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산-책] 서울, 노말에이
글: 이치코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 비는 내리고 …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 이 노래 가사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정태춘, 박은옥 두 선생님이 만들고 부른 <92년 장마, 종로에서& ...
글: 이치코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는 사람들 / 탑골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 건너 빌딩의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 비는 내리고 …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 이 노래 가사를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까요? 정태춘, 박은옥 두 선생님이 만들고 부른 <92년 장마, 종로에서& ...
/ 나의 전시회 나는 고양이 화가예요. 그림을 그리는 고양이 화가. 책상 위에 그림들이 쌓여갑니다. 나는 못 본 척 그것들을 구석에 밀어두었어요. 어쩔 수 없어요. 누군가 좋아해주길 기다릴 수 밖에 없어요. 꿀벌은 나가서 그림을 팔아보는 건 어떠냐고 조심스레 얘기했지만 그러면 그 시간 동안 그림을 그릴 수 없는걸요. 그림 그리지 않는 것과 파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그림을 그리지 않는 건 힘 ...
글: 이치코 이번엔 구미에 있는 삼일문고에 산책을 다녀왔어요. 지난달 속초의 동아서점에 이어 조금 멀리 움직였네요. ‘소소한 산-책’을 나갈 서점을 고르는 기준에 충실히 따르다 보니 그렇게 되었어요. 책에 관심이 있고 덩달아 서점에 가는 일까지 좋아하는 분들이시라면 몇 년 전부터 자신의 생활권 혹은 인접한 생활권에 작은 서점이 많이 생겼다는 걸 체감하실 거예요. 독립서점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동네서 ...
오늘도 그려낸 그림이 모두 팔리는 상상을 합니다. 살림이 넉넉해져서 물감 하나당 붓 하나를 씁니다. 지금은 붓 한 개로 모든 물감을 쓰고 있어요. 붓에 남은 물감을 닦아내거나 어두운 색을 쓰다가 흰 물감을 쓸 때 좀 난감하기도 합니다. 어두운 색은 한참을 빨아도 지워지지 않아서 흰색을 위한 붓이 필요할 때가 있거든요. 색깔별로 붓을 사두면 분명 편할 거예요.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다리 건너 잡화점 ...
비밀한 언어, 꽃들의 말 번역가의 서재, 칠월의 전시 — 꽃말은 이제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는 공개적이고 약속된 언어지만, 꽃말을 알고 그 의미를 전하고자 누군가에게 꽃을 건네는 순간에는 비밀한 언어로 모습을 바꿉니다. 요안나 콘세이요가 삽화를 그린 어른을 위한 동화 <꽃들의 말>은 세 가지 꽃말로부터 시작된 이야기예요. 그리고 첫 번째 꽃 자줏빛 튤립과 두 번째인 하얀 ...
/ 잔뜩 흐리고 추운, 정말이지 이상한 유월의 첫날이었지만 마침내 도착한 동아서점은 밝고 따뜻했습니다. 하얀 외관에 나무로 포인트를 주었는데 내부도 꼭 같은 느낌으로 이어졌어요. 처음 들어선 곳인데도 몇 번이고 왔던 곳처럼 편안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어릴 적 다니던 서점 생각이 나기도 하고요. 문을 열면 오른편에 옹기종기 모인 식물들 옆으로 특별한 자리가 눈에 듭니다. 책이 빽빽이 꽂힌 책장 앞에서 찍은 가족 ...
나는 고양이 화가예요. 작업실에 나가 그림을 그립니다. 그림을 매일 그려요. 매일매일 그려요. 나는 아주 오랫동안 그림을 그려왔어요. 그림만 그려대면 나는 세상에서 제일가는 고양이화가가 될 거예요. 누군가는 알아줄 거예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벌어 성을 살 거예요. 나만의 성에서 나는 발가벗고 그림을 그릴 거예요. 아직 그만큼의 돈은 못 벌지만요. 나는 가끔 그림을 팔아 꽃 한 송이를 살 만큼의 돈 ...
10여 년 전이었나요, 어쩌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신문이 사라질 거란 말들이 등장했었더랬어요. 책과 더불어서요. 물론 여기서 신문과 책은 종이신문과 종이책을 말하는 거죠. 그런데 책의 입장에서는 신문과 함께 친구(?) 사이로 엮였던 게 조금은 억울했을 것 같아요. 종이책의 판매량이 그때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여전히 종이에 인쇄된 형태로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으니까요. 반면에 신문은, 종 ...
1부 책방 산책 4월에 한낮의 바다를 보러 동쪽으로 가기로 했던 애초의 계획을 접고 서로 갔습니다. 인천의 책방 모도를 다녀왔어요. 우리가 어떤 장소, 공간을 기억하거나 그곳에 관한 인상을 가질 때 내부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외부도 크게 영향을 끼칠 것이에요. 외관뿐 아니라 그곳에 이르는 환경까지도 말이죠. 우리는 늘 외부로부터 내부로 향하게 되니까요. 책방 모도로 가는 길은 내내 설렜습니다. 낮은 ...
정치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에요. 그건 재미없잖아요. 많은 사람이 정치적 견해 혹은 사건에 대해 (특히 선거철만 되면) 키보드가 부서져라 열변을 토하곤 하는데, 그렇게 에너지를 쏟을 만큼 중요한 것이라 생각지도 않아요. 단지 어떤 정치인들을 보고 있으면 궁금한 게 좀 있을 뿐이에요. 젊었을 때 권력의 반대편에 서서 격렬하게 맞서다가 나중에 권력의 핵심에 안착하게 된 사람들에 관해서요.(민주화운동이나 학생운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