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산-책] 서울, 북새통문고 / 스틸북스 / 이후북스

2021-09-05T20:25:42+09:002020-05-31|

5월의 산-책   만화책 좋아하실까요? 누군가에게 책은 도피처일 수 있겠으나 제게는 책이 곧 현실이고 현실은 자주 도망가고 싶게 만드는 재주가 있죠. 그때마다 저는 만화책과 그림책을 펼쳐요. 네? 그것도 책 아니냐고요? 네... 그러니까 “현실로 현실을 수선하기”(로베르 브레송의 문장, 금정연 <담배와 영화>에서 재인용)와 다를 바 없겠지만... 아무려나 저는 책 한 권을 마감한 틈에 ...

[우울이라 쓰지 않고] 유월이 하는 일

2023-05-27T18:39:16+09:002020-05-30|

글 문이영   저녁을 먹고 공원을 산책했다. 안개 낀 유월 저녁이었다. 이곳 평야 지대는 빛이 사라지는 시간에 안개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늦은 밤부터 동트기 전까지 자욱하게 깔리지만, 해가 높이 뜨면 감쪽같이 사라지는 여기 안개에 익숙해진 지도 어느덧 사 년이 되었다. 잦은 비 소식 끝에 찾아온 맑은 날이어서일까, 밤이 깊어 적막할 줄 알았으나 꼭 그렇지는 않았다. 어둠과 안개 속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산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⑬ 뜻밖의 여정

2020-06-01T15:22:30+09:002020-05-30|

일상이란 물과 닮은 것 같아요. 물은 자신을 넉넉히 품어주는 곳에서는 마치 멈춘 것처럼 잔잔하게 흐르다가도 울퉁불퉁하거나 좁은 길을 만나면 갑자기 요동쳐 아껴두었던 에너지를 한껏 발산하곤 해요. 차분하고 단조로운 일상은 물이 고요히 흐르는 모습과 닮은 것 같아요. 최대한 힘을 아끼며 멈춘 듯한 시간을 조용히 밀어내며 흘러가죠. 반면에 다양한 환경에 접촉하며 변화가 잦은 일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깊은 곳에 숨겨 ...

[쓰기살롱 노트] 식사를 합시다

2020-09-06T01:04:52+09:002020-05-29|

글 지혜 (지혜의서재)   소개팅 경력 10년이 되자 가장 쉽고 빠르게 소개팅을 해치워버릴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저녁 시간 전, 약 4시쯤 만나 차를 마시고 헤어지는 것. 나는 항상 30분 정도 일찍 나가 내가 마실 음료를 시키고 앉아 책을 읽었다. 이런 방법까지 찾게 된 건 모르는 사람(대부분 맘에 들지 않는 사람)과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 괴롭기 때문이었다. 싫어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⑫ 이치코의 코스묘스

2020-05-31T21:44:16+09:002020-05-26|

치코는 말이에요.   떡잎부터 남달랐던 왕발 이치코 선생   #왕발   꼬맹이 치코는 덩치에 비해 커다란 발이 인상적이었어요. 집에 데려왔을 때, 병원에서 말끔히 치료를 받고 살이 좀 올랐다고는 해도 길에서 아픈 동안 말랐던 흔적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었어요. 얼굴은 여전히 갸름했고 이등신 몸매의 아랫쪽 역시 매끈한 편이었어요. 조금은 왜소해 보일 만큼요. 그런데 유독 발이 눈에 띄었어요. 마치 코끼리 발이라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⑪ 보내는 마음

2020-06-01T15:09:44+09:002020-05-24|

아직, 식구가 된 건 아니었어요. 치코의 상태를 보고 앞뒤 가릴 새도 없이 덥석 집어 들었지만 치료를 해서 살려야겠다는(저대로 두면 죽겠다는) 생각이었지 길에서 구조해야겠다는 생각은 아니었어요. 두 가지 이유 때문인데요. 우선 제가 집에 고양이를 더 들인다는 걸 전혀 고려하지 않던 때였어요. 이미 삼삼이와 모카, 둘이나 있었기에 충분하다고 여겼어요. 한편으론 둘만 해도 많다, 라는 생각마저 간간이 하기도 했고 ...

[소소한 산-책] 서울, B-PLATFORM

2021-09-05T20:26:03+09:002020-05-7|

  지난달 걸음했다 문 앞에서 발길을 돌려야 했던 서점. 네, 합정에 자리한 아트북 전문서점 ‘B플랫폼’을 산책했어요. 이달의 책의 저자, 무루 님이 애정하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 개인적으로는 전달에 있었던 이명애 작가의 <내일은 맑겠습니다> 전시를 놓쳐 무척 아쉬웠는데, 이번엔 최도은 작가의 <무용한 오후> 원화전이 열리고 있어 아주 반갑고 기쁜 마음으로 다녀왔습니다. 무용하지만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⑩ 화려한 시절

2020-05-08T19:06:52+09:002020-05-7|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너무나도 유명한 <안나 카레니나>(윤새라 옮김, 펭귄클래식코리아, 2011)의 첫 문장이에요. 얼마나 유명하냐면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비롯해서요, 저 문장만은 알고 있으며 심지어 외우기까지 할 정도예요. 첫 문장이 유명한 문학작품의 순위를 논할 때 늘 윗줄 높은 곳에 이름을 올리는 작품이죠.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⑨ 오래된 미래

2020-05-08T19:06:29+09:002020-04-30|

혼돈의 카오스는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두 번이나 캐리어에 넣는 걸 실패한 터라 세 번째 시도에서는 정말 인정사정 안 보고 모카를 힘껏 붙들었어요. 모카가 다치지 않을까 걱정할 겨를이 없었어요. 지난번의 실패 이후로 일주일간 무럭무럭 자란 모카의 발버둥이 얼마나 강한지 제 힘이 부칠 지경이었거든요. 모카를 겨우 캐리어에 넣은 다음에 튀어나오지 못하도록 제 몸통으로 캐리어를 덮어 누르고 있어야만 했어요. 그다음 ...

[이치코의 코스묘스] ⑧ 혼돈의 카오스

2020-04-28T13:38:39+09:002020-04-28|

“고양이란 대체 뭘까?”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말이에요. 한둘이라면, 고양이란 저런가 보다 하며 무심히 넘겼을 것도 같아요. 그런데 매일 다섯 고양이와 부대끼며 살다 보니 날이 갈수록 고양이의 정체를 모르겠어요. 이놈과 저놈의 차이가 너무 커서 얘네들이 같은 종이란 말인가 싶을 때가 많아요. 공통점이라고 부를 만한 건 잠을 자는 시간이 많다, 내가 부를 땐 절대로 오지 않고 지가 필요할 때만 다가온다, 정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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