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신기가 있습니다.(응?) 며칠 전 새벽이었어요. 거실 창가 쪽 작은 조명만 켜놓은 집에서 그 조명 아래 책장 앞을 서성였습니다. 문득 이제는 읽어야겠다고 떠오른 책을 찾기 위해서였어요. 읽은 이들 대다수가 저에게 힘들 거라고 겁을 주었던 바로 그 책, <채식주의자>를 책장에 꽂아둔 지 근 10년 만에 꺼내어 소파로 가져갔습니다. 어째서 그런 마음이 들었는지, 저에게도 갑작스러운 일이었는데요. 그게 다 노벨문학상 수상의 계시였던 게 아니겠어요?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한 권이라도 더 원서로 읽으라…! 여명이 밝아올 때까지 책을 붙잡고 지금 읽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초부터 참여하는 이웃 책방의 문학독서모임에서는 다음 책으로 <작별하지 않는다>가 선정되었고요. 모두가 한강 읽기에 빠져든 이 축제를 오래 만끽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실장은 이번 ‘소소한 리-뷰’에서 부산국제영화제 이야기와 더불어 ‘힙’이란 무엇인가 고찰하는데요. 오후의 소묘는 아무래도 틀렸다, 힙이랑 너무 척을 진다… 싶지만 힙하지는 못해도 계속해 보겠습니다. 이 쓰나미 같은 물결이 한 번 휩쓸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점점 더 넓디넓게 잔물결로 퍼져나가길, 오래 일렁여주길 바라보아요.

 

 

 

달력을 바꾸려고 보니 여태 8월 것이 붙어 있었다. 추석부터 한글날까지 전에 없이 빼곡한 공휴일 덕분인지, 한참을 앓아서인지 한 달이 통째 사라진 것만 같다. 하지만 사라졌다기엔—

<여전히 나는> 런칭과 홍보와 북토크와 전시 준비 및 설치, 유진 작가님의 신작 에세이 작업, <사랑의 모양> 중쇄(지만 거의 신간과 다름없이 데이터를 완전히 새롭게 작업) 진행, 내년 초 출간예정인 휘리 작가님 차기작 미팅, 청소년 교양도서 신청, <엔딩까지 천천히> 부산 북토크, 연말연시 프로젝트를 위한 구상과 미팅, <여전히 나는> 중쇄 진행, 그리고 아기다리고기다리던X100 무루 작가님의 완전(히 완전은 아닌)원고 입수까지!!!

—굵직하고 자잘하며, 기쁘고 감사한 일들이 가득했다.(편집자가 책상에 가만히 앉아 빨간펜을 들고 교정지에 파묻혀 있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제 많이들 알고 계시겠죠? 저는 파묻혀 있고 싶습니다… 교정지 볼 때 제일 행복한 사람.)

 

그 사이엔 소묘의 여자들(?) 독서모임인 소소여담小掃女談 유닛 모임도 있었는데, 이분들 홍보 마케팅에 진심이 되셔서 오후의 소묘 인스타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아주 열띤 토론을 벌이셨고. 출근하면 하는 일, 커피는 뭘 마시나, 소묘 사무실 구경 같은 소소한 일상 나누기, 소묘 역대 굿즈 자랑, 제목은 어떻게 나오나, 소소여담 단톡방 공개, 급기야 유튜브를 해야 한다… 자정이 되도록 백만 가지 의견이 쏟아져 나오는 동안 나는 동공지진을 일으키다 결국 눈이 먼 곳을 향한 채로, 네 해볼게요, 하고 말았지. 이튿날 아침 눈을 뜨자 선생님들의 지령이 머릿속을 울렸고 갑자기 힘이 솟아나더니 오늘 뭘 올릴까 즐거운 고민에 설레며 출근했다. 제가 뭘 하는지를 누가 궁금해할까요, 어제만 해도 의문 가득했던 질문을 저 멀리 밀어두고, 일을 시작하기 전 내려 마시는 커피를 올렸다. 릴스를 만드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려서 급한 일들이 뒷전으로 밀린 바람에 이실장에게 혼이 나면서도 얼마나 재밌었는지. 와, 아무도 안 궁금해해도 재밌으면 됐다!(그날의 피드. 하지만 금세 방전되어 다음 날엔 아무것도 못 올렸다는 소식… 후후. 저는 힙하지 못해서 안 되겠어요. 그래도 가끔 충전되면 재미난 것들 해볼게요. 궁금한 것 있으시면 답장으로 남겨주세요. :-)

 

소소여담 멤버인 H 님은 오랜만에 유튜브 브이로그를 올렸고, M 님은 출판사 ‘빵과장미’ 계정에서 알바일기를 쓰시고, Y 님은 신간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찬찬히 풀어놓겠다고 한다. S 님은 원래도 워낙에 잘하고 있어서 우리가 늘 배우는 분. 독서모임으로 만나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다 이제 책은 곁들일 뿐이고 일과 삶의 여러 방면과 차원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10월 10일에도 그런 마음으로 하나의 물결을 이뤘다.

 

“마음이 뭉클하고요. 한강을 한국어로 읽은 사람인만큼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고 다짐하는 밤입니다. 좋은 글을 쓰고 싶어요. 정말로.” _Y

 

“지금 속보 보고 전율했어요. 한국어로 한강의 작품을 읽을 수 있는 것도 축복이고요. 동시대에 이런 작가의 책을 읽을 수 있는 것도 기쁘고요. 우리 진심으로 글 써요. 오래오래❤️” _S

 

나는 우리 작가님들이 진심을 다해 써주시는 좋은 글들, 잘 만들어 세상에 내보내야지 다짐했고.

 

읽고 쓰고 만드는 사람들의 기쁨과 벅참만큼이나, 그동안 책과 소홀히 지낸 사람들의 관심도 뜨거운 요즘. 이 생경한 풍경이 한강 작가의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의 마지막 시편에 겹친다.

 

죽은 나무라고 의심했던 / 검은 나무가 무성해지는 걸 지켜보았다

 

지켜보는 동안 저녁이 오고

 

연둣빛 눈들에서 피가 흐르고 / 어둠에 혀가 잠기고

 

지워지던 빛이 / 투명한 칼집들을 그었다

 

(살아 있으므로) / 그 밑동에 손을 뻗었다

_한강 <저녁의 소묘 5>

 

혼자서는 부스러져 가는 것, 꺼져만 가는 것을 붙잡으며 언젠간 사그라지겠지 했다. 이런 혼자들이 여럿이 되자 사그라지겠지만 사그라질 때까지 함께 힘껏 껴안아야지 했다. 이제는 무성해지는 걸 지켜본다.

 

신유진 작가님의 아직 안 나온 책 썰 풀기 1화 보러 가기

 

 

 

[…]

 

<망향의 노래>와 <사바>, 부산국제영화제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들을 과연 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매 실패에 밀려 찾게 된 영화를요. 물론 OTT에는 티베트나 방글라데시 영화만큼이나 알려지지 않은, 더 좋은 영화들이 많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과연 그 영화들을 굳이 찾아서 봤을까요? 글쎄요. 아닌 것 같습니다. <흑백요리사> 같은 자극적인 콘텐츠만으로 시간이 부족할 겁니다. 지금은 거의 모두가 휴대폰으로 편리하게 영화를 예매합니다. 영화관을 불쑥 찾아가는 경우가 없진 않겠으나 보고 싶은 영화가 매진돼서 극장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은 거의 없을 거예요. 예전에는 그럴 때 옆에 있는 극장(같은 영화관의 옆 관 말고요!)에 걸린 다른 영화를 보러 가기도 했었는데요.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이야기네요. 이제 극장에서 우연히 낯선 영화를 만날 확률은 0이 되었습니다.

 

힙하다는 게 뭔지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유행하는 것과 다르다는 건 알겠습니다. 유행을 조금 앞서가는 어떤 현상을 지칭하는 듯하지만 그게 다는 아닌 것 같고요. 느낌으로는 이렇습니다. 유명해서 유명한 것들을 남들에게 유명하다고 설명하지 않고 유명한 것으로 소비하는 현상. 어렵네요. 유명한 것들도 잘 모르는데 그 유명함으로 인해 유명한 것까지 알 도리가 없죠. 계속 이렇게 힙하지 못한 채로 살아야겠습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듭니다. 힙한 것이 세상을 점령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낡고 오래되었을지언정 익숙한 것들이 명맥이라도 유지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힙의 성지라고 하는 성수동에는 매달 수십 개의 팝업 스토어가 새로이 문을 연다고 합니다. 새 팝업 스토어를 꾸미기 위해 이전의 인테리어를 허물어야 할 텐데 이때 10평의 가게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이 약 1t이라고 합니다. 환경부의 통계에 따르면 성동구의 일반폐기물이 2018년 5.25t에서 2022년 518.6t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아찔한 수치입니다. 그 팝업 스토어들 자리에는 원래 무엇이 있었을까요? 폭발하는 유동 인구를 노리고 새로이 들어서는 카페, 식당, 쇼핑몰이 있던 자리의 주인은 누구였을까요? 수제화 구둣방도 동네 세탁소도 슈퍼도 모두 어디로 갔을까요? 유튜브와 OTT가 사람들의 시선과 시간을 얼마나 빼앗아 가더라도 영화와 극장이 오래도록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디지털 디바이스가 우리의 신체를 몽땅 감싸는 날이 오더라도 묵은 내 퀴퀴한 종이책이, 책방과 도서관이 자리를 지켜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이후에 기쁘고 즐겁고 훈훈하며 흐뭇한 장면들이 연달아 뒤따르고 있습니다. 책을 사려고 서점이 문을 열기도 전에 줄을 선 사람들의 모습, SNS에 쉴 새 없이 올라오는 축하와 감사의 인사, 각자 책에 받은 한강 작가의 사인이나 같이 찍은 사진과 에피소드 인증들, 여성 작가들의 성취에 관한 자부와 응원의 목소리들, 5·18과 광주, 4·3과 제주에 관한 이야기들을 질리지 않고 계속 보게 됩니다. 덩달아 들뜨고 흥분하면서요. 하지만, 여기서 웬 ‘하지만’이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이럴 때 매몰차게 등장하는 게 ‘하지만’의 역할인지라 양해 부탁드리며, 어떤 소식들에는 머리 위로 물음표가 동그랗게 솟아납니다. 책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는 하지만 주말을 반납하고 밤을 새워가며 인쇄기를 돌려야 할 일인지… 한강 작가의 책이 모두 팔렸다고 그 아버지의 책을 진열해야 하는 건지… 물음표가 갑자기 느낌표로 바뀝니다. 아, 이런 게 힙인가?..!!

 

노벨상에 힙을 갖다 붙이다니, 무엄한 발상입니다만 힙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뜨거운 한강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그런데 힙의 강렬한 흐름에 깔려 신음도 내지 못하는 약한 존재들이 있습니다. 출판 관계자이다 보니 의식하지 않아도 그들의 존재가 느껴집니다. 대형서점에 한강 작가의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팔려 나갈 때 단골을 위한 재고 몇 권도 구하지 못해 체념해야 하는 동네서점이 있습니다. 모든 인쇄기가 책 하나를 위해 밤새워 비상으로 돌아갈 때, 원래 거기에서 인쇄하기로 계획되어 있었던 작은 출판사의 책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물론 인쇄가 밀린 출판사들에 양해를 구하긴 했을 것입니다.) 노벨문학상이라는 위대한 성취가 만약 한국 소설, 문학 더 나아가 출판계의 암울한 상황을 호전시키는 계기가 된다면 아마 작은 출판사와 작은 서점들이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축제에서 조용히 소외되고 있을 따름입니다. 어쩔 수 없다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누구도 악의를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기업의 이윤 추구와 자본주의적 이해관계 속에 각자 최선의 방법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니까요. 거스를 수 없다는 걸 압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 열광을 지나 고요가 찾아왔을 때 우리는 어떤 모습일까? 책이란 무엇일까? 왜 책을 만드는가? 그리고 읽는가?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야기를 짓고 책을 만들고 읽는 것이라고, 고리타분하고 낡아 보일지라도, 그렇게 믿고 싶기 때문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와서 머릿속에 계속 맴도는 건 <망향의 노래> 중 첫 번째 영화입니다. 영화는 짧습니다. 아빠가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딸을 마중하러 갑니다. 비를 맞으며 함께 집으로 옵니다. 아빠와 딸을 위해 엄마가 꽃을 볶아 밥을 준비합니다. 스토리도 이게 전부입니다. 그럼에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은 건 메콩강이 시작되는 곳에서 끝나는 곳까지 흘러와, 그곳으로 다시 돌아갈 기약도 없이 살고 있는 아빠가 불렀던 노래 때문입니다. 어쩌면 책에 대한 제 마음이 겹쳐서 그런 것 같습니다.

 

“강물이 위로 흐른다면 얼마나 좋을까.”

 

[처음부터 읽기]

 

 

 

_[여전히 나는] 전시 풍경과 리뷰를 전합니다 :)_

 ⭑ 모니카 바렌고 특별전 X 번역가의 서재

 모니카 바렌고가 그려낸 낭만적 세계

 바랜 듯한 세피아톤에 색연필로 쌓아 만든 섬세한 질감의 그림이 옛 사진처럼 아련한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킵니다. 미묘하고 몽환적인 인물들, 작품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매력적인 동물과 아름다운 식물, 빈티지한 사물 묘사, 오감을 깨우고 감정을 일렁이게 하는 구성은 모니카 바렌고의 시그니처지요. 오래된 것 같으면서도 세련되고, 섬세하면서도 선이 둥글고 다정하며, 부정적인 감정에서조차 깊이 우러나는 낭만과 낙관으로 세상을 향한 그 특유의 부드럽고 따듯한 시선을 보여줍니다. 이번 신작인 《여전히 나는》에서 모니카 바렌고는 사랑의 순간들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사랑의 기억이 남긴 그리움의 아름다운 모양들을 펼쳐냅니다. 그간 사랑에 관한 여러 작업을 함께해 온 다비드 칼리와 그들이 전할 수 있는 가장 로맨틱한 그림책을 완성했어요.

 ‘번역가의 서재‘에서 시월 한 달간 오후의 소묘에서 펴낸 모니카 바렌고의 책 4종을 소개합니다. 이 계절에 꼭 어울리는 낭만적 세계에 찬찬히 머물다 가세요. 아트프린트 액자, 저자와 번역가 후기, 책들에 대한 편집자 코멘트, 아름다운 오브제 함께합니다.

 🤎 정림 번역가님이 담은 전시 풍경

 🎁 작은 선물들

 1. 전시 방문객 모두에게 <여전히 나는> 원화 미니 포스터 증정

 2. 도서 구매 고객에게 모니카 바렌고 원화 엽서(1매, 종류 랜덤) 증정

 3. 모니카 바렌고 도서 구매 시 도서별 원화 엽서 세트(4매) 증정(<구름의 나날>은 <여전히 나는> 엽서 증정)

 ✔️ 일정: 10.3-10.31.(화-토 2-7시) / 장소: 번역가의 서재(마포구 서교동 457-11)

 

  ⭑ 소묘의 이웃 책방 시나브로에서의 북토크도 잘 마쳤습니다. [후기]

 

  ⭑ 리뷰로도 만나보세요.

 • 모니카 바렌고의 그림과 다비드 칼리의 글 덕분에, 그리움은 만져지는 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뿐만 아니라 볼 수도 있고 들을 수도 있고 냄새를 맡을 수도 있다고. 그리움은 감각된다. 그들의 한 시절이 나에게 밀려온다. 잔잔하고 꾸준한 물결처럼, 그리움을 전하는 책, 그 품을 헤아려보게 하는 책, 오늘 문득 내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책. 부디 우리 그리움에 빠지지 않고 그와 함께 살아가기를, 여전히 사랑 가까이. _moajium_

 • 그리움이란 감정은 순간을 영원으로 봉인하는 장면들의 모음이 아닐까. 빈 종이 위를 부지런하고도 충실하게 오갔을 드로잉 선들을 바라보자면 시간이 멈춘듯한 신비로움과 겹겹이 이어진 시간의 층위가 만져질 것만 감각이 동시에 느껴진다. 그리고 담담하면서도 너무 무겁지 않도록 유머가 담긴 글들은 그리움이란 감정이 아프기만 한 것은 아님을 일깨워 주는 것 같다. _drawing_letter_daily

 • 이 책을 읽고 더욱 사랑하고 싶어졌다. 이미 과거가 되어버린 사랑, 현재의 사랑, 곧 다가올 사랑. 그리고 이별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겠지만, 그러한 정동마저 시간이 해결해 줄 테고 어쩌면 나는 “사랑했던” 기억으로 남은 생을 찬란하게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_tulipenery

 • 사랑하는 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실은 사랑하는 이와 나누었던 아주 작고 소소한 일상이었음을 알게 됩니다. 바람의 결대로 흩날리는 머리카락, 내 앞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만지고 싶게 만드는 간지러운 손가락, 사랑이 그득한 눈동자, 그리움이 드리운 어깨, 일상을 용감하고 덤덤하게 이겨내는 발걸음. 작가는 이렇게 전하고 싶었던 걸까요? 여전히 나는 당신을 그리워하지만 오늘도 나는 용감하게 하루를 살아갑니다.라고요. _inyoung0408

 • 가슴 저 깊숙이 한쪽이 묵직합니다. 두 연인의 간절하고, 애틋한 마음이 스며듭니다. 나의 마음 모두 내어 사랑했던 시간들이 스쳐갑니다. 사랑을 할 땐 우주에 둘만 존재하는 것처럼 사랑의 에너지로 둘러싸여 있는 것 같지요. 이별을 해도 사랑의 마음은 저장되어 있습니다. 사랑하는 누군가와의 이야기, 그리고 남은 사람이 일상을 나아가는 시간을 잘 살아나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_spring_spring_bom

 • 당신이 없는 지금의 나는 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고 있어. 깊은 슬픔과 애도하는 마음을 가지고도 나는 살아갈 거야. 당신이 떠난 자리에 새로운 날들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이렇게 아름다운 글과 그림들이 나를 위로해 주는 한 여전히 나는 살아 있어. _page.eunhee

 • 그리움을 마음껏 사랑하라 말해주는 책이 있다. 길지 않은 글과 가을을 머금은 듯 은은한 갈색빛 그림으로 건네는 위로가 흠뻑 와닿는다. 이별을 겪고 그리움을 품어본 사람만이 남길 수 있는 그림과 글. 그리움은 사랑의 증표다. 함께였던 시절이 가장 반짝이고 아름다웠기에 그리움마저 길게 드리워진다. 어쩌면 마땅한 운명이자 이별 후에 주어지는 남은 자의 몫일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나는, 당신이 그리워요. 아주 많이. _1091jjy

 •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이 한없이 슬프면서도 또한 아름다웠다. ‘당신’을 위해, 여전히 매일을 함께하고 있다는 그 마음이 뭉클하게 만들었다. 덧- 손목의 시계에 자꾸 시선이 갔다. 아마도, 이들의 시간이 어떻게 서로 이어져 있고 연결되며, 앞으로도 어떻게 흘러가게 될 것인가를 보여주는 듯했다. 저 시계가 멈추지 않고 잘 움직여주면 좋겠다. _booklove_77

 • 제법 시간을 들여 바라보고 시간을 들여 읽게 되었습니다. 많은 생각과 여러 질문으로 이어지고 긴 여운을 남기게 되는 것엔 그만큼의 깊이가 있어서겠죠. 군더더기 없는 다비드 칼리의 글과 모니카 바렌고만의 색채는 쉽사리 흩날려질 수 있을 여운을 좀 더 짙고 중량감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_sosohan_nanal78

 • 이미 표지의 한 장면만으로도 책의 분위기가 전해지는, 가을빛의 아름다운 그림책. 살며시 고개를 돌린 여성의 눈빛, 바람결에 흩날리는 머릿결, 그녀를 둘러싼 바다, 모든 풍경에서 아련한 그리움과, 애틋함의 감정들이 느껴졌어요. 그녀의 등 뒤에는 사랑에 빠진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누군가의 모습이 그려졌고요. 이별이 남긴 그리움의 감정이 슬프기보다는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하는 책이었어요. 그림만으로도 소장하기에 충분한, 매 장면 장면이 정말, 은은하게 아름다워요. _tinystar.books

 • 남자가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며 매일 카페를 가는 일상을 살아내고, 그녀를 떠올리는 모든 추억이 사랑스럽다는 걸 목격한다. 모니카 바렌고는 온갖 그리움의 색을 이 책에 표현해 놓았다. 온기 있는 그리움이다. 서늘하고 시린 그리움밖에 몰랐던 내 마음에도 은은한 노란 불이 켜진다. 사람에겐 누구나 그리운 마음 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공간에 작은 전등을 켜주는 이 책을 가슴에 품어본다. _ drawing_lily_

 • 책을 덮고 뒤표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진다. “여기서 기다릴게.”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했다는 것, 그리고 그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에 관한 이 시적인 그림책은 짧은 단편 영화를 감상한 느낌을 준다. 그립고 아련하고 행복하다. _hillsea_bae

 함께해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미처 싣지 못한 리뷰도 찬찬히 소개할게요.

 

_🎬 [엔딩까지 천천히] 미화리 작가 북토크 X 나락서점 후기_

 유월부터 시월까지 천천한 여정의 작은 마침표를 부산에서 찍었습니다-! 비가 내리는 으슬으슬한 날이었는데도 나락서점에 들어서자마자 온기가 가득했어요 :)

 오신 분들께 미리 질문을 받아서 쁘띠영화처방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책에는 좋아하는 것이 확실한 사연자들의 고민이 많이 나오는데, “모든 일에 무기력하고 뭔가를 좋아하기 어려운 사람은 어떤 영화를 보면 좋을지” 물어오셨던 것이 유독 기억에 남습니다. 미화리 작가님의 처방영화는 <양산형 리코: 프라모델 걸의 인생 조립기>였고요. 공장에서 찍어낸 듯 양산형 인간 같던 리코가 우연히 프라모델 가게 사장님의 영업에 넘어가 프라모델을 조립하게 된 것처럼, 무엇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유연한 마음’일 것이라고요. 당장은 어떤 의욕도 생기지 않더라도, “언젠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발견했을 때 한 번쯤 열어볼 수 있는” 마음이요 :)

 그리고 미화리 작가님이 혜은 작가님과 운영하는 ‘작업책방씀’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을 것 같아요. 9월에 4주년을 맞았고 내년 9월을 끝으로 ‘작업책방씀’은 엔딩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이 갑작스러운(?) 결정에 대해 두 작가님은 이렇게 합의(!)하셨다고 해요. “우리가 무언가 다시 새로운 것을 시도한다면 그때가 최적의 시기가 아닐까. 대신 1년 동안 진짜 끝내주게 재밌게 하고 닫자!” 이 이야기하실 때 진짜로 좀 멋졌고. 책 속의 여러 구절과 영화들이 떠올랐습니다.(이 엔딩의 암시가 모두 책 속에 있었네…) 저희 책 제목처럼 ‘엔딩까지 천천히’! 1년간 특별한 시간 되겠어요.💫

 그동안 미화리 작가님의 모든 북토크를 함께했는데요. 언제나 가득 찬 자리 뒤편에서 따듯하고 즐거웠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시고 정성으로 진행해 주셨던 책방 대표님들도 모두 감사해요. 미화리 작가님의 뜻깊을 엔딩과 새로울 오프닝도 기대하며 응원해요 :-)

 • 미화리 작가님의 후기

 • 나락서점의 후기

 

_[작가의 방] 10월 예약하기_

 • 장소: 오후의 소묘 스튜디오(서울 은평구 응암동)

 • 시간: 화-토 15:00~18:00 | 3시간 15,000원(다과 포함)

 • 신청 : 네이버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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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의 편지, 새해 첫 책  •  2월의 편지, 어려움에 대하여  •  3월의 편지, 구름의 나날  •  4월의 편지, 사랑의 모양  •  5월의 편지, 비화  •  6월의 편지, 사라진다는 것  •  7월의 편지, 환대  •  8월의 편지, 정원 너머 어렴풋이  •  9월의 편지, 함께 해피엔딩  •  10월의 편지, 마음을 쓰고 계신가요?  •  11월의 편지, 작가의 발견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3년 1월의 편지, 하얀 꽃들이 피어나  •  2월의 편지, 차를 듣는 시간  •  3월의 편지, 조용히 다가오는 것들  •  4월의 편지, 꿈을 꾼다는 건  •  5월의 편지, 다정한 반복으로  •  6월의 편지, 다시 태어나기를  •  7월의 편지, 촛불을 켜는 밤  •  8월의 편지, 치코의 일기  •  9월의 편지, 아름다움과 함께  •  10월의 편지, 언제 나와요?  •  11월의 편지, 오늘의 주인공은 너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4년 1월의 편지, 새삼 새 마음  •  2월의 편지, 일상 맞춤형 실감 블록  •  3월의 편지, 사랑과 우정의 세리머니  •  4월의 편지, 길고양이 돌봄 지침  •  5월의 편지, 절기 좋아하세요?  •  6월의 편지, 우리를 홀린 OOO  •  7월의 편지, 이 모든 일이 다 영화 같아요  •  8월의 편지, Sometimes, again  •  9월의 편지, 여름의 기억  •  10월의 편지, 힙hip하지는 못해도  •  11월의 편지, 작은 도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