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다양한 사건들을 만들어내지만 우리가 그것을 해석하고 또 이해하려 애쓰고, 거기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경험으로 탈바꿈하니까요.

—올가 토카르추크 <다정한 서술자>

 

어느새 해의 끄트머리에 와 있습니다. 이맘때만 되면 돌림노래처럼 중얼거리게 되죠.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지?

계속 황망한 기분으로만 있을 수는 없으니 마음을 추스르며 연말의 의식을 치릅니다. 월간소묘 레터를 오래 봐온 분들이라면 아실 거예요. 12월 테마는 언제나 ‘연말정산’이죠. 온갖 다양한 사건들을 다시금 제 앞에 펼쳐놓고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작은 의미를 길어 올려요. 멀리 떨어져 있던 것들이 서로 가까이 하고, 중요해 보였던 것이 사소해지고, 스쳐 지나간 것이 새롭게 각인되는 경험. 그것이 제 삶으로 다시 쓰입니다. 올가 토카르추크는 인간이 “영혼과 육체, 그리고 서술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말했어요. 한 해 동안 영혼과 육체로 빚어낸 사건들 앞에 이제 서술자가 현현할 시간이고요.

이번 편지에서는 우선 연말정산의 단초가 될 오후의 소묘의 사건들을 전합니다. 달별로 레터에서 소개한 책과 서점을 정리하고, 날별로 그간 펴낸 책과 행사를 기록했습니다. 이 사건들에 의미를 부여해 줄 서술자는 제가 아닌 여러분일 거예요. 여러분의 서술자가 들려줄 이야기를, 저는 기쁘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2021년의 연말정산 돌아보기

2020년의 연말정산 돌아보기

 

1월의 책_ 아니 에르노 <얼어붙은 여자>,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비올레타 로피스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

2월의 책_ 박보나 <이름 없는 것도 부른다면>

3월의 책_ 정혜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조제 조르즈 레트리아/안드레 레트리아 <전쟁>,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4월의 책_ 카렐 차페크 <정원가의 열두달>, 강혜빈 외 <사랑에 대답하는 시>, 김선진 <농부 달력>

5월의 책_ 바실리 칸딘스키 <점·선·면>

6월의 책_ 대니 샤피로 <계속 쓰기>, 김선진 <버섯 소녀>

7월의 책_ 진고로호 <미물 일기>

8월의 책_ 신유진 <창문 너머 어렴풋이>, 파니 뒤카세 <곰들의 정원>

9월의 책_ 이미화 <영화관에 가지 않는 날에도>

10월의 책_ 고수리 <마음 쓰는 밤>

11월의 책_ 문이영 <우울이라 쓰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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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의 서점_ 책방 시나브로

4월의 서점_ 플라뇌즈

6월의 서점_ 북새통문고

8월의 서점_ 스페인책방

10월의 도서관_ 구산동도서관마을

12월의 서점_ 즐거운커피×한쪽가게

 

1월 10일 <허락 없는 외출> 3쇄, <할머니의 팡도르> 4쇄 발행 | 13일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 출간(발행일 21.12.31) | 19일 <두 여자> 전시 & 오후의 소묘 브랜드전 오픈 X 비플랫폼 | 20일 소묘 에디터 온라인 북토크 X 비플랫폼

2월 3일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 역자 온라인 북토크

3월 16일 <구름의 나날> 출간(발행일 22.3.21)

4월 18일 <사랑의 모양> 출간(발행일 22.4.20) | 22일 <구름의 나날> & <사랑의 모양> 역자 온라인 북토크

5월 25일 <섬 위의 주먹> 4쇄 발행 | 27일 <버섯 소녀> 북펀드 오픈

6월 4일 <버섯 소녀> 전시 오픈 | 22일 <버섯 소녀> 출간(발행일 22.6.21), <버섯 소녀> 2차 전시 오픈 X 사슴책방

7월 20일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 2쇄 발행

8월 2일 <곰들의 정원> 출간(발행일 22.8.8) | 24일 소묘 에디터 북토크 X 중랑상봉도서관 | 29일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 출간(발행일 22.8.30)

9월 1일 <꽃들의 말> 3쇄 발행 | 7일 소묘 살롱 | 18일 <곰들의 정원> &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 역자 온라인 북토크

10월 26일 <우울이라 쓰지 않고> 출간(발행일 22.10.31) | 28일 <인생은 지금> 5쇄 발행

11월 5일 소묘 살롱 | 15일 <마녀의 매듭> 출간(발행일 22.11.22) | <우울이라 쓰지 않고> 저자 북토크 X 작업책방 씀

12월 10일 소묘 살롱 | 14일 <하얀 방> 출간예정(발행일 22.12.9)

 

연말정산을 맞아 올해 소묘의 그림책 키워드와, 함께 보면 좋을 올해의 다른 그림책들을 소개합니다. 어떤 키워드, 어떤 책으로 여러분과 이어지게 될지 궁금해져요 :)

 

#올해의눈물바람 #사랑의모양 #버섯소녀

<돌아와, 라일라> 에바 린드스트룀 지음, 이유진 옮김, 단추.

<엄마가 물고기를 낳았어> 진고로호 지음, 이후진프레스.

마지막 책장을 덮자마자 눈물이 쏟아진 책들이에요. 자주 있는 일은 아니고 일 년에 두어 권 정도 만나는데 돌이켜보면 스스로 어떤 것에 약해져 있는지, 어디가 나의 연한 부분인지 혹은 커다란 마음인지 해마다 다르게 알게 돼요. 올해는 상실, 관계에서 발생하는 어긋남과 이별, 그럼에도 닿고자 하는 마음. 그 간절한 마음을 그려낸 이야기들을 제 올해의 그림책으로 꼽아봅니다.

 

#올해의별밤 #하얀방

<나의 오두막> 로이크 프루아사르 지음, 정원정/박서영 옮김, 봄볕.

<별이 빛나는 밤> 지미 리아오 지음, 한미숙 옮김, 천개의바람.

인간이 만든 불빛이라고는 하나 없이 오직 자연과 나만 오롯이 남은 밤, 하늘을 올려다본 경험이 있다면 별밤이 등장하는 장면을 속수무책으로 좋아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순간 나를 잊고 세상의 일부가 되는, 그 두려움과 자유로움을.

 

#올해의사랑 #곰들의정원

<새의 모양> 이미나 지음, 보림.

<오늘의 개, 새> 송미경 지음, 사계절.

사랑의 여러 모양들을 보며 그리워하고 뭉클해하고 한편 또 깔깔 웃고 제 사랑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나 혹은 해야 할까 골똘해지는, 소중하고 귀한 시간.

 

#올해의용기 #마녀의매듭

<거울을 든 아이> 안나 회글룬드 지음, 최선경 옮김, 곰곰.

<잊었던 용기> 휘리 지음, 창비.

세상을 구하는 용기, 관계를 회복하는 용기, 두려움을 안고 손을 내밀고 행복으로 한 발 내딛는 용기, 모두 다르지 않음을.

 

#올해의패션 #레몬타르트와홍차와별들

<나와 없어> 키티 크라우더 지음, 이주희 옮김, 논장.

<농부 달력> 김선진 지음, 웅진주니어.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 주인공들의 옷장 너무나 사랑스럽고 수영복 어쩌죠, 안경까지 탐이 나요. <나와 없어>의 나는 또 어떻고요. 하늘색 스트라이프 원피스에 아빠 재킷, 장화까지. 그래도 올해의 패셔니스타 한 명만 꼽으라면 주저 없이 <농부 달력>의 할머니입니다. 온갖 무늬와 색색의 몸뻬 정말 최고예요. 실물로 나와야 한다 외쳐봅니다. 선진 작가님 듣고 계신가요…!

 

#올해의호방함 #고양이와결혼한쥐에게일어난일

<깜깜한 어둠 속에서> 미로코 마치코 지음, 고향옥 옮김, 트리앤북.

<아리에트와 그림자들> 마리옹 카디 지음, 정혜경 옮김, 문학동네.

그림, 스타일로 압도하는, 넋을 놓고 감탄하게 만드는 작가들이 있죠. 제게는 비올레타 로피스와 미로코 마치코가 그렇고요. 올해 첫 책을 선보인 마리옹 카디도 이름을 올리게 되었어요. 그림만 그럴까요. 그들이 이야기하고자 바가 강렬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따라오는 것일 테죠. 기꺼이 놀라워하며 그 세계에 함께하게 됩니다.

 

#올해의희망 #구름의나날

<구름은 어디에서 흘러오나요?> 마리오 브라사르 글, 제라르 뒤부아 그림, 장한라 옮김, 꿈꾸는섬.

<표범이 말했다> 제레미 모로 지음, 이나무 옮김, 웅진주니어.

희망보다는 절망 쪽으로 기울 때가 많습니다. 매년 그랬던 것 같지만 올해는 더더욱. 그럴 때마다 떠올려요. 하얀 구름을, 빨간 코를, 물소와 코모도왕도마뱀을, 그리고 무엇보다 고양이를.

 

 

연말정산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의 답장과 댓글을 기쁘게 전합니다. 오후의 소묘가 아끼는 서점에서, 도서관에서, 혹은 선물로 저희를 처음 알게 된 날. 화창한 날, 특별한 날, 여행의 날, 레터를 읽은 날, 오후의 소묘 책들이 출간된 모든 날. 해마다 같은 계절에 포개온 책들, 우리가 동행한 모든 나날. 하나하나 읽으며 함께 한 권의 책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차곡차곡 쌓아가는 날들이 모두 아름다운 페이지로 펼쳐집니다. 고맙습니다.

 

— ✲ —

 

연말에 답장을 보내요. 저도 연말정산하는 마음으로 오후의소묘의 발자취를 돌아보며 발자국마다 의미를 길어올려요. 올해는 더욱 다채롭고 풍성한 선율이었어요. 깨알같이 귀엽고 아기자기하면서도 오케스트라 같이 웅장하게도 느껴졌답니다. ‘오후의소묘’는 음악이고 커다란 창이고 계절의 시이자 일상의 반짝이는 조각이에요. 그간 함께한 책과 굿즈(?)로 기억을 새록하게 열어 봅니다. 해마다의 사계절이 그림책과 함께 기억나요. 특히 십이월은 <눈의 시>와 <할머니의 팡도르>, 그리고 더해진 <하얀 방>으로 가득 차네요. 아름다움을 엮어나가는 일에 큰 감사와 응원을 보내요. 한 해도 고마웠어요.

P.S. 월간소묘 시즌1의 마지막이었던 2019년 십이월의 편지의 맺음말을 다시 읽어요. “우리가 함께 나눈 것은 삶의 다양한 풍경이었을 거예요. 또 다른 풍경으로 만나요.”

 

답장과 함께 보내준 사진들은 ‘올해의 나날’이 아니라 그야말로 첫날부터 오늘까지, 모든 해의 나날인 것이고요. 오후의 소묘 전속 사서로 모십니다. 고마워요, 모야 사서님.

 

#올해의일러스트 ‘비올레타 로피스’ <고양이와 결혼한 쥐에게 일어난 일>

#올해의아이템 ‘다 가려줍니다 구름 안대’ <구름의 나날>

#올해의여우주연상 ‘꽃 한 송이로 인생의 희노애락을 표현한 여자’ <사랑의 모양>

#올해의분신술 ‘손오공 저리가라 버섯소녀 나가신다’ <버섯 소녀>

#올해의셰프 ‘파피 할아버지’ <곰들의 정원>

#올해의패셔니스타 ‘무스텔라와 쉐리코코’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

#올해의지도 ‘마음의 지도 시리즈를 연 문이영 작가님’ <우울이라 쓰지 않고>

#올해의수집왕 ‘치명적인 머리카락 그물을 가진 마녀’ <마녀의 매듭>

#올해의고양이 ‘주인공은 너야 너 바로 너’ <하얀 방>

_moya

 

오후의 소묘 연말정산을 보니 참 열심히 부지런히 이야기를 서술한 것에 감명받았습니다. 저는 오후의 소묘를 알게 되고 나서 많은 좋은 작가들을 더불어 알게 되었고 그들의 책을 구매하며 나만의 콜렉션을 만들었던 것이 올해 연말정산에서 칭찬하고 싶은 일입니다. <구름의 나날>을 보며 작은 위로를 얻었고 <버섯 소녀> 책 컵은 지금도 제 일상 속 최애 컵으로 사용하고 있답니다. <두 여자>는 참 좋아하는 책이라고 지인들에게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 일년을 되돌아보며 좋은 책과 동행했다는 것은 큰 수확입니다. 그 가운데 오후의 소묘가 있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며 2023년도 꽤 밀도 높게 애정하고 응원하겠습니다. _크렘벨 crembel

 

안녕하세요! 12월의 편지 잘 읽었어요. 뉴스레터에 답장을 해도 되는지 매번 망설였는데요, 2022년을 보내면서 기억이 남는 일을 떠올려보니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더라고요. 올해는 소묘의 책들을 더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어요. 늘 그렇듯 새로 나온 그림책은 좋았고, 출간 전의 원고를 먼저 읽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죠. 주저하고 망설이며 시간을 보내기가 일쑤였는데 모처럼 몰입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참, 대전이 ‘여자배구 KGC인삼공사의 연고지’인 줄은 몰랐네요~ 제가 응원하는 야구팀 한화이글스의 연고지로만 알았거든요. 내년 야구 시즌엔 편지에 소개하신 ‘한쪽가게’에 들러서 커피 한 잔 해야겠어요! 벌써부터 설레는 ㅋㅋㅋㅋㅋ 며칠 이른 새해 인사를 보낼게요! 2023년에도 건강히 만나요. 앞으로도 소묘의 책들을 기대하며 기다릴게요. 올해도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 _shining_books

 

올해 나온 오후의 소묘 책 중에 5종 소장했네요~덕분에 관심가는 그림책 작가가 늘어났어요. 이번 크리스마스 이브엔 하얀 방 그림책을 선물받아서 기분이 설레요🎄 기대도 못한 그림책 선물이 이렇게 기쁘네요😍 _ssoluckyyy

 

도서관에 가면 아동실에서 아이책 같이 보다가 하루는 일반 문헌실에 가봤어요. 일반 서적들 사이에 그림책이 있어 ‘뭐지?’ 하며 봤는데, ‘아~’ 하게 되더라구요. 그게 <사랑의 모양>이었어요. 그 근처에 <구름의 나날>도 있어 같이 빌렸구요. 그날이 2022년 8월 1일 오후의 소묘와의 첫 만남이었어요^^ 매력 있는 근사한 친구를 만난 것 같아, 꾸준히 조용하게 오후의 소묘 소식을 보고 있습니다. 올 한해 좋은 책들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_wonderful_jung2

 

올해 오후의 소묘 책 9권을 모두 만났네요. 예술 작품 같은 오후의 소묘 책들 넘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멋진 책으로 만나보아요. _lover_b00k

 

모아놓고 보니 두 권 빼고 모두 소장중이네요. 뿌듯 :) 나머지도 얼른 채워넣어야겠어요❤️ _soo_fill_zip

 

그림책방에서 어린이날 행사로 찰흙 만들기를 한 날, 처음으로 소묘의 책을 데리고 왔어요. <사랑의 모양>을 만난 특별한 날이에요. _noongreen

 

4월 결혼기념일 강릉여행에서 제 요청으로 ‘한낮의 바다’에 들렸죠. <구름의 나날>을 만나려구요. 꼭 그날, 그 장소에서 구름의 나날을 만나야만 할 것 같았어요. 소묘와의 첫 만남이었고 이후로 그 연이 쭉 이어지네요. 소묘의 책들은 아무 곳에서나 읽고 싶지 않아요. 딱 소묘의 색과 맞는 곳에서 최고의 여유를 맛보며 읽고싶 은 책들이에요. 올해는 소묘와 함께한 해였기에 소소한 행복감이 더 다채로웠던 것 같아요^^ _sisoseomom

 

<레몬 타르트와 홍차와 별들> 그림책 보고 반해서 파니 뒤카세 그림책 찾아봤는데요. <곰들의 정원> 출간일 정말 제 생일과 똑같아요.ㅎ 제 책상 벽에 굿즈 엽서가 아직 붙어 있네요. 올해 좋은책 좋은 출판사 알게되어서 기쁩니다. 마지막 책도 함께 하면 좋겠어요. 2023년도 번창하세요👏 _jeydaylife

 

제주에서 다시 만난 친한 동생과 #소심한책방 에 가서 #마녀의매듭 을 데리고 서귀포시내까지 돌아와서는 그제서야 깨달았죠. 가방을 서점에 두고왔다는 걸요. 그리고 그 가방에는 차키와 지갑이 들어있다는 것을요. #종달리책방 인 소심한 책방까지 제주도사람이라면 다시 못 갈 먼 거리지만 육지사람인 동생이 흔쾌히 가방 찾는 일을 도와주었지요. 늦은밤 가방을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가방을 어깨에 그대로 메고, 책은 가슴에 꼬옥 품은 채 온 기억이 나네요. 얼마나 책이 좋았으면 가방을 놓고 온데다가 그렇게 까맣게 잊었던걸까요? 오늘같이 눈이 오는 날 책을 펼쳐보니 그날의 그 밤이 다시금 떠오르네요 #나에게특별한이야기를남긴책 #오후의소묘 #가슴에꼬옥품고온책 #제주의밤버스에서 #그날의그동생의배려 _chorokhyang

 

어느 화창한 날, 더아리움이라는 여성공예센터에 플리마켓이 열려 나들이나갔다가 유독 단아한 부스에서 조용히 그림책을 보고 계시는 주인장에게 눈길이 갔더랬어요. 그림책을 사랑하는 덕후인지라 어떤 이야기를 보고 계시는걸까..궁금해 지켜보는데 #구름의나날 을 보고 계시는거예요😍너무 반가워서 아는척을 했더니 서포터즈시라고 반갑다며 어여쁜 엽서를 주셨어요~ 잔잔하게 어여쁜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유난히도 감각적인 이야기가 많이 출간된 2022년의 오후의 소묘 였던것 같아요. 2023년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전해주시려 땀흘리실걸 알기에 미리 감사드리고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_j_booknchat

 

저는 객원 에디터로 참여하면서 <우울이라 쓰지 않고> 교정본이 도착했던 9월 26일이 제일 기억나요! 고양이를 사랑하는 소묘님이 보내신 걸 귀신같이(!) 알고 우편물을 저보다 4냥이들이 반겼죠 😊 책이 아니라 완성되기 전 수많은 수정과 확인을 거쳤을 원고를 만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설레였어요. 그 설렘을 기억했다가 주변 분들하고 책을 매개로 이야기 나누고 편지나 카드를 쓸 때 문구를 담아서 보내곤 했다. 이런 기분 좋은 설렘을 내년에도 소묘에서 좋은 책으로 독자들과 나눠주실 거라 믿어요! 올해도 감사드리고 수고하셨고 메리 크리스마스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_andone_junghye

 

오후의 소묘 책은 제목을 어쩜 이렇게 끌리게 만드는지요 ^^ 내가 갖고 있는 한 권의 소묘책도 제목에 끌려서 구입했거든요. 할머니의 팡도르 박서영님의 번역을 좋아하게 되었지요. 박서영님만의 색깔을 좋아합니다~~^^ _annasdoll_jeju

 

아기가 태어나고 책 쇼핑은 딸 중심이였다. 아기의 동화책들 그리고 엄마는 처음이기에 육아책들을 구입했다. 22년 꼭 소장해야지 했던 나를 위한 책 <곰들의 정원>을 받아 본 날이 특별했다. _e.ther_mom

 

편지를 통해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어요. 가보고싶은 서점도 추천받고, 읽고 싶은 책도 생겼어요. 또 다른 위로가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_벼리 luminous__y

 

소묘지기의 성실한 매월의 레터를 읽으며 저도 힘을 많이 얻었어요. 여전히 간판을 걸고 그 자리에 있다는 건 오후의 소묘를 아끼는 독자로서 든든한 힘이죠. 2023년도 함께 화이팅입니다. _해나 hannahbookshelf

 

문이영 작가님 책이 나오다니! 늦게라도 알게 되어 엄청 기쁩니다! 응원합니다. _무기명

 

쉼표도 마침표도 잘 찍지 못하는 제가 소묘 덕분에 그 어려운 것을 조금씩 해나가고 있네요. 그간의 레터와 함께 한 해를 찬찬히 돌아보며 소심하고 다정한 마침표를 찍어 봅니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소묘는 특별함이었어요. 달에 두 번 띄우는 편지의 수신인이 되는 것만으로도 이따금 벅찼습니다. 소묘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고달픈 삶도 잠시 잊곤 했어요. “우리는 한 권의 책이에요.”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에요. 오후의 소묘 소개글에서 이 문장을 만난 후로 아무렇게나 던져두었던 어떤 책 한 권을 소중히 여기게 되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다정하고 기쁜 서술자가 될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물음표를 찍는 일에도 꽤 용감해진 것 같네요. 소묘 덕분에요. 고맙습니다. 작은 창을 활짝 열어 커다랗고 하얀 사랑을 보내요. _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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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나날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후의 소묘가 올해 8종을 펴낸 만큼 총 8분께 선물 드립니다 ;)

레터로 참여해 주신 크렘벨, 해나, shining_books 님 축하드려요. 레터 답장으로 책과 굿즈 받아보실 주소 남겨주세요.

인스타그램 이벤트로 참여해 주신 분들 중 5분은 공식 계정에서 발표할게요.

 

 

[…]

 

“책만 팔아서는 유지하기 힘들어요.”

동네책방을 운영하는 분들과 직접 인연이 있다면 많이 들어보셨을 거예요. 사실 동네책방의 단골손님만 되어도 충분히 들어봤을 법한 말일 거예요. 책만 팔아서 서점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건 그다지 비밀도 아니니까요. 상황이 이런 터라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동네책방은 서점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플러스알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유료 독서모임이나 북토크, 문화행사 등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아요. 그건 책을 판매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동네책방의 핵심 사업이라고 할 수 있어요. 플러스알파에 해당하는 건 책이나 디자인과 관련된 외주 활동, 직접 책을 펴내는 출판 활동, 교육 커리큘럼 운영, 술이나 음료 판매 등이에요. 학생운동선수를 위한 학습권 보장 제도 같은 건 없지만 월세와 생활비의 보전을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가장 대표적인 건 아마 카페 운영일 거예요. 학업과 운동, 카페와 서점, 커피와 책, 원두와 원고..?

 

커피와 책. 저희를 오래 봐오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월간소묘]도 처음엔 커피와 책으로 시작했어요. 매달 추천할 만한 커피 원두를 골라서 정성껏 볶은 다음 그 향과 맛에 꼭 어울리는 책을 함께 보내드리는 정기구독 서비스였죠. 커피와 책이 든 박스에 짧은 편지를 함께 적어 동봉했는데 그게 [월간소묘: 레터]의 기원이 되었고요. 그러다가 출판사를 시작하면서 정기구독 대신 커피와 책 추천를 담은 뉴스레터로 바뀌었고 어느 순간 커피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연재 글과 오후의 소묘 소식이 담기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커피와 책을 묶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둘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커피야 짝을 이루는 대상을 다양하게 고를 수 있을 테지만, 책은 독서가 고독한 행위다 보니 무언가와 어울리기 어렵습니다. 술과 책, 이렇게 즐기는 분들도 적지는 않겠지만 어느 순간 술이 책을 압도해 버리기 쉬운 위험한 조합이죠. 담배와 책, 글쎄요, 그다지 권하고 싶지 않네요. 쿠키와 책, 손에 뭔가 묻으면 번잡해져서 독서에 집중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그런데 커피와 책은 각자 구축한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부드러운 조화를 이루죠. 특히 책이 중심일 때 커피는 그 향만으로도 독서 만족도를 두 배쯤 높여주는 것 같아요. 혹시 커피를 즐기지 않거나 카페인이 부담스러운 분들은 커피 자리에 각자 좋아하는 차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거예요.

 

어쨌거나 이달의 산-책은 커피를 찾아서, 아니 책을 찾아갔더니 커피와 함께였던 곳에 다녀왔어요. 서울에서 KTX를 타고 한 시간 남짓, 교통의 중심지이자 여자배구 KGC인삼공사의 연고지인 대전을 찾아갔습니다.

 

이름부터 흥미로운 공간인 ‘즐거운커피×한쪽가게’는 처음에 ‘즐거운커피’라는 이름의 카페였다고 해요. 단골손님들이 만든 수공예품이나 작품을 카페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테이블 하나를 따로 빼서 운영하기도 했는데 그 이름이 ‘한쪽가게’였고요. 그리고 카페 시절부터 책을 매개로 한 독서모임 등을 활발하게 운영하셨다고 해요. 그렇게 부천에 있다가 대전으로 내려오면서 책방을 함께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어차피 카페의 일부가 무언가를 판매하는 ‘한쪽가게’였으므로 두 이름을 합쳐서 커피와 책이 있는 공간이 된 거죠. 인스타그램의 소개를 볼까요.

 

한쪽가게(즐거운커피)

읽는 사람을 위한 작고, 조용한 공간.

책과 커피가 있어요.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느낌이 왔습니다. 따뜻한 공간이다. 가게를 잠깐 둘러보는 중에도 잘 꾸며놓은 곳곳에 눈길이 갔어요. 적절한 위치에 자리 잡은 작은 조명들, 체리 원목 톤으로 칠해진 가구들 사이에 놓인 아담한 식물들, 안쪽 서가 바닥의 널빤지 마루, 조용히 앉아 책 읽기 좋은 작은 책상과 의자들, 그리고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 주인장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게 꾸며졌지만 단순히 그 취향을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을 반기는 마음이 듬뿍 담긴 곳이었습니다. 환대의 공간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처음부터 읽기]

 

 

 

 

📘 [하얀 방] 12월 14일 출간 예정

   • 인쇄 감리 현장

 

🧙‍♀️ [마녀의 매듭]

“마녀나 악녀 이야기 좋아하고 그 안의 모순을 들여다보는 것은 더 좋은데 <마녀의 매듭>이 그런 이야기. (…) 바렌고의 그림 속에서 마녀는 귀여웠다가 사악했다가 웃겼다가 꼴뵈기 싫었다가 좀 불쌍해지기도 했다가 결국에는 짠하리만치 행복한 얼굴이 되는데, 마지막 표정은 가려져 있다. 결말의 알쏭달쏭한 문장과 굳게 닫힌 문은 상상을 부추기는 질문인 동시에 그 근거를 찾아보라는 주문이기도.” _박서영(무루) 역자 후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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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동물들의 두려움보다 마녀의 심술이 더 와닿았던 건 나만 나는 나의 매듭 때문이겠지. 누구나 갖고 있을, 가장 어두운 슬픔을 가둬놓은 자기만의 매듭. 마녀에게 날아온 초대장과 한 올 한 올 풀어낸 매듭은 다른 세계로 향하는 길을 열어주었고, 기쁨의 맛을 머금은 비스킷과 아름다운 포옹의 춤은 더없이 따뜻했으리라. _eggmony

 

너무너무 좋아하는 그림작가 모니카 바렌고의 작품. 역시나 개성 있고 위트 있는 긞체가 인상 깊고, 이 포근한 분위기도 너무 좋았다. 중의적인 표현으로 무장한 ‘매듭’의 의미도 👍 관계에 있어 어려움은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음을 동화적이게 잘 표현한 작품. _luke_evans_x

 

책의 마지막 장면쯤에 ‘내가 마녀였구나‘ 것을 깨닫게 된다. _elinowave

숲속 동물들이 보낸 초대장에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머리카락에 묶어둔 무수한 매듭을 풀고 저 작은 대야 앞에 웅크려 앉은 마녀가 너무 귀엽다. 머리를 감으며 조금 벌어진 입으로 무슨 말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게 된다. 다정과 온기 말고 심술의 빗장을 풀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_etrebooks

내안의 마녀가 얽힌 매듭도 풀고 정성스레 빗질도 한다. 그러다 모두 화해하고 해결된 듯 싶어도 끝은 아닌… 참 좋은 그림책 만나서 기쁘다. 강추!!! _jihe_bb

늘 외로운 마녀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우리네 모습과 많이 닮았다. _backhj0811

 

 

살롱 노트 <함박눈을 기다리며> 좋았어요 :) ‘모두 하늘에서 방금 내려온 것들’ ‘가슴속에서는 뜨거운 것이 수증기를 내뿜었다’ 같은 문장에 제 마음에도 함박눈이 쌓이는 듯했어요.

 

마음에도 함박눈이 쌓였다니, 기쁜 말씀_! 올겨울 눈이 몇 번인가 내렸다는데 저는 단 한 번 싸리눈만 보았어요. ‘함박눈을 기다리며’ 이 글을 다시 가만가만 곱씹어보게 되는 시간이에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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