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음이 어때요?”

나도 글 쓰며 만난 사람들에게 묻는다. 이름, 일상, 기억, 취향. 그런 것들을 차근차근 물어보는 동안에도 내가 당장 궁금한 것은 지금, 이 순간 당신의 마음이다. 그렇지만 마음을 나누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나에게도 여러 마음을 감당할 시간이 필요하니까. 몇 번쯤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고 나서야 물어본다. 요즘 마음이 어때요?

—고수리 <마음 쓰는 밤>

 

창으로 해가 드는 비행기 안에서 씁니다.

떠나는 밤 비행기에서 독서등에 의지해 이 책 <마음 쓰는 밤>을 읽었어요. 휴대폰의 비행기 모드처럼 사소하고도 중요한 연결들은 끊어진 채였지만, “한밤처럼 캄캄하고 고요한 새벽”에 “노란 불빛 간이 독서등”을 켜고 책을 읽는 당신과만은 캄캄한 밤하늘 별자리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았지요. 우리만이 알아볼 작은 별빛과 더 작은 별빛으로.

 

마음을 쓰며 글을 쓰고, 글을 가르치며 마음을 쓰는 당신은 스스로의 마음뿐 아니라 마주한 이들의 마음을 묻고 살피는 사람. 그렇게 듣고 갈피한 마음들이 너무나 소중해서 “그걸 놓치지 않고 붙잡아” 써 내려가는 마음을, 당신이 길러낸 “울창하고 아름다운 숲”을 보는 내내 대단하다 어여쁘다 감탄할밖에 없었답니다.

 

마음을 쓸수록 닮은 마음들이 나에게 온다. 어울리는 독자를 잘 찾아간 마음이 다시 나를 찾아 돌아온다. 작고 조용하게, 그리고 성실하게. 나에게 돌아와 마음을 다해 쓰라고 다시 붙잡아준다. 책뿐 아니라 마음에도 귀소본능이 있다. 결국, 글을 쓴다는 건 마음을 쓰는 일이라고. 나는 계속 쓰면서 실감한다.

 

그러나 “집과 부엌과 커피와 책과 창문과 돌봐야 할 존재들이 머문 당신의 작은 세계”와 저의 작은 세계는 비슷한 듯 결정적으로 다르고, 마음 쓰기 싫어 경계 짓고 벽을 치고 비집고 들어오려는 이들을 밀어내며 못나게 굴던 저의 세계는 ‘작은’이라는 형용사보다 ‘좁디좁은’이 더 어울릴 거예요. 하나의 점으로 수렴해 가는 옹졸한 마음이, 당신이 그려낸 점점의 넓은 테두리에서 눈송이처럼 녹아내리는 경험을 했다면 믿어줄까요? 물음표는 아무래도 잘못 찍은 부호 같아요. 누구보다 깊이 믿어줄 테니. 그래요. 아프고 읽고 쓰고 이야기하고 울고 웃는 세계 안에서 우리는 또 영영 다르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조용히 흐릅니다. 넓게 동그랗게.

 

저길 봐. 사라진 자리 말고, 서서히 넓어지는 원을 봐. 다시 나에게 말한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한 걸음으로 꾸준히 쓰는 글들이 물결을 만들기를. 넓어지고 겹쳐지고 움직이고 넘실거리며 만든 물결이, 잘 나아가라고 나를 밀어주기를. 작지만 보편적인 기쁨과 소소하고 착한 행복이 깃든 나의 삶, 나의 자리로

 

저는 그렇게 당신에게로 “떠났다가 기쁘게 도착”하였습니다. 저의 삶, 저의 자리로. 책을 덮고 나니 마음에는 떠오르는 아침이 기쁘게 남았어요. “깨끗한 빛”과 “깨끗한 여운”이 고여 있고요. 아침에 깨어 나온 아이에게 ‘아직 더 자도 돼’ 이불을 덮어주며 토닥이는 손을, 그렇게 맞는 아침의 당신들을 안아주고 싶어집니다.

 

요즘 마음이 어때요?

 

저는 어느 쪽 접어둔 귀퉁이의 마음과 꼭 포개져요.

‘추워지니 좋아요. 추워지니 따뜻해지고 싶어요.’

 

 

[…]

이번엔 도서관을 다녀왔습니다.

 

서울시 은평구에는 스타벅스 매장이 11개 있습니다. 2022년 10월 5일 기준으로, 회사의 홈페이지에 따르면 그렇네요. 특정 지역에 스타벅스 매장이 많다는 것은, 거기가 스타벅스가 많은 동네란 걸 의미합니다..(!?) 해당 지역의 교육, 문화, 소득수준 등과 연관되었을 수도 있습니다만 그런 이야긴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양보할래요..(!?) 스타벅스 매장이 많은 동네도 있을 수 있고 적은 동네도 있을 수 있다고만 해두겠습니다. 참고로 서울시에서 은평구보다 스타벅스 매장이 적은 동네는 네 곳이에요. 강북구, 도봉구, 동대문구, 중랑구입니다. 가장 많은 곳은 강남구로 89개의 스타벅스가 있고요. 은평구 옆 동네를 보니까 마포구가 35개, 서대문구가 21개입니다. 뭐, 그렇습니다.

 

스타벅스의 많고 적음이 주민들의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거예요. 충성 고객이라면 곤란할 수도 있긴 하겠네요. 시즌마다 출시하는 MD 상품이나 굿즈를 놓치지 않으려면 남들보다 빨리, 많이 매장을 돌아야 할 테니까요.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은, 조금 아쉬울 순 있으나 동네를 원망할 정도까지는 아닐 거예요. 거기가 아니라도 카페는 이미-충분히-많이-도처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특정 지역에 공공건물이나 서비스가 부족하면 그건 문제가 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해당 지역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하는 원인이 될 수 있어요. 그 지역으로 인구가 유입되는 걸 막는 장벽이 될 수도 있고요. 시장이 만능이라고 외치는 자들은 거꾸로 말할지도 모릅니다. 인구가 줄고 (노령화 등으로) 소비 수준이 떨어지니까 그런 것이다. 돈이 안 되는데 어떡하냐. 손해를 보면서 서비스를 제공할 수는 없지 않으냐.

스타벅스라면 그럴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병원, 학교, 어린이와 노인을 돌보는 공간이라면요? 아무리 이용자가 적고 적자가 나더라도 지속적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지역 주민들의 삶이 품위를 지킬 수 있도록 말이에요. 그리고 여기엔 도서관도 포함됩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주민(특히 학부모)들의 요청에 의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구산동에는 총 11개의 초∙중∙고등학교가 있었지만 문화시설은 하나도 없었다고 해요. 그래서 학부모들이 도서관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2006년 5월, 11일 만에 2,008명의 주민이 서명하며 도서관 건립에 동참했다고 합니다[*]. 이후에 은평구가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사업을 추진했고 2012년에 서울시의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2015년 11월에 개관했습니다.

도서관의 탄생 배경에서 보듯이 구산동도서관마을의 운영은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어요. 주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하고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은평도서관마을사회적협동조합’이 수탁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각종 모임이 활발한 편입니다. 도서관과 관련된 인스타그램 계정만 네 개가 있더라고요. 도서관 공식 계정, 청소년운영위원회 ‘청화’ 계정, 라디오 ‘마침표’ 계정, 청년문화회 ‘청문회’ 계정. 언젠가부터 도서관 운영의 핵심이 된 각종 강연이나 문화행사 역시 풍부하고요. 도서관 홈페이지의 인사말에 나오듯 ‘책으로 누리고 정보로 어우러지는 열린 공동체’로서 충분히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소소한 산-책을 통해 책방(혹은 책과 관련된 공간) 이야기를 쓸 때는, 글을 읽은 분들이 그곳에 흥미를 느끼고 방문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고 있어요. 그래서 아무리 주민 참여가 활발하고 다양한 행사가 있는 공간이라고 해도, 앞에서 장황하게 설명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소소한 산-책에 소개할 이유가 되기에는 모자랍니다. 직접 함께할 수 없다면 그 많은 행사는 다 소용없으니까요. 참여의 기준으로 보자면 보통은 가깝고 친근한 우리 동네 도서관이 제일 좋기 마련입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을 택한 이유는 도서관의 공간에 매료되었기 때문이에요.

 

[전체 읽기]

 

 

 

 

👏 문이영 [우울이라 쓰지 않고](마음의 지도 시리즈) 10월 말 출간 예정

— 원고를 미리 만나본 객원 에디터들의 후기 :)

 

✶ 원고를 읽는 내내 ‘다시 삶을 사랑하기 위하여’라는 말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우울감으로 가득 찬 일상을 살면서도, 사람을 믿지 않는다 생각하면서도, 결국에는 사랑의 감정을 품고야 마는 저자의 하루하루가 그려졌어요. 작가님의 기록을 통해 사람에게 상처 받은 기억이 많은 저 또한, 누군가를 향한 사랑과 믿음이 자라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 경험이 되었습니다. :) _이신후 에디터

 

✶ 호프 자런의 [랩 걸]이 떠올랐습니다. 식물학자인 저자가 우리 주변의 나무들을 자세히 관찰하면서 자연과 사랑에 대해 말하는 책인데요, 아마도 그 책을 떠올렸던 건 자연에 대한 상세한 묘사뿐만이 아니라 그걸 바라보는 화자의 끈질기고도 다정한 태도까지 닮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치 하나의 장편 시처럼, 계절이 머무는 풍경과 내면에서 여러 갈래로 샘솟는 마음들이 어우러집니다.

책은 이 마음들을 ‘우울이라 쓰지 않고’, 내게 연결된 만물로 향해 나아갑니다. 내가 의존하는 햇빛과, 여름과, 눈 오는 밤과 같은 것들로 뻗어 나갑니다. 저자는 우울의 풍경을 들여다보고 지도를 그려갔다고 했습니다. 독자는 그와 함께 차근차근 산을 넘고 물을 건넙니다. 우리에게 붙어있는 모든 것들을 돌아보고 또 사랑한다고, 그리고 사랑했다고 말했을 때, 지나온 시간들이 우울로만 점착되지 않고 반짝이며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더없이 다정한 연결고리가 될 것입니다. _주연 에디터

 

✶ 마지막 글의 여운이 좋아서 눈 날리는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본문에는 개인적인 체념에 대해서도 쓰셨지만, 글과 삶이 좀 더 단단해지기 위한 과정에 계신 건 아닌가 싶네요. 흐트러지고 무너지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소망하는 튼튼함을 기대하게 만드는 글이었습니다.

원고를 읽는 동안 섬세한 묘사를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하고, 글을 쓰는 사람의 기분이 어땠을지 짐작도 해봤어요. 저의 기억까지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어떤 책으로 나올지 정말 기대가 돼요. _신미진 에디터

 

✶ 우울증을 설명하거나 가르치지 않으며 우울증을 말하는 책. 읽고 나면 우울증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고 상상해볼 수 있게 된다. 나의 우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_박수영 에디터

 

✶ 읽는 동안 사실 좋은 부분 표시하는 걸 포기했어요. 다 좋아서요. 모든 문장이 낭독하고 싶은 문장들이었어요. 한 권의 책으로 나오는 날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 _황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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