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지니아 울프 <자기만의 방>
2. 호프 자런 <랩 걸>
3. 율라 비스 <면역에 관하여>
4. 신형철 <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5. 리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6. 리베카 솔닛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7. 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8. 레슬리 제이미슨 <공감 연습>
9.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10. 아니 에르노
인문 에세이 오독 열 번째 시간.
하나의 책을 함께 읽어오다 이번엔 작가만 정했다. 서로 무얼 읽는지 모른 채 모였다.
우리가 꺼내든 책들.
<남자의 자리> <단순한 열정> <사진의 용도> <세월> <진정한 장소>
각기 다른 작품을 고른 것이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그동안 읽은 책은 호불호가 갈리고 나 혹은 누군가에겐 어렵거나 멀거나 낯설었다면, 아니 에르노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만나서 반가운 작가. 좋다. 좋은 이유는 읽은 작품이 다른 만큼이나 달랐다. 자기 이야기를 하는 점이 좋다. 자기 이야기를 타인의 것처럼 쓴 점이 좋다. 작가의 기원이 집과 가족으로부터 시작된 점이 나의 쓰기의 기원과 닿는다. 그림을 그려보고 싶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 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지점이 있다. 감정과 욕망을 이렇게까지 드러낼 수 있다는 점이 대단하다. 개인의 서사를 역사로 끌어올린 점이 대단하다. 여름의 작가인 점. 사랑의 작가인 점. 장소의 작가인 점. 시간의 작가인 점. 그 점들은 작품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우리가 어떤 우연과 욕망으로 책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를 드러냈다. 때로는 우리의 안을 때로는 우리의 밖을 맴돌던 각자의 점이 점점이 이어져 <한 여자>에게로 귀결된 점이 가장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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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묘한 독서 ‘인문 에세이 읽기’ 11번째 모임 공지
아니 에르노 <한 여자>
2019년 8월 14일 수요일 저녁 7시
에디토리얼카페 비플러스 (합정역)
*댓글로 신청 및 문의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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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른 책은 <세월>이었다.
그녀는 하나씩 차례로 떠다니는 인생의 여러 순간 속의 자신을 느끼고 있다. 그것은 그녀의 의식과 그녀의 육체를 사로잡는 낯선 본성의 시간이며, 그녀였던 모든 존재의 형태들이 순식간에 되돌아오는 듯한, 현재와 과거가 뒤섞임 없이 겹쳐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녀가 이미 가끔씩 느껴 본 적이 있었던 감각으로 이제는 일종의 확장과 지연 속에서 그것을 포착한다. 그녀는 이 감각에 이름을 부여한다. ‘지우고 다시 쓰는 감각’(palimpseste), 사전적인 정의에 의하면 ‘새로 쓰기 위하여 긁어서 지운 수사본’이므로 완벽히 들어맞는 단어는 아니지만 그녀는 여기에서 그녀만을 위한 것이 아닌 모두를 위한, 거의 과학적인, 어쩌면 지식으로 쓸 수 있는 도구를 본다.
<세월>
*인문 에세이 읽기 모임인데 소설을 읽었네. 에르노는 한 장르로 국한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sewmew.co.kr/2019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