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소묘] 시즌 2 레터로 인사드립니다.

2018년 5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운영한 시즌 1은 커피와 책 정기구독 서비스로 달마다 2종의 커피와 한 권의 책을 직접 전해드렸는데요. 시즌 2는 메일을 통해 소묘가 고른 커피와 책을 소개하고 함께 나누고 싶은 글들, 그리고 출판사 오후의 소묘 소식을 전합니다.

 

첫 편지에 ‘생기’라는 이름을 붙여보았어요. 우리는 태양력을 쓰고 있지만 몸은 음력을 따르는 것 같아요. 새해를 여는 마음은 꼭 설이 지난 2월에야 찾아옵니다. 새해를 여는 마음, 그것을 새롭게 살아갈 기운이라 해도 좋겠지요. 생기 가득한 커피와 책, 그리고 생기의 기원으로 가닿는 글들을 나눕니다.

 

 

 

 

‘봄의 제전’은 스트라빈스키가 1913년에 발표한 발레곡의 제목이기도 하지요. 안무가 피나 바우슈가 올렸던 무대를 영상으로 보았어요. 희생물을 신에게 바치는 의식이니 음악도 안무도 폭력적인 요소들이 있었지만, 그것이 다였다면 그토록 오랜 기간 예술로서 살아 있지는 못 했겠죠. 깨어나는 대지, 봄을 맞는 기쁨, 신에 대한 찬양, 연약한 인간이 지닌 놀라운 생명력과 원동력, 그 강렬한 몸짓과 음악이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열어줍니다. 원시의 세계 한복판으로 뛰어든 기분이에요.

 

어떤 음식, 맛에 관해서도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커피에도 다른 차원이 있다는 걸 몸으로 알게 된 순간이 있어요. 커피 공부를 하던 시절, 누군가 나무사이로의 원두를 사 와 여럿이 함께 내려 마셨죠. 차례로 눈을 감았고 2초 정도 정적이 흘렀어요. 그러곤 모두 한 목소리로 외쳤어요. “블루베리!” 그때 입안에 감돌던 맛과 우리들 사이에 흘렀던 공기를 잊지 못해요. 그 원두는 금세 단종되어 다시는 맛볼 수 없지만, 커피 공부를 계속해나가는 원동력이 되어주었답니다.

 

그래서 나무사이로는 저에게 특별한 곳이에요. [월간 소묘] 시즌 1에서도 나무사이로의 커피를 여러 번 전했는데, 제대로 이야기할 기회는 없었지요. 그저 로스터리 카페라 부르기엔 부족하고, 국내에 스페셜티 커피를 소개하고 그 문화를 이끌어온 곳이라 할 수 있겠어요. 나무사이로의 대표적인 커피 ‘봄의 제전’은 아프리카 커피들을 블렌딩해 스트라빈스키의 곡처럼 원시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해요.(<디자인커피> 배준선 대표 인터뷰에서) 에티오피아의 강렬한 꽃 향기가 코를 먼저 자극합니다. 생기 넘치는 한 모금은 입안의 춤이 되고요. 아주 잘 익은 파인애플의 산미와 단맛이 인상적이에요. 호불호가 갈리는 커피일 수도 있겠습니다. 스트라빈스키의 음악처럼 말이죠. 저에게는 봄을 맞이하는 마음 같은 것이에요.

 

나무사이로 ‘봄의 제전’

 

 

“독자들은 낙담의 실개천보다는 기쁨을 더 확실히, 더 빈번히 발견하게 될 것이다. 야생의 세계에 대한 사랑, 문학에 대한 사랑, 타인과의 사랑이라는 지속적인 열정들의 영향을 받은 지금까지의 내 삶이 그러했으니까. 지금은 어둡다. 밤의 첫 커브가 아닌 마지막 커브, 나의 시간이다. 곧 이 필연적인 어둠에서 빛이 솟을 것이다.”

 

생기의 시인이라 쓰고 싶은 메리 올리버의 산문집 <긴 호흡> 서문으로 2020년을 열었습니다. 너머의 땅과 생명들이 몇 개월째 불타고 여기에선 신종 바이러스가 자기 세를 확장해나가고 있어요. ‘야생의 세계에 대한 사랑, 타인과의 사랑이라는 열정’에 좀처럼 영향 받지 않는 우리들에게 찾아온 필연적인 어둠일까요. 어느 때보다 빛이 간절합니다.

 

“태양이 남쪽에서 돌아와 햇빛이 강해지면서 마침내 땅은 부드러워지고, 나무에는 새싹이 움트고, 오후는 배회하기에 더 넓은 공간이 된다. 파랑지빠귀, 울새, 노래참새, 크고 활기찬 대륙검은지빠귀 무리가 돌아오고, 들판에서는 굴렁쇠 모양 블랙베리 가지들이 부드러운 진자주색을 띠며 본연의 색깔을 되찾고, 연못들의 얼음이 천둥소리를 내기 시작하더니 얼음 조각 사이로 주춤거리는 검은 번개처럼 갈라진 금들이 보인다. 그러면 겨울이 끝난다.”

 

어둠의 끝자락에서 빛이 솟는 풍경을 떠올려요. 경이와 기쁨으로 가득한 메리 올리버의 문장에 감응하고 ‘문학에 대한 사랑이라는 열정’에 감염되기를, 온기 회복하며 봄을 맞을 수 있기를.

 

 

 

독립서점, 동네책방, 어떤 이름이든 좋아요.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작은 서점들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을 나눕니다. 각 책방에서 산 책들을 함께 소개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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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는 연남동 서점 세 곳과 지방 서점 두 곳을 산책했어요.

 

새해를 맞아 처음으로 방문한 서점 아침달에서 최정례 시인의 <햇빛 속에 호랑이>를 샀습니다. 이달 레터의 주제와 어울리는 책이 아닐까 싶군요. 이달의 커피와도 합이 좋습니다.

 

책선물가게인 서점 리스본의 포르투점도 들러보았어요. 2월 1일의 생일책을 샀고요. 상자 안에 들어 있는 비밀책인데, 선물용이라 어떤 책일지 슬쩍 여쭤봤어요. 문학전집에 속해 있고 흑인 여성 작가의 소설집이라고 해요. 받아볼 친구도 좋아할 것 같아 기쁘게 구입했습니다.

 

지난해 저희 책을 많은 독자분들과 만나게 해준 연남동 그림책방 곰곰도 찾아가보았는데요.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저희 그림책 세 권이 나란히 놓여 있었어요. 어찌나 기쁘던지요. 그토록 눈 밝은(?!) 대표님이 보여주신 책이 있어 덥석 샀습니다. 이명애 작가의 그림책 <내일은 맑겠습니다>예요. 저자의 말을 옮겨봅니다.“예측하기 힘든 날씨같이 시시각각 변하는 선상에서 각자 자기의 속도로 나아가는 우리를 봅니다.”

 

그리고 조금 멀리까지 산책해보았지요. 작년부터 당진 면천의 책방 오래된미래가 줄곧 궁금했어요. SNS도 전혀 하지 않고 그림책방도 아닌데 저희 그림책이 독자들과 열심히 만나고 있었거든요. 책방에 들어서자마자 대표님이 그림책을 무척 사랑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죽음과 할머니에 관한 그림책을 모아놓은 아늑한 서가가 인상 깊었고요. <할머니의 팡도르>를 특별히 아끼신다는 대표님이 여러 책을 추천해주셨고 잔디어의 그림책 <당신과 함께>를 데려왔습니다. 그림도 아름답고 이야기는 더 아름다워요. 슬픔이 아름다움을 더 빛나게 만들기도 하지요.

 

<할머니의 팡도르> 낭독회로 찾은 전주의 그림책방 같이[:가치]에서는 우리 오를레브가 쓰고 오라 에이탄이 그린 <뜨개질 할머니>를 샀습니다. 그림이 따뜻하고 이야기도 따뜻할 줄 알았는데 “불평은 또박또박 말해야 한다”는 할머니의 외침에 번쩍 정신이 들지 뭐예요. 언제든지 또박또박 불만을 표하고 얼마든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생의 기운을 책에서 또 배웁니다. 제 힘으로 만들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요. 이렇게 산-책하다 보면 커져 있기도 하겠지요.

 

아침달 북스토어
서점 리스본, 포르투
그림책방 곰곰
책방 같이[:가치]

 

쓰기살롱 멤버 문이영의 글을 전합니다. 함께 쓰는 시간에 다른 멤버들이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동안 문이영은 언제나 글의 서두를 띄우고 갑니다. 감질나게 예고편만 보여주는 것 같달까요. 아주 공들여 만든 예고편이요. 그래서 매번 다른 멤버들의 원성을 들어요. 그는 도움닫기를 오래 하는 멀리뛰기 선수 같습니다. 과제를 받아 안고서 자신이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뜀박질을 해요. 이번엔 어디로 어느만큼 내달렸을까, 저는 늘 기대하며 그의 글을 기다려요. 월간 소묘 레터로 나눌 수 있어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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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글은 ‘햇빛’으로부터 시작합니다. 눈을 가린 채 그가 내민 손을 꼭 붙잡고 이끄는 대로 따라가요. 가린 눈 사이로 스미는 빛을 더듬어봅니다. 햇살 아래 제 존재를 드러내는 솜털을 느끼고 나무가 되어 땅과 바람을 느끼며 천천히 감각을 깨워요. 그가 멈춰선 곳에서 한순간 트이는 시야. 무엇이 보일까요? 무엇을 느끼게 될까요? 우리가 이윽고 나누게 될 공통의 감각을 상상하면,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습니다.

 

[공통의 기원]

 

소묘는 아시다시피 ‘작은 고양이’고요. 오후의 소묘에서 고양이 실장을 맡고 있는 이치코의 글을 전합니다. 고양이 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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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첫 레터로 소개하는 두 연재글의 키워드가 ‘빛’이네요. 살아가는 기운(생기)은 빛으로부터 얻는 것이겠죠. 철학자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숀 켈리의 책 <모든 것은 빛난다>에서 저자들은 허무하고 무기력한 우리의 삶을 다시 빛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묻습니다. 여러분의 삶은 반짝이고 있나요? 여러분의 삶에 빛을 비추는 것, “어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아 있고 빛을 내는 인간적이고 마법적인 것”(데이비드 포스터 월러스, <모든 것은 빛난다>에서 재인용)은 무엇인가요? 이치코는 이 질문에 세 가지 답을 내놓고 있어요. 하지만 그 세 가지를 모두 비껴간 이치코에게도 빛나는 삶이 가능할까요? 이것은 오후의 소묘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반짝이는 삶]

 

 

👏 무루의 로피즈 그림책 북토크 예고

지난해 비올레타 로피즈의 그림책을 세 권 출간했지요. 2월의 끝자락인 25일 화요일 땡스북스에서 로피즈의 그림책들로 북토크를 열어요. 늘 그렇듯(!) 역자이신 박서영 작가님과 함께합니다. 행사 2주 전 오후의 소묘와 땡스북스 인스타그램으로 신청받을 예정입니다.

 

👏 1월의 <할머니의 팡도르> 낭독회 후기

 

👏 삶의 단맛을 가득 담은 생기의 그림책 <할머니의 팡도르> 리뷰들, 감사합니다

 

👏 온라인서점 알라딘 선정 2019 올해의 출판사, 브랜드전 이벤트는 2월에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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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소묘 : 레터]는 책과 고양이를 비롯해 일상의 작은 온기를 담은 다양한 연재글을 전합니다. 매달 첫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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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소묘: 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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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첫 편지 ‘얼굴들’  •  2월의 편지 ‘걸음걸음’  •  3월의 편지 ‘Little Forest’  •  4월의 편지 ‘Now or Never’  •  5월의 편지 ‘창으로’  • 유월의 편지 ‘비밀의 무늬’  •  7월의 편지 ‘여름의 클리셰’  •  8월의 편지 ‘파랑’  •  9월의 편지 ‘이름하는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