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소묘: 레터]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삶은 다양한 사건들을 만들어내지만 우리가 그것을 해석하고 또 이해하려 애쓰고, 거기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경험으로 탈바꿈하니까요. —올가 토카르추크 <다정한 서술자> 어느새 해의 끄트머리에 와 있습니다. 이맘때만 되면 돌림노래처럼 중얼거리게 되죠.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지? 계속 황망한 기분으로만 있을 수는 없으니 마음을 추스르며 연말의 의식을 치릅니다 ...
삶은 다양한 사건들을 만들어내지만 우리가 그것을 해석하고 또 이해하려 애쓰고, 거기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경험으로 탈바꿈하니까요. —올가 토카르추크 <다정한 서술자> 어느새 해의 끄트머리에 와 있습니다. 이맘때만 되면 돌림노래처럼 중얼거리게 되죠.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지? 계속 황망한 기분으로만 있을 수는 없으니 마음을 추스르며 연말의 의식을 치릅니다 ...
“나무를 보며 계절을 센다. 나무만큼 계절의 변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존재가 또 있을까. 마른 나뭇가지를 뚫고 연한 새순이 돋아나면 그것은 사월이다. 비와 햇빛을 번갈아 맞으며 기세 좋게 뻗어나가는 진녹색 잎사귀는 칠월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다 찬바람 불어 그 많던 잎사귀들 죄 떨어지고 나면 나는 어느새 십일월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다.” —문이영 <우울이라 쓰지 않고> ...
https://youtu.be/LwBnepYgYIY <우울이라 쓰지 않고>의 문이영 작가가 직접 책을 낭독합니다. ─ '햇밤' 중에서 [∙∙∙] 낮에 있었던 일이다. 장을 보러 갔는데 처음 보는 아저씨가 햇밤을 팔고 있었다. 한 바구니에 오천 원. 굵은 펜으로 눌러 쓴 글씨 뒤로 바구니 가득 담긴 밤을 보면서, 밤이 나오다니 정말 가을이구나 생각했다 ...
“요즘 마음이 어때요?” 나도 글 쓰며 만난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름, 일상, 기억, 취향. 그런 것들을 차근차근 물어보는 동안에도 내가 당장 궁금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이다. 그렇지만 마음을 나누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나에게도 여러 마음을 감당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몇 번쯤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서야 물어본다. 요즘 마음이 어때요? —고수리 <마음 쓰는 밤> & ...
https://www.youtube.com/watch?v=OXB5k8OJU8A <우울이라 쓰지 않고>의 문이영 작가가 직접 책을 낭독합니다. ─ 프롤로그 사람들은 우울을 싫어한다. 사실은 우울이 주는 취약한 느낌을 싫어하는 것이다. 우울이 저마다 외면하고 싶어하는 자신의 어떤 면, 무력하고 의기소침한 모습을 일깨우기 때문에. 우울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일은 ...
“내가 써나갈 영화관에는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이나 팝콘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대신 이런 이야기는 담을 수 있겠지. 칸에서는 기겁할지도 모를 각양각색의 영화관과, 영화와, 영화라는 꿈에 관한 이야기. 그들 각자가 영화관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이미화 <영화관에 가지 않는 날에도> 추석 연휴에 오른 기차 안에서 책 한 권을 읽었어요. 꼭 1 ...
빈 마음이 텅텅 소리를 낼 때면 함께 걸었던 길들을 곱씹어본다. 그 기억을 풍경처럼 바라본다. 그러니 나를 열면 그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사랑한 것, 외로운 것, 슬픈 것, 기쁜 것, 얻은 것, 잃은 것 모두. 시간이 더 흘러 이 모든 것이 반딧불이만큼 작아지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나를 활짝 열어 나의 밤을 펼쳐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신유진 <창문 너머 어렴풋이> ...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생명 중 작지 않은 것이 있을까.” —진고로호 <미물일기> 별꽃, 큰봄까치꽃, 고들빼기꽃, 노랑선씀바귀, 귀룽나무, 박태기나무, 칠자화, 대왕참나무, 왜당귀, 노랑꽃창포, 병꽃나무, 좁쌀냉이, 소리쟁이, 죽단화, 종지나물, 우산나물, 비단이끼, 서리이끼, 꼬리이끼, 깃털이끼, 털깃털이끼, 멧비둘기, 해오라기, 솜깍지벌레, 총채벌레, 응애, 그리고 대망의 러브버 ...
‘저걸 보라’고 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가리키고, 빛을 밝히는 것. 하지만 우리의 주목을 요하는 건 이미 밝게 빛나며 손짓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목격하기 위해, 감성—존 버거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는 법’—을 발전시킨다. 나긋나긋한 희망과 꿈, 기쁨, 취약함, 슬픔, 두려움, 갈망, 욕망을—인간은 저마다 하나의 풍경이다. … ‘저걸 봐.’ 인간의 위기를, 누적된 평범한 축복을 ...
김선진 작가의 <버섯 소녀> 인터뷰 버섯 소녀가 사라지기 전에 어떤 이야기를 전해주실 건가요 — 1부 “여리고 부서질 듯한 소녀에서 좀 더 호기심 많고 용감한 소녀로” O 오후의 소묘 독자들을 위해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 K <버섯 소녀>를 그리고 쓴 김 선진이라고 합니다. 독립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