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사람은 본래 흙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는 말이 조금도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면 흙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속에 들어와 있는 것도 틀림없다고 봅니다.

_김종철, <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나희덕, <문명의 바깥으로>에서 재인용>)

 

도시텃밭은 흙의 다정하고 위대한 만물 농사를 지켜볼 수 있는 귀중한 장소다. 이 소박하고 넉넉한 품에 안겨 흙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기를 나는 꿈꾼다.

_유현미,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

 

출근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창문 열기고, 그다음은 화분들 흙에 손가락 찔러보기입니다. 한 마디를 꾹 넣어 흙의 상태를 감지합니다. 겉흙이나 잎 상태만 봐도 대략 알 수는 있겠지만 저는 이 촉지의 시간이 좋아요. ‘흙의 마음이 제 마음속에 들어’오는 시간이랄까요. 촉촉하네, 아직 괜찮구나. 벌써 말라버렸네, 물이 필요하구나.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를 쓰고 그린 유현미 작가도 “흙을 만지고 싶어서” 맨손으로 텃밭 일을 한다고 썼지요. “씨 뿌릴 때, 모종 심을 때, 감자 캘 때, 마땅하다는 듯 맨손으로 한다.” 그러면서 대체 흙이란 무엇이기에 물으며 전직 편집자답게 ‘표준국어대사전’을 펼쳐 확인합니다. “지구의 표면을 덮고 있는, 바위가 부스러져 생긴 가루인 무기물과 동식물에서 생긴 유기물이 섞여 이루어진 물질로 풀이한다. 다른 말로는 토양. 설명이 좀 딱딱하지? 인간이 흙에서 생겨났다는 말은 없구나. 생략되었을 뿐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흙과 너무 먼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 아닌지. 나희덕 시론집 <문명의 바깥으로>에서 시인은 지질학자 데이비드 몽고메리의 연구를 인용하며 “지구의 얇은 토양맨틀이 지금의 속도로 침식된다면 몇 세기에 걸쳐 축적된 흙이 10년도 안 되어 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그야말로 인간이 하루하루 ‘지구의 살갗’을 벗겨내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이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몽고메리는 여러 대안을 제시하는 동시에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문명의 생존은 흙dirt을 투자 대상이나 상품이 아니라 소중한 유산으로, 하찮고 더럽지 않은 어떤 것으로 대하는 데 달려 있다”라며 인식의 전환을 이야기합니다. 나희덕 시인은 “여기엔 우리가 흙을 ‘dirt’처럼 더럽고 하찮은 것 또는 쓰레기로 여겨온 것은 아닌가 하는 반문이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여요.

 

자연스레 흙수저라는 단어와 우레탄 바닥이 깔린 놀이터가 떠오르는데요. 놀이터 모래의 오염성(동물의 배설물, 기생충, 각종 유해 세균 등)을 이유로 2000년 중반부터 모래 놀이터가 사라졌지요. 하지만 흙이 면역체계를 강화해 준다는 연구들은 꾸준히 발표되고 있습니다. 흙 속에는 우리의 ‘오랜 친구’들이 있다고요.

 

파헤쳐지고 불타고 가라앉는 땅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지만,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 오랜 친구들을 만나는 기쁨을 노래하는 이야기가 흙 인간인 우리의 기억을 다시 불러일으킬지 모른다는, 어쩌면 우리를 다시 태어나게 할지도 모른다는 작은 믿음을- 손가락 한 마디만큼 가져봅니다. 저는 오늘도 손바닥만 한 제 화분들의 흙과 만나러 갈게요.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 (…)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 내 가슴에 끓어오르던 벌레들, /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빈 그릇, / 너의 푸른 줄기 솟아 햇살에 반짝이면 / 나는 어느 산비탈 연한 흙으로 일구어지고 있을 테니 (‘뿌리에게’ 중에서, 나희덕 시인 등단작)

 

흙의 생명력에 감전되어 이 시를 순식간에 써내려갔다. 내 속의 흙이 얼음에서 풀려나며 말하는 소리를 받아 적은 것이다.

_나희덕, <문명의 바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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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두 번째 편지는 신유진 작가님의 에세이를 띄울 예정입니다. 어떤 글을 만나게 될지 저도 무척 설레는데요. 함께 기다려 주세요 :)

 

 

[…]

 

우리가 동네책방 혹은 독립서점이라고 부르는 공간들은 정말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전국망을 갖춘 대형서점이나 지역의 중형서점이 대개 유사한 풍경임에 반해 동네책방은 입지 조건에서부터 규모, 운영 방침, 공간의 콘셉트 등이 훨씬 다채롭게 존재합니다. 산속에 위치한 책방, 2평 남짓한 공간에서 무인으로 운영되는 책방, 카페나 빵집을 겸하는 건 예사고 심리상담이나 숙박까지 결합한 책방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서점이 이미 우리 곁에 존재한다고 해도 좋을 만큼 말이에요. 그런데 이렇게 다름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책방에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입니다. 자발적이고 활발하게요. 이유를 굳이 따져볼 필요도 없습니다. 책을 싫어하는 작자들이 책을 싫어하게 만든 바로 그 이유가 사람을 모이게 하는 것이니까요.

 

겉으로 보기엔, 책방에서 다양한 모임과 행사를 기획하고 그걸 발견한 사람들이 책방을 중심으로 결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방향이 그 반대일지도 모릅니다. 책을 읽은 사람들이 이야기의 힘에 떠밀려 책방으로 발걸음을 하게 되고, 서로 생소할 그들이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묻고 상기된 얼굴로 책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본 책방 주인장이 ‘뭐라도 해야겠는걸?’ 하면서 자연스럽게 모임이 생기고 행사가 만들어진다고 하면, 이상할까요? (물론 책방 운영의 경제적 조건이 첫 번째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책은, 아시다시피, 잘 안 팔리니까요..ㅠㅠ 어떻게든 매출을 만들기 위해선 독서모임, 강연, 북토크, 전시 등등 어쩌면 그보다 더한 게 필요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방향이 어찌 되었든 간에 동네책방엔 분명 사람을 모이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많은 동네책방들이 실제로 그걸 증명하고 있기도 하고요. 이 매력적인 공간을 사랑방이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아요.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내부에 존재하지만 외부를 향해 활짝 열려 있는 공간. 책을 좋아하는 이들의 사랑방, 이야기의 중력장에 이끌린 이들의 사랑방, 때론 그저 사람이 좋은 이들을 위한 사랑방.

 

이번 소소한 산-책은 일산의 거의 끝자락에 자리한, 사랑방이란 이름이 그 어느 곳보다 잘 어울리는 책방 이랑에 다녀왔습니다. 책방에 도착했을 때 이곳이 서점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관 양옆으로 테라스가 있어 마치 카페가 손님을 환영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붙잡은 건 책방 중앙에 놓인 커다란, 책 없이 비워진 테이블이었습니다. 보통은 가게의 통유리 너머로 진열된 책들이 먼저 보이게 마련이고 안에 들어갔을 때도 동선의 중심에 위치한 매대나 책장이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만 이랑의 공간은 그렇지 않았어요. 심지어 두리번거리다 두 번째로 발견한 것 역시 큰 테이블이 있는 분리된(하지만 투명한 유리 너머로 다 보이는) 모임 공간이었습니다. 책장과 모임 공간의 두 테이블이 8~10명은 거뜬히 둘러앉을 수 있을 만큼 커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그다음에야 책들이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문을 열고 들어가는 통로 좌우에 놓인 야트막한 매대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책장, 모임 공간 입구에 기대져 있는 선반 들에 알뜰한 메모와 함께 책이 진열되어 있었어요. 그제서야 제대로 책방에 들어섰다는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동네책방을 많이 다녔지만 책방의 커뮤니티에 속한 독자로서 방문한 적은 없다고도 볼 있습니다. 간혹 회원으로 등록해 드릴까요? 여쭤보는 책방이 있어도 쑥스럽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어요. 소소한 산-책이 아니더라도 거의 (먼 곳의 서점을 구경하는) 일회성 방문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엔 우연찮은 기회로 책방 커뮤니티의 분위기를 아주 가깝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날은 이랑에서 진행하는 심야책방 프로그램으로 <조용함을 듣는 일> 김혜영 작가님의 드로잉 워크숍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작가님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의자와 식물 그림을 함께 그려보는 시간이었는데요. 강연이나 북토크가 아니라 워크숍이다 보니 모임이 끝날 때까지 작은 목소리의 이야기들이 끝없이 오갔습니다. 오랜 친구들이 사랑방에 둘러앉아 두런두런 안부를 묻고 근황을 말하고 살아가는 일의 기쁨과 걱정과 두려움에 관한 얘기를 나누는 듯한 분위였습니다. 물론 다들 눈과 손은 바쁘게 붓을 좇으며 그림을 그리느라 정신이 없으셨고요.

 

그렇게 함께 무언가에 몰입해 있는 풍경이 너무 좋았습니다. 워크숍의 목표치로 완성해야 할 분량은 있었지만 그와 상관없이 각자의 리듬으로 붓을 움직이고, 물감의 다채로운 색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마치 현실과 단절된 다른 세상에 온 듯했어요. 어쩌면 책방 이랑의 본모습을 본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통은 내부의 인테리어와 진열된 책의 큐레이션이 책방의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소겠지만 이날만큼은 공간에 모인 사람들의 그 고유한 분위기보다 책방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건 없어 보였습니다. 책방 이랑은 동네 사랑방처럼 편안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전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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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편지는 ‘이치코의 코스묘스’ 대신 ‘소소한 산-책’으로 한 번 더 만나요. 바로 엊그제 다녀온 순천 서점 탐방기를 (이치코 실장이 잊어버리기 전에…!) 전하겠습니다.

 

 

 

 

🥬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 리뷰로 만나보기

 ﹆ “이 책을 읽고 나면 텃밭에 나만의 행복이라는 씨앗을 뿌리고 싶어진다.”

 지난 6월 6일은 현충일이기도 했지만, 씨 뿌리기 좋은 때라는 의미의 ‘망종芒種’이기도 했죠. 마침맞게 라디오에서 농사 책(!)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를 다뤄주셨습니다. 텃밭을 가꾸는 마음을 알 수 있는 에세이라며 그 마음에 대해 20분간 세세히 소개해 주신 강가희 작가님의 음조에서 ‘발땅손흙’을 얼마나 재미나게 읽어주셨는지 그 마음이 뚝뚝 묻어나, 듣는 내내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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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가꾸고 싶어 하는 분들께는 가이드가 되고, 초심자 분들께는 영감이 될 일 년 농사일지다, 지금은 유월이니 작물 지도에 따르면 오이가 주렁주렁, 애호박이 드문드문 달리고, 옥수수 모종도 심었겠다.’

‘도심에서 직접 키운 로컬푸드를 아파트 이웃들과 나누는 장면이 굉장히 살갑다, 이것이야말로 큰 기쁨이자 사는 맛이라고.’

‘그림과 식물에 베테랑인 저자가 그려낸 싱그러운 작물 그림부터 애벌레, 곤충, 농사 기구 그림들까지,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한눈에 들어오는 계절별 작물 지도는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이처럼 재밌고 풍성한 그림들로 꽉 차 있을 뿐 아니라 읽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아주 독특한 문체를 구사하는데 문어체인 듯 구어체인 듯, 혼잣말인 듯 자연한테 말을 거는 듯, 이야기하듯 흘러가는 간결하고 구수한 문체는 읽으면서 빠져들게 된다. 위험하게도 길에서 하는 매미의 짝짓기를 40분 동안 보호해 주는 에피소드에서는 작가의 마음에 저도 모르게 감화가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책의 온도를 느낄 수 있을 거다.’

‘무엇보다 무언가를 키우는 일이 나를 키우는 일임을, 나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느끼는 일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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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충북 라디오 <구본상의 허심탄회> 2부 ‘강가희의 브런치북’, 2023년 6월 9일. 다시 듣기(21:50부터)

 

 ﹆ “흙은 날 일으켜 세우고 ‘나눔의 기쁨’을 알려줘” <조선일보> 저자 인터뷰

 “저자는 두 발로 단단히 땅을 디디고 두 손으로 보드라운 흙을 어루만지며 텃밭에 서 있다. 그가 내민 손을 잡으면 텃밭 안으로 빨려 들어갈지도 모른다.” <국제신문>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서평

 “나누어 먹는 것은 얼마나 마땅한가. 왜 내가 더 좋을까. 도시에서 더 많은 사람이 텃밭을 일구었으면 좋겠다. 흙을 만지고 작물을 키우고 먹을 것을 나누기. 나는 이것이 작은 혁명일 수 있다고 여긴다.” <동아일보> 밑줄 긋기 중에서

 

 ﹆ 서평단 후기

삶에 허기가 지는 요즘 선물 같은 책을 만났다. 아침 햇살을 맞으며 텃밭에 가는 일, 궂은 날, 맑은 날 그 모든 날 텃밭에서 살아내고 살아가는 이야기. 덩달아 미소가 지어지고 삶은 무엇이며 행복은 무엇인지 묻게 된다. 나의 인생 영화 1순위가 한국판 <리틀 포레스트>라면 나의 인생 책 1순위는 바로 이 책이 될 듯하다. _cute_g_28

 

페이지를 넘기면서 자꾸 감탄하게 된다. 이런 게 사랑이지. 텃밭에 물을 흠뻑 주고 기쁜 마음으로 햇볕 아래 앉아 가만히 씨앗과 풀과 꽃과 벌레를 들여다보며 조용히 종이에 옮겨 그리는 상상을 한다. 부러운 마음으로 잠시 작가님이 되어본다. 그처럼 섬세하고 다정한 마음으로 순간을 살아 모든 장면과 감각을 생생하게 느끼고 싶다. _leebonnie_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텃밭을 함께 키워낸 것만 같은 느낌이다. 특히 계절별 ‘텃밭 작물 지도’는 언제고 나의 텃밭이 생기는 때, 다시 펼쳐 살피며 나만의 지도를 만들 때 참고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촘촘하게 만들어낸 텃밭 안에서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자라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그 마음을 그대로 따라가며 나도,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 사는 삶을 더욱 간절하게 꿈꾸게 된다. _booklove_77

 

작은 벌레들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부르는 것, 땀을 흘리는 순간을 개운하다 말하는 모습, 깻잎 잎맥의 무늬가 등고선 같아 그림을 그리며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것만 같았다는 이야기. 만나는 자연 하나하나를 귀하게 여기는 듯 보였고, 그 마음이 따사로워 참 좋았다. 나도 저자가 자연을 소중히 살펴보는 시선으로 책을 읽을 수 있어 감사했다. _solsolbook

 

씨앗이 싹을 내고 잎과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기까지, 또 그 자리에 다른 작물이 다시 심기고 크는 과정에서 계절의 이동이 읽힌다. 흙, 식물, 해와 비, 바람뿐 아니라 텃밭에 찾아오는 아주 작은 벌레부터 동물들까지. 함께 살아가는 것들을 향한 사랑과 그들로부터 얻는 에너지가 느껴져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아주 멀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나의 로망이 사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게 아닐까- 용기가 되는 책. _eodie.scent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는 책. 나의 로망 같기도 한 이 책은 텃밭과 꽃, 채소, 절기에 소소한 나눔까지 소박하지만 보람 찬 하루들의 묶음이다. 농사책(?)답게 목차는 절기순, 중간중간 감각적인 그림과 계절별 텃밭 작물 지도, 마지막에 텃밭 밥상까지! 작가는 이 농사 일지가 실용적인 도시텃밭 지침서가 아니라고 했지만 아주 유용한 정보가 가득 담긴 책이었다. _julism_beprofessional

 

읽다 보면 발을 땅에 디디게 하고 손은 흙을 만지게 하는 텃밭 ‘실용서’. 작가님의 텃밭일지를 들여다보다가 자꾸 내 작디작은 텃밭이 생각나고, 그 길로 책을 엎어놓고 마당으로 뛰쳐나가게 만들었으니까. 읽다 말고 자꾸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책을 애껴 읽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동질감에 기쁘고, 모르는 이야기는 새로워서 신나고, 무심코 지나쳐온 감각들을 짚어주는 작가님의 시선도 따듯하다. 시시때때로 작물을 수확하기 위해 번개를 치면 모이는 세자매는 좀 많이 부러웠다. _girintmr

 

몇 년 전부터 텃밭을 하고 있다. 갈 때마다 짧게 기록을 남기고 이듬해 읽어보면서 기억을 떠올리는데, 딱 내가 만들고 싶던 책이 나왔다. 봄부터 시작한 일지가 겨울에 끝나는 그 과정이 아쉬워서 조금씩 아껴 읽게 된다. 이 즐거움을 함께하고 싶다. _bookbread_mr

 

어지러운 마음과 고단한 몸을 구원했던 텃밭에서의 시간이 사계의 흐름을 따라 기록되어 있다. 무수한 소우주가 복작거리며 살아가는 ‘텃밭’이라는 은하 속에서, 평범한 하루마저도 굉장한 날이 되는 찬란한 기쁨을 전한다. 책상 위 작고 좁은 책꽂이에 이 책을 꽂아두었다. 다가올 절기에 맞추어, 공전과 자전의 흐름을 따라가며, 한두 장씩 펼쳐 읽으려고. 발은 강마루 바닥을 디디고 손은 텃밭의 책을 어루만지며, 그 위에다 더하고 곱하고 나누고 싶은 충만한 기쁨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_thine.moon

 

도시라고 초록이 없고 흐르는 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획적으로 꾸며놓은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흙과 흙에서 사는 여러 생명들, 그리고 흙으로 얻는 작물에 대한 기록은 내가 밟고 서 있는 지금 이곳이 콘크리트 바닥이 아니라 굼벵이가 잠을 자고, 땅거미가 기어다니는, 온갖 풀벌레와 새 소리로 가득 찬 곳이었으면, 하는 희망을 품게 한다. _deem0401

 

텃밭을 돌보는 시간이 글과 그림으로 어우러져 꽤나 실감 난다. 멀리서 보면 평화롭지만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과정이 삶과 닮아 있기도 하다. 씨를 뿌리고 싹이 날 때까지 열흘, 보름 이상 텅 빈 밭에 물을 주는 일은 행복해질 나 자신을 기다리는 일인 것 같다. 벌레 때문에 식물은커녕 더운 날에도 창문을 닫고 사는 나조차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_wodusl

 

물도 주고 자란 채소 수확하러 엄마가 텃밭에 가자고 하면 그게 그렇게도 귀찮고 싫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귀촌을 꿈꾸고 자연농, 텃밭 자급자족을 동경하다니 무슨 일이야. 철마다 재미로 가득한 저자의 텃밭 일기에 맞아 맞아! 무릎 치고 손뼉 치며 공감했다. 내가 경험한 즐거움이 나를 변화시킨 것이겠구나. _yolko.bo_oks

 

텃밭을 가꾸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꼭 시골이 아니라 도시에서도 가능하구나 생각한 한편 작은 텃밭이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걸 동시에 깨달았다. 농부들께 감사하는 마음이 백 배 늘었고. 텃밭으로 사계절을 충분히 느끼며 달마다 어떤 작물들이 심기고 거둬지는지 살펴보는 일 신기하고 즐거웠다. 작물 다 갉아 먹는 벌레들도 작가님 그림으로 만나니 왜 이렇게 귀여운 건지! _flower_shadow

 

<리틀 포레스트>의 텃밭 버전을 읽은 듯한 기분이다. 시골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공감 백배! 도시에 살고 계신 분들에게는 힐링 백배! 뭐니뭐니해도 역시 사람은 흙과 함께 사는 게 맞지. 그나저나 작가님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정원 가꾸는 데도 벌레들 때문에 약을 안 할 수가 없는데 그걸 손으로 잡으신다고요. 심지어 사마귀도 예쁘다구요? 저는 그런 경지에까지는 이르지 못할 것 같아요. _eunmi.04.21

 

밭에서 잡초 뽑은 손을 털어내고 손톱에 박힌 흙을 걷어가며 책장을 넘겼다. 고작 세 평짜리 밭을 일구는 일이 별거냐 얕봤던 경솔함이 고개를 숙이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해를 거듭하며 겸허와 겸손, 그리고 섭리를 배운다. 더 조아려 배우라고 이 책이 내게로 날아든 것 같다. 선배 농부의 세세한 노하우까지 담긴 이 농사 일지는 초보 농부인 내가 때마다 어떤 것을 느끼며 밭을 일굴 것인지 생각하게 한다. _lakeangie

 

🖼  [조용함을 듣는 일] 행사 후기

 ﹆ 김혜영 X 무루 작가 북토크 & 작은 전시 풍경

 •무루 작가의 보는 마음

 혜영 작가님 그림들을 볼 때면 뒤돌아보는 기분이 듭니다.

 갑자기 뒤를 돌아봤더니 펼쳐져 있는 듯한, 그러니까 내 앞에 있는 풍경이 아니라 내 뒤에 있는 풍경 같은 그림. 분명 낯설지만 과거에 잃어버렸거나 너무 빠르게 스쳐간 것을 다시 보는 듯한 환기의 느낌처럼 그리움,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켜요.

 • 김혜영 작가의 그리는 마음

 제가 항상하는 말이 있어요.. 뒤돌아보지 마라. 노사연 님의 <만남> 가사죠. (웃음)

 여기서 뒤돌아본다는 건 후회한다는 건데, 후회라는 단어 중에 (뉘우칠 회가 아니라) 모일 회라는 한자를 써서 ‘뒷날에 만나는 일’이라는 뜻도 있잖아요. 그 말이 저한테 다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다 괜찮아.

잔잔한 파도를 자주 그리는 것도 그렇게 계속해서 치는 조용한 파도가 후회하고 아쉬워하는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어딘가로 새로 나아가고 싶을 때 도와줄 것 같아서예요.

 ﹆ 김혜영 작가와 함께 하는 의자와 식물 드로잉&채색 워크숍 풍경

 

👏  [우울이라 쓰지 않고], [차를 담는 시간] 전자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종이책으로 만나보기 어려웠던 분들께 반가운 소식이기를 바라요.

 ﹆ [우울이라 쓰지 않고] 교보문고 | 예스24 | 알라딘 | 리디북스

 ﹆ [차를 담는 시간] 교보문고 | 예스24 | 알라딘 | 리디북스

 

✏️  유월의 문장

 어떤 기억은 오직 유월에만 떠오른다. 다른 계절에는 일부러 생각하려 해도 건너뛰게 되는 기억들이 유월에는 무시로 찾아들어 마음을 흔든다. (…)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 어우러져 만들어 낸 유월의 냄새, 여름을 예고하는 냄새다.

 거기엔 뭔가가 촉발되기 직전의 긴장과 그 긴장이 풀어지는 느낌이 동시에 있다. 이를테면 터질 듯 풍선을 불다가 잠깐 입을 떼는 동안 새어 나오는 바람 같다. 실수로 발사된 신호탄에 순간 긴장이 풀려버린 달리기 선수의 몸짓 같다. 혹은 첫 사냥을 떠나는 아이가 연습 삼아 허공에 쏘아본 화살이 수풀 사이를 통과하며 만들어 내는 꽃대의 떨림 같기도 하다. 그리하여 우리의 팔꿈치와 팔꿈치 사이, 손등과 손등 사이, 귓불과 입술 사이를 가르며 떨고 있었던 것, 그 좁은 틈에서 시작되고 있었던 것, 우리도 모르는 틈에 태어나려 하고 있었던 것은….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시간, 서로를 만나기 전까지 알지 못했던 시간이다. 연하고 향기롭고 생기 넘치는 시간, 유월의 밤공기를 닮은 시간. 우리는 그 시간에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 그러므로 다른 무엇보다 사랑할 수 있는, 사랑이 될 수 있는 시간이다. 다시 사랑해야지, 용기 낼 수 있는 시간이다.

 _문이영 [우울이라 쓰지 않고], ‘유월’ 중에서

 

📣  오후의 소묘는 지금…!

[대봉이의 일기]를 작업 중입니다. 레터를 오래 봐주신 분들이라면 반가운 이름일 텐데요. [아홉 번째 여행]을 쓰고 그린 신현아 작가님의 반려묘 대봉의 전지적 시점으로 봉봉 식구들 이야기를 담담히 담았습니다. “담백하게 많이 먹을 수 있는(!) 강냉이 같은 만화”(신현아 작가님의 친구 분 표현)입니다(만 저는 눈물 줄줄… 웃음 팡팡 아주 울고 웃으며 만들고 있어요). 한여름에 소개할게요 :)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반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 있지요. 벽을 가득 채운 책들과 편안한 의자,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비추고 있는 노란 불빛이죠. 아늑할 수밖에 없는 공간 아닐까요? 소박하고 편안한 공간을 주변에서 찾지 못한 저는 어둠이 내려 모두가 잠든 밤이 되면 거실로 조용히 빠져나옵니다. 저만의 아늑한 구석으로요. 창가에 있는 초록색 라운지 체어에 앉아 책을 펼치고 낮은 조도의 노란 불빛에 의지에 책을 읽습니다. 가장 애정하는 시간이죠. 집 안에서의 시간이지만 그때만큼은 특별한 공간과 시간으로 느껴집니다. 리브레이아Q가 바로 그런 공간이 아닐까 해요. 그곳을 지키고 계신 서점원님은 얼마나 좋으실까 생각하다가도 공간이 주는 아름다운 것과는 별개의 업무들이 있을 터이니 조금은 복잡한 순간도 있으시리라 생각했어요. 가끔은 슬프기도 해요. 이런 동네 서점이 곳곳에 유지될 수 없는 조건들 때문이지요. 리브레리아Q 가정식 책방이 오래오래 살아 서점원님 기억속의 어느 장소처럼 편안하고 다정한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_inyoung040

 

노란 불빛 같은 답장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다정한 마음 서점원 님께도 잘 전해졌으리라 믿어요. 오래오래- 저도 함께 바라고요.

 

서점지기님의 글이 너무 좋네요. 이국의 골목에서 마음에 드는 책방을 만나 노란 불빛을 바라보고 있는 저의 뒷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어요. 멀고도 그리운 곳이 생각나 잔잔히 위로받았습니다. 다음 글 기다릴게요-♡ _해나

 

해나 님 :) 서점원 님 글 정말 좋았지요. 저도 받아보고 무척 그리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위로가 되었다니 기쁘고- 응원 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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