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치코의 코스묘스] 보이지 않는 존재들

2023-01-10T18:11:53+09:002023-01-8|

작가란 무엇인가? 아마도 작가들마다 생각하는 바가 조금씩 달라서 한마디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울 거예요. 세계에 대한 인식이나 인간에 대한 탐구처럼 사유와 통찰을 중요하게 여기는 작가들도 있을 테고 또 누군가는 글을 시작하고 끝낼 수 있는 물리적 실행력(또는 의지)이 작가임을 증명해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작품이 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그러니까 입금이 되느냐 마느냐를 가지고 ...

[월간소묘: 레터]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3-02-11T16:22:53+09:002023-01-7|

  삶은 다양한 사건들을 만들어내지만 우리가 그것을 해석하고 또 이해하려 애쓰고, 거기에 적절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경험으로 탈바꿈하니까요. —올가 토카르추크 <다정한 서술자>   어느새 해의 끄트머리에 와 있습니다. 이맘때만 되면 돌림노래처럼 중얼거리게 되죠.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지? 계속 황망한 기분으로만 있을 수는 없으니 마음을 추스르며 연말의 의식을 치릅니다 ...

[소소한 산-책] 대전, 즐거운커피×한쪽가게

2022-12-13T14:19:29+09:002022-12-11|

글: 이치코   사람을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은 정반대의 사건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닮았습니다. 두 감정 모두 마음이 싹트게 된 원인을 명쾌하게 밝히기 힘들다는 점에서요.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이유는, 좋아하는 옷에 관해 표현할 때나 싫어하는 음식에 대해 설명할 때처럼 구체적이지는 못한 경우가 많아요. 그 사람은 그냥 생각만 해도 좋아. 쟤는 이상하게 싫어. 타인을 마음에 담고 거기에 감정의 테두리를 ...

[월간소묘: 레터] 11월의 편지, 작가의 발견

2023-01-10T18:08:07+09:002022-12-10|

  “나무를 보며 계절을 센다. 나무만큼 계절의 변화를 여실히 드러내는 존재가 또 있을까. 마른 나뭇가지를 뚫고 연한 새순이 돋아나면 그것은 사월이다. 비와 햇빛을 번갈아 맞으며 기세 좋게 뻗어나가는 진녹색 잎사귀는 칠월의 다른 이름이다. 그러다 찬바람 불어 그 많던 잎사귀들 죄 떨어지고 나면 나는 어느새 십일월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것이다.” —문이영 <우울이라 쓰지 않고>   ...

[이치코의 코스묘스] 고양이에게 배운다

2022-12-13T14:24:57+09:002022-11-13|

이오덕 할아버지, 평생 교사였던 데다 사회적으로 두루 존경받으셨던 터라 선생(님)이란 호칭이 더 알맞겠지만 이제 돌아가신 지도 오래되셨기에 조금 편안한 호칭을 붙여보았습니다. 실제로 저의 할아버지 연배셨기도 하고요. 아무려나, 이오덕 할아버지가 쓰신 <거꾸로 사는 재미>라는 책에는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가 (제 기억에 남아 있는 바로는) 두 번 등장해요. 한 번은 “고양이가 방에 들어온다.”라는 문장 ...

[월간소묘: 레터] 마음을 쓰고 계신가요?

2023-11-13T14:52:33+09:002022-11-13|

  “요즘 마음이 어때요?” 나도 글 쓰며 만난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름, 일상, 기억, 취향. 그런 것들을 차근차근 물어보는 동안에도 내가 당장 궁금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이다. 그렇지만 마음을 나누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나에게도 여러 마음을 감당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몇 번쯤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서야 물어본다. 요즘 마음이 어때요? —고수리 <마음 쓰는 밤> & ...

[소소한 산-책] 서울, 구산동도서관마을

2022-12-13T14:17:48+09:002022-10-9|

글: 이치코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느냐는 질문과 종종 만나게 되는데, ‘얼마나’를 가늠하기도 전에 많은 출판인이 손사래를 치며 이렇게 대답하곤 합니다. 아이고, 책 읽을 시간이 어딨어! 말은 그렇게 하지만 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은 책을 많이 읽습니다. 아니, 많이 읽어야만 합니다. 책을 잘 만들기 위해 혹은 많이 팔기 위해 필요한 업무 능력의 밑바닥을 떠받치는 주춧돌이 다 ...

[월간소묘: 레터] 9월의 편지, 함께 해피엔딩

2022-10-12T14:55:04+09:002022-10-3|

    “내가 써나갈 영화관에는 영화를 기다리는 사람이나 팝콘을 사려고 줄을 선 사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대신 이런 이야기는 담을 수 있겠지. 칸에서는 기겁할지도 모를 각양각색의 영화관과, 영화와, 영화라는 꿈에 관한 이야기. 그들 각자가 영화관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 —이미화 <영화관에 가지 않는 날에도>   추석 연휴에 오른 기차 안에서 책 한 권을 읽었어요. 꼭 1 ...

[이치코의 코스묘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2022-09-18T20:43:29+09:002022-09-12|

일상의 대화에서 종종 튀어나오는 원래,라는 단어는 동그랗고 매끄러운 그 발음처럼 모나지 않으며 동시에 조금은 수동적인 뉘앙스를 담고 있습니다. 해결하거나 돌파해야 할 문제를 회피하고자 할 때 이렇게들 말하곤 하죠. 이 바닥이 원래 그래. 그 인간 원래 그런 거 몰랐어? 이런 말에서 적극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문제가 그대로 있고 그와 얽힌 상황도 그대로인데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넘어가라고 말하는 것 ...

[월간소묘: 레터] 8월의 편지, 정원 너머 어렴풋이

2022-10-03T14:57:16+09:002022-09-11|

    빈 마음이 텅텅 소리를 낼 때면 함께 걸었던 길들을 곱씹어본다. 그 기억을 풍경처럼 바라본다. 그러니 나를 열면 그런 것들이 있지 않을까. 사랑한 것, 외로운 것, 슬픈 것, 기쁜 것, 얻은 것, 잃은 것 모두. 시간이 더 흘러 이 모든 것이 반딧불이만큼 작아지면 좋겠다. 그러면 나는 나를 활짝 열어 나의 밤을 펼쳐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신유진 <창문 너머 어렴풋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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