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가장 마지막으로 할 일이 무엇이에요? 그동안 하루하루를 흘려 보내듯 지내왔다면, 연말엔 좀 더 야물게 갈무리하고 싶어져요. 마치 새해 예행연습처럼 작은 계획과 다짐을 세우고 또 무너뜨리던 날들 중에 <매일을 쌓는 마음>의 윤혜은 작가님을 마주했습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언제나 그가 쌓아온 성실과 정성의 돌멩이들이 제 손에도 가만 쥐어져 있는 것을 느껴요. 오늘 여러분의 곁에도 놓이기를 바랍니다.

12월의 두 번째 편지에서는 이치코 실장의 연재글과, 소묘의 연례행사인 ‘연말정산’으로 찾아뵐게요. 답장하기를 통해 여러분의 연말정산도 들려주세요. :-)

 

 

 

일기장 앞에 뿌듯한 마음으로 앉고자

 

혜은 작가님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내게는 ‘우정의 작가’다. 일기인간, 걷는 사람, 쓰는 사람, 아이돌 덕후(!), 지망생의 달인(?), (전)책방지기… 여러 모양의 혜은이 있겠지만, 그 모든 혜은 아래 우정이 단단히 받치고 있는 것 같달까. 내가 <매일을 쌓는 마음>의 마지막 문단을 좋아하는 이유.

“두 다리가 뻗어나가는 길은 발아래 하나뿐인 것 같은 데, 손을 잡고 나란히 걷는 길은 언제나 여러 갈래로 펼쳐진다. 그렇게 이 삶을 설명하는 이정표가 늘어나는 것이 좋다. 어딘가에서 나는 휴게소를 찾아 헤매고 있고, 어딘가에서는 이제 막 떠나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리고 있다. 또 어딘가는 한참 통과하고 있는 중인가 하면 이미 도착해 오래 머물고 있는 곳도 있다. 그 모든 곳에, 서로 다른 친구들이 있다. 지금 내 삶의 현재 위치를 하나로만 잡을 수 없게끔, 나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많은 것이 마음에 든다. 그 복잡한 길들을 나는 오래, 아주 오래 걸어야지.”

아마도 이 글을 쓸 때보다 더욱 복잡한 길을 걷고 있을 혜은 작가님과 이야기 나눴다.

 

 

“노력하여 얻은 것을 어찌 횡재라 하겠습니까?”

소묘 미화리 작가님과 함께 운영했던 작업책방 씀 공식 영업 종료 후 벌써 세 달이 훌쩍 지났어요. 책방지기가 아닌 세 달 동안 어떤 일상을 보내셨을까요?
혜은 원래는 책방을 정리하고 나면 바짝 쉬면서(끝내주게 놀면서) 지내다 금방 취업을 하려고 했는데요. 생각보다 딴짓을 너무 많이 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주중에는 어린이 독서논술 교실에서 파트타임 선생님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동화를 쓰는 친구와 어린이&청소년을 주요 대상으로 삼은 글쓰기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고요.(물론 성인반도요!) 11월부터는 격주마다 미화언니와 함께 TBS와 협업하는 팟캐스트, ‘씀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어요.(물론 ‘일기떨기’도 병행하며!) 그 밖의 시간들엔 자잘한 외주와 함께 내년 상반기 출간 예정인 소설을 틈틈이(정도로 하면 안 되긴 하는데..) 쓰고 있습니다. 이런 저를 보면서 엄마가 놀리듯 하시는 말씀이 있어요. “너 바쁜 거 보면 돈 되게 많이 버는 사람 같아.” 물론 저는 웃지 못합니다….

 

 

소묘 책방을 닫으면 회사원이 될 거라고 하셨는데 뜻밖의 다채로운 기회들을 마주하고 계시네요! “살수록 ‘사는 운’이, 쓸수록 ‘쓰는 운’이 쌓인다는 걸 알겠다”라고 저희 책 <매일을 쌓는 마음>에 쓰셨잖아요. 그동안 어떤 운을 쌓아오셨다고 생각하세요?
혜은 저의 모든 근황이 전부 누군가와 함께 하는 일이네요.^^; 최근에 또 다른 친구가 마흔 살 즈음부터는 회사 밖에서도 자기만의 뭔가를 만들어볼 거라는데, 그때 꼭 너와 함께 할 거야,라고 하더라고요. 농담이라는 걸 알지만 약간의 진담도 섞여 있는 게 느껴져서 웃겼어요. 사실 저는 오롯이 저 혼자 있는 시간을 가장 사랑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제 곁에서 쌓아지는 건 늘 ‘이 삶을 협업하는 운’ 같아요.
소묘 너무 멋진 운이다. 연말이면 한 해의 운세도 보곤 하잖아요. 혹시 올 한 해가 운세대로 흘러갔는지? 새해 운세도 보셨을지 궁금해요. ;-)

혜은 저는 주간, 월간마다 별자리 운세를 보고 가끔은 유튜브로 제너럴 타로도 보곤 하는데, 사실 아무리 좋은 말이 나와도 기억력이 나빠서 금방 다 잊어버려요. 순간의 기쁨, 혹은 순간의 염려 정도만 느끼고 마는 거죠.^^; 그런데도 계속 운세에 흥미를 갖는 건 <매일을 쌓는 마음>에서도 썼듯이, 좋은 운이든 나쁜 운이든 나에게 어떤 ‘운’이 있음을 확인하는 행위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아요. 사실 확인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없는 셈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고 보니 일기 쓰기와 비슷한 맥락이 있네요. 저에겐 기록하지 않고 지나간 하루는 그냥 없던 날이 되어버린다는 감각이 있거든요. 내가 분명히 살아냈지만,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날로 하루가 사라지는 것보다는 즐거웠던 날도, 꽤나 힘이 들었던 날도 나에게 ‘있었음을’ 남겨두는 편이 저는 좋더라고요. 그게 저를 지지해 온 오랜 방식 중 하나여서 그런 것 같은데, 운세를 확인하는 일도 꼭 그렇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모 금융회사에서 공유한 신년운세로 2026년의 운을 가벼게 점쳐봤는데요. 엄청나게 좋은 거예요. 감탄만 나오는 해석 와중에도 참 웃긴 게, 이런 말이 있더라고요. “괜한 횡재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자신의 노력의 결과임을 알아야 합니다. 노력하여 얻은 것을 어찌 횡재라 하겠습니까?”

큰 행운들이 오긴 오는데, 사실 내가 무지 노력해서 얻는 일이겠구나. 근데 그런 모양이 너무 저다운 것 같아서, 말도 안 되게 기쁜 예고들에 오히려 신뢰가 갔답니다. 내년이 기대가 되어요(?)

 

“오늘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한 일”

소묘 말씀하신 것처럼 혜은 하면 ‘일기인간’을 빼놓을 수 없잖아요. 첫 책이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이고 저희 <매일을 쌓는 마음>을 차지하는 큰 부분도 일기예요. 여러 일기(!)를 쓰고 계실 텐데 일기 쓰기의 루틴도 궁금해요.(저는 틀려먹었어요… 빈칸이 더 많아요… 매번 우리 책 보면서 마음을 다잡아요…)
혜은 가장 클래식(!)한 방식으로 쓰는 것 같아요. 아침에도 써보고, 한낮에 밀린 일기를 써본 적도 있지만 역시 하루 끝에서, 자기 직전에 쓰는 게 저에겐 가장 잘 맞더라고요. 여전히 ‘일기 쓰기가 오늘 내가 가장 마지막으로 한 일’이 되는 게 좋습니다. 이걸 지키기 위해서는 그 앞의 하루들이 제법 정돈이 잘 되어야 해서 더욱 이 루틴을 지키는 걸 좋아해요. 특별히 과로를 하거나 특별히 나태하거나 혹은 특별히 흥청망청하거나 하면, 가장 마지막에 쓰는 일기가 금방 피곤한 일처럼 여겨지거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그렇게 느끼면서 하는 게 싫어서, 하루를 좀 빠듯하게 보내더라도 일기장 앞에선 다소간 뿌듯한 마음으로 앉고자 해요.

 

 

소묘 ’10년 일기장’ 두 번째 권을 다 채워가시는 걸로 알아요. 그리고 세 번째 ’10년 일기장’은 직접 만드실 거라고 했는데 그 이야기도 들려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혜은 원하는 걸 말할수록 잘 이뤄진다(?)는 속설이 있잖아요. 사실 저와 잘 맞는 수법(?)은 아니에요. 좀 쉽게 비장해지는 편이고,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뭔가를 시도하거나 기대해 보는 게 어려운 사람인데 주변의 친구들이 저랑 꼭 반대거든요. 이걸 해야겠다, 저게 되면 좋겠다! 하면서 일상의 크고작은 상상력을 펼치는 사람들이 있어요. 특히 미화언니를 보면서 기대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나를 오히려 사뿐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세 번째 10년 일기장을 만들겠다는 건, 내심 제 안에 자리한 바람이기도 하지만 무언가 훌쩍 기대하는 마음을 저도 흉내내 보고자 호기롭게 뱉은 거예요. 아무 계획이 없어서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마음이 또 금방 무거워진답니다… 진짜로 해야 하나… 그럼 언제, 뭐부터 시작해야 하나… 시장조사? 내가 쓴 다이어리의 장단점 분석? 이런 생각이 마구 섞여요. 이렇게 실현이 되려나 봐요.(?)

소묘 그래서일까요? 혜은 작가님이라면 얘기한 걸 꼭 실현할 거라는 믿음이 있어요. :-) 올해 일기에 가장 많이 쓴 이야기는 무엇이었어요?

혜은 굳이 일기장을 펼치지 않아도 알 것 같아요. 작년 가을부터 올해 늦여름까지는 씀을 닫는 일에 대해 가장 몰두해 있었으니까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 다음은 뭘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돌이켜보면 가장 ‘지금’에 충실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책방을 닫고 남은 올해를 보내는 마지막 3개월도 같은 마음이고요. 이렇게 현재만 생각하고 있다니…)

최근에 한 원고에도 썼었는데, 씀을 닫는 일을 씀을 지금껏 운영해 온 일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더라고요. 또 한편으로는, 저는 책방을 운영해 온 시간이 작가 활동을 한 시기와 거의 동일하거든요. ‘작업책방’ 씀에 어울리는 작업자가 되기 위해 열심히 쓴 일들이, 결과적으로 작가 활동에 대한 지지가 되어주었더라고요. 그래서 씀과 함께 만들어진 제 모습을 전반적으로 회고하면서, 씀이 끝나도 쓰는 혜은이 계속되기를 바라는 일기도 꽤 많이 썼어요.

 

[계속 읽기]

 

 

 

🎁 [연말정산] & [소묘의 여자들] 이벤트

✓ [연말정산] 올해의 책, 올해의 장소 등 여러분이 꼽은 ‘올해의 무엇’에 대해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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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하기]

 

📚 [고르는 마음: 리브레리아Q 서점원 노트] 소식들

🤎 한쪽가게 테이블 후기

이날의 북토크는 특별히! <고르는 마음>에 추천사를 써주신 두 분, 장일호 기자님과 김나경 대표님이 1부와 2부로 나누어 사회를 봐주셨습니다. 덕분에 정한샘 작가님이 세상 편하게(?!) 하고 싶은 이야기 가득 쏟아주시는 걸 보았네요. 감사해요, 많이많이. 무엇보다 제목이 <고르는 마음>인 만큼 책을 고르는 마음에 관해 묻고 답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데요. ‘잘 팔리는 책 말고 우리 책방의 독자들이 관심 가지며 읽을 책.’ 당연히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는 답을 예상했던 저는 이마에 딱밤을 콩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공간도 시간과 마음도 한정돼 있고, 좋아하는 작가만으로도 꽉 차버리는 서가를 까다롭게 채우는 마음의 중심에 ‘우리 책방 독자들’이 있었네요. [사진과 함께 보기]

한쪽가게에서 남겨주신 후기

 

🤎 책방토닥토닥 X 예스24 동네책방 북토크 후기도 찬찬히 전할게요.

 

🔔 <고르는 마음> 이야기는 연말까지 이어집니다 :)

• 12/18(목) 저녁 7시 | 영등포 신길도서관 (신청 마감)

• 12/20(토) 오후 3시 | 괴산 숲속 작은 책방 (신청하기)

• 12/22(월) 저녁 7시 | 정동진 이스트씨네

 

💝 [소묘살롱 X 동네책방] 찾아가는 오후의 소묘 시즌1

⟡ <여전히 나는>을 깊이 읽으며 모니카 바렌고가 그려낸 사랑과 그리움을 들여다본 소묘살롱 X 목포 오늘의 페이지 후기

오늘의 페이지에서 남겨주신 후기

⟡ 마지막 소묘살롱 | 연말정산 쓰기살롱 X 한쪽가게 테이블

12월 14일(일) 오후 3시 | 한쪽가게(대전)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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