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함을 듣는 일] 홀로 피는 것은 없다

2023-05-27T18:58:52+09:002021-03-7|

2월 어느 날, 김혜영이 임혜영을 인터뷰하다.   김¯ 제가 질문지 예시를 몇 개 보내드렸는데요. 그중에 답하고 싶으신 질문이 있으셨나요? 혜영¯ 불안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생각해봤어요. 깊게는 아니지만 계속 돌아다니는 감정들이요. 저는 작년까지 좀 많이 불안했어요. 상담 선생님이 하는 말이, 제가 불안감을 빨리 느끼는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주변보다는 조금 더 나만 생각하고, 내가 할 수 있는걸 생각 ...

[월간소묘: 레터] 2월의 편지 ‘걸음걸음’

2022-03-11T16:48:33+09:002021-02-28|

  “걸어가는 사람이 바늘이고 걸어가는 길이 실이라면, 걷는 일은 찢어진 곳을 꿰매는 바느질입니다. 보행은 찢어짐에 맞서는 저항입니다.” -리베카 솔닛, <걷기의 인문학>   몸은 녹슨 기계 같고 바깥은 산화를 촉진하는 위협적 환경같이 느껴지는 때, 찢어진 것은 무엇일까. 갈수록 묵직하고 크게 다가오는 물음을 앞에 두고 작은 것들을 생각합니다. 나의 한 걸음, 한 걸음을요. &nb ...

[조용함을 듣는 일] 물결이 내는 소리

2023-05-27T18:59:32+09:002021-01-30|

1월 어느 날, 김혜영이 김혜영을 인터뷰하다.   김¯ 매일 아침에 아주 짧은 명상을 하잖아요. 저건 그냥 더 자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짧게요. 그때 무슨 생각을 하나요? 혜영¯ 원래 명상은 자신의 코끝 숨결에 집중하는 거라고 하잖아요. 저는 아마추어라서 그런지 잘 안되더라고요. 대부분 오늘은 또 무엇을 해야 죄책감이 덜해질까 생각해요.   김¯ 죄책감으로 시작하는 하루인가요? 혜영¯ 네. 대부분 어제 ...

[월간소묘: 레터] 2021년 첫 편지 ‘얼굴들’

2022-03-11T16:49:12+09:002021-01-25|

  연말연시의 어느 오후,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한 중년 남성이 앉았습니다. 역을 출발하자마자 울리는 전화벨 소리. 그가 전화를 받아요. 큰 목소리, 경상도 억양. 자리를 옮길까 고민하는 사이 그의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오랜마➚이다. 어어, 집에 가는 길~ 오늘 일찍 마➚칬제. 아이고, 당분간 내리가기 어렵지 않겠➚나. 거도 난리났대➚. 니도 단디해라. 내? 내 그렇지 뭐. 가방 맨드는 거 계속하고 있 ...

[월간소묘: 레터]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2-03-11T16:49:30+09:002021-01-3|

  “숲이 그토록 매력적인 것은 계절의 순환에 따라 달라지는 색깔 때문만은 아니다. 똑같은 나무가 어제와 사뭇 달라 보이기도 하고, 같은 날도 시간에 따라 달라 보이기도 한다. (...) 어쩌면 이 모든 경험들이 일종의 정신적인 부엽토가 되어 조용히 내면에 쌓였는지 모른다.” -피오나 스태퍼드 <길고 긴 나무의 삶>   이달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연말정산’ 특집으로 꾸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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