접 책을 낭독합니다.   ─ 프롤로그   사람들은 우울을 싫어한다. 사실은 우울이 주는 취약한 느낌을 싫어하는 것이다. 우울이 저마다 외면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어떤 면, 무력하고 의기소침한 모습을 일깨우기 때문에. 우울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

우울이라 쓰지 않고

2022-11-02T14:34:45+09:002022-10-31|

  우울이라 쓰지 않고 문이영 지음   발행일 2022년 10월 31일 | 무선 120*185 | 200쪽 | 210g | 값 16,000원 마음의 지도 시리즈 | 분야 에세이 | ISBN 979-11-91744-17-0 04810 (979-11-91744-16-3 세트)         “우울을 데리고 먼 데까지 갔다”   오래 내디딘 걸음과 섬세 ...

고유한 순간들

2022-08-30T18:23:30+09:002021-11-1|

    고유한 순간들 사루비아 다방 티 블렌더 노트   김인 지음   발행일 2021년 11월 1일 | 양장본 130*195 | 208쪽 | 320g | 값 16,000원 작가노트 시리즈 | ISBN 979-11-91744-03-3 04810 (979-11-91744-02-6 세트) | 분야 에세이         “향미는 이미지들의 결합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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