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소묘: 레터] 마음을 쓰고 계신가요?
“요즘 마음이 어때요?” 나도 글 쓰며 만난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름, 일상, 기억, 취향. 그런 것들을 차근차근 물어보는 동안에도 내가 당장 궁금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이다. 그렇지만 마음을 나누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나에게도 여러 마음을 감당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몇 번쯤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서야 물어본다. 요즘 마음이 어때요? —고수리 <마음 쓰는 밤> & ...
“요즘 마음이 어때요?” 나도 글 쓰며 만난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름, 일상, 기억, 취향. 그런 것들을 차근차근 물어보는 동안에도 내가 당장 궁금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이다. 그렇지만 마음을 나누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나에게도 여러 마음을 감당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몇 번쯤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서야 물어본다. 요즘 마음이 어때요? —고수리 <마음 쓰는 밤> & ...
글: 이치코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느냐는 질문과 종종 만나게 되는데, ‘얼마나’를 가늠하기도 전에 많은 출판인이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아이고, 책 읽을 시간이 어딨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습니다. 아니, 많이 읽어야만 합니다. 책을 잘 만들기 위해 혹은 많이 팔기 위해 필요한 업무 능력의 밑바닥을 떠받치는 주춧돌이 다 ...
“내가 써나갈 영화관에는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이나 팝콘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대신 이런 이야기는 담을 수 있겠지. 칸에서는 기겁할지도 모를 각양각색의 영화관과, 영화와, 영화라는 꿈에 관한 이야기. 그들 각자가 영화관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이미화 <영화관에 가지 않는 날에도> 추석 연휴에 오른 기차 안에서 책 한 권을 읽었어요. 꼭 1 ...
일상의 대화에서 종종 튀어나오는 원래,라는 단어는 동그랗고 매끄러운 그 발음처럼 모나지 않으며 동시에 조금은 수동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해결하거나 돌파해야 할 문제를 회피하고자 할 때 이렇게들 말하곤 하죠. 이 바닥이 원래 그래. 그 인간 원래 그런 거 몰랐어? 이런 말에서 적극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문제가 그대로 있고 그와 얽힌 상황도 그대로인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넘어가라고 말하는 것 ...
빈 마음이 텅텅 소리를 낼 때면 함께 걸었던 길들을 곱씹어본다. 그 기억을 풍경처럼 바라본다. 그러니 나를 열면 그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사랑한 것, 외로운 것, 슬픈 것, 기쁜 것, 얻은 것, 잃은 것 모두. 시간이 더 흘러 이 모든 것이 반딧불이만큼 작아지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나를 활짝 열어 나의 밤을 펼쳐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신유진 <창문 너머 어렴풋이> ...
글: 이치코 이번 달 소소한 산-책은 서울시 중구 필동에 있는 스페인책방입니다. 지하철 3호선과 4호선이 교차하는 충무로역에 가까이, 출구에서 불과 100여 미터 떨어진 곳에 있어서 찾아가기 좋은 책방이었어요. 다만, 책방 소개※에 적혀 있듯이 엘리베이터 없는 오래된 건물의 5층에 자리한 터라 계단을 조금 오르셔야 합니다. 계단을 오르며 본 안내판에는 4층이 생략되지 않고 순서대로 1층부터 5층까 ...
“하늘과 땅 사이에 존재하는 생명 중 작지 않은 것이 있을까.” —진고로호 <미물일기> 별꽃, 큰봄까치꽃, 고들빼기꽃, 노랑선씀바귀, 귀룽나무, 박태기나무, 칠자화, 대왕참나무, 왜당귀, 노랑꽃창포, 병꽃나무, 좁쌀냉이, 소리쟁이, 죽단화, 종지나물, 우산나물, 비단이끼, 서리이끼, 꼬리이끼, 깃털이끼, 털깃털이끼, 멧비둘기, 해오라기, 솜깍지벌레, 총채벌레, 응애, 그리고 대망의 러브버 ...
[히루와 모아 이야기 보기] 히루가 아깽이 티를 어느 정도 벗었을 때, 태어난 공방에 데려간 적이 있었어요. 히루의 엄마 모아가 아직 그곳에 있을 때였어요. 엄마라는 걸 알까? 모아는 히루를 기억할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히루를 안고 모아에게 인사를 시키려 했어요. 그랬더니, 히루가 모아를 보고 어찌나 격렬하게 하악질을 해대는지.. 모아 역시 히루를 알아보지 못한 채 시큰둥했고요. 아, 둘 다 기억을 못 ...
‘저걸 보라’고 하는 것이 작가의 일이다. 가리키고, 빛을 밝히는 것. 하지만 우리의 주목을 요하는 건 이미 밝게 빛나며 손짓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그것이 무엇인지’ 목격하기 위해, 감성—존 버거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는 법’—을 발전시킨다. 나긋나긋한 희망과 꿈, 기쁨, 취약함, 슬픔, 두려움, 갈망, 욕망을—인간은 저마다 하나의 풍경이다. … ‘저걸 봐.’ 인간의 위기를, 누적된 평범한 축복을 ...
글: 이치코 ※이전 글 읽기 : [소소한 산-책] 서울, (북새통문고) ① 1907년부터 1927년까지 미국 스미스소니언 연구소의 간사(스티븐 제이 굴드에 의하면 ‘보스를 뜻하는 그들의 직함’)를 지냈던 찰스 두리틀 월컷은 1909년에 캐나다 로키산맥 고지대에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화석 중 하나인 버제스 셰일 동물상을 발견했어요. 이 사건을 스티븐 제이 굴드는 <여덟 마리 새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