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기살롱 노트] 동그라미의 가장자리
글 아련 <현대시인론> 첫 시간, 교수님은 화이트보드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 동그라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해봐요.” 그러고는 검은 가장자리의 한쪽을 오돌토돌하게 고쳐 그렸다. “문학은 이렇게 조금씩 동그라미의 가장자리를 넓혀요.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만날 겁니다.” 바로 그 순간 <현대시인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 되었고 나는 문학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
글 아련 <현대시인론> 첫 시간, 교수님은 화이트보드에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 동그라미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라고 생각해봐요.” 그러고는 검은 가장자리의 한쪽을 오돌토돌하게 고쳐 그렸다. “문학은 이렇게 조금씩 동그라미의 가장자리를 넓혀요.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만날 겁니다.” 바로 그 순간 <현대시인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수업이 되었고 나는 문학과 사랑에 빠졌다. 그러나 ...
지난번에는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요. 고양이 얘기만 하는 에세이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이번엔 수학 이야기를 할 거예요. 내가 지금 뭘 들은 거지? 라며 당황하실 거란 걸 알아요. 하지만 제대로 들으셨어요. 수학. 산수란 녀석의 형님인데 동생보다 백만 배쯤 괴상하고 난폭한, 그 수학이에요. 미적분이라는 게 있어요. 혹은 있다고 해요. 고등학교 2학년이 되면 이과와 문과로 나뉘는(지 ...
산책을 이어가는 일이 쉽지 않은 때이지만, 언택트untact에서 온택트ontact로 전환하듯 책방 산책도 조금 다르게 접근해볼 수 있겠죠. 올해로 12회를 맞은 ‘언리미티드 에디션’은 온라인페어로 진행되기도 했고요. 온라인 판매를 병행하는 독립서점도 늘고 있어요. 이달엔 시작부터 온라인서점으로 출발해 지금껏 이어오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서점 ‘지혜의서재’ 산책을 소개하려 해요. 레터의 오랜 구독자 분이시 ...
글 문이영 입추는 옛날에 지났고 백로가 닷새 전이었으므로 사실 여름은 오래전에 끝났는지도 모르겠다. 다만 뉘엿뉘엿한 해를 보다가 맥없이 가버린 여름이 불현듯 아쉬워 쌀 한 컵에 보리 반 컵을 씻어서 불려 놓고 바깥으로 나왔다. 겪어본 중 손에 꼽게 맹숭맹숭한 여름이었다. 연일 퍼붓던 비가 그치고 뒤늦게 찾아온 무더위도 잠시, 쌀쌀한 새벽 공기에 자다 일어나 창을 닫았던 것이 이미 보름 전 일이다. 여름은 ...
글 아련 시작 2019년 J와 나는 치앙마이에서 여름을 나기로 했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게스트하우스 1층 로비였다. 눈을 뜨면 대충 짐을 챙겨 로비에 내려왔다. 우기의 치앙마이 날씨는 언제나 극단적이었다. 엄청난 폭우가 쏟아지거나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 뜨거운 햇빛이 작열하거나. 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로비 중앙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거나 영상을 보거나 글을 쓰거나 했다. ...
고양이 목숨이 아홉 개라는 속담은 참 이상한 말이에요. 왜 그런 말이 생겨났는지 이유를 알 수 없어요. 아홉이라는 숫자, 환생이라는 개념 때문에 동양의 속담처럼 보이지만 실은 서양의 속담이에요. "A cat has nine lives. For three he plays, for three he strays and for the last three he stays.”(고양이는 아홉 번을 산다. 세 번은 놀면서, ...
글 슈사장 김미정(슈뢰딩거) “당신 나라의 고양이 책을 가져다주세요. 그러면 저희가 준비한 작은 선물을 드립니다.” 2015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동묘앞역 근처 한옥에서 에어비앤비를 운영했다. 작은 마당과 서까래가 그대로 드러난 서재, 네 개의 방이 있는 그 집은 나와 남집사, 고양이 두 마리가 살고도 방이 남았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소개 페이지에 별 기대 없이 적어둔 이 짧은 문장은 예 ...
서점이 아닌 전시 산책을 먼저 소개하려고 해요. 이달의 책과도 어울릴 <락군展>입니다. 고양이 민화를 그리는 혜진 작가의 개인전이에요. 9월 13일까지 서촌의 갤러리 팔레드서울에서 열립니다. 전시 제목인 ‘락군’은 혜진 작가가 반려하던 멋진 턱시도 고양이 이름이에요. 어느 날 곁을 떠났지만, 이번 전시에서 그 조그마한 존재가 그에게 얼마나 크게 자리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은유가 아니라 ...
우리의 삶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 의해 지속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의식주’라고 말하는, 겉으로 드러난 것들이 생존의 필수 요건이긴 하겠지만 그것만으로 삶을 지속할 순 없어요. 삶은 생명체로서의 생존에 개체로서의 가치를 더한, 존재의 의미에 관한 개념이니까요.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스스로 지닌 개체로서의 가치를 인식할 수 있어요. 만약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상태라면 자신에 관해 아 ...
제공 및 출처: Topipittori 번역: 정원정 <노래하는 꼬리>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예요. 분위기와 문체가 확실히 밝고, 다양한 독자층을 두고 있죠. 이것은 러시아적이고 초현실적인 이야기기도 합니다. 체호프에게서 영감을 얻었지만, 무엇보다 어린 시절 접한 러시아 동화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죠. 그 이야기들은 기이하고 유머러스한 서사시를 닮았어요. &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