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셨나요? 월간소묘는 숨 고르기 끝에 새 마음과 형식으로 돌아왔습니다. 지난해 전해드린 ‘소묘 일지’에 이어 올해는 ‘소묘의 여자들’이 시작됩니다. 인터뷰 형식이지만 인터뷰라기보다는 사사로운 여담에 가깝겠고요. 앞으로 일 년간 소묘가 애정하고 더 알아가고 싶은 여자들 열 분 마주해 이야기 나누고 전할게요. 그리고 이번 레터에 이치코 실장의 글이 없어서 서운해하실 얼굴들이 보이는데, 걱정 마시어요. 네 번째 월요일에는 이실장의 연재로 찾아뵙겠습니다.
소묘의 첫 여자는 박혜미 작가님(과 정선정 디자인 실장님)입니다. 박혜미 작가님은 이번 에세이 화집 <사적인 계절>과 2021년 소묘에서 펴낸 그림책 <빛이 사라지기 전에>(이하 <빛사전>)의 저자지요. 제가 아는 가장 세심하고 섬세한 분, 또 아름다움이라는 말과 가장 가까운 분이에요.
혜미 작가님과 이야기 나누면서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정체와 방향에 한 권 한 권의 책이 얼마나 강력하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놀랍고 또 놀라웠습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책으로 이어진 점선이 접히고 드러나는 시간이었어요. 여러분에게도 그런 책이 있을까요? 떠올려봐요. 모르는 사이, 이 레터를 읽는 당신과 나를 이어준 책 한 권쯤 있을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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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림은 여름 장면을 더 많이 그리게 되더라고요. 여름을 좋아하진 않지만 기억들은 여름에 더 선명하게 남아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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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2월의 한파가 닥친 날 한 시에 만나 일곱 시에 헤어졌다. 장장 여섯 시간에 걸쳐 먹고 마시고 이야기 나누며 온기를 가득 나눴다. 가만히 앉아 긴 산책을 한 기분. 소소한 이야기들을 빼고도 녹취를 풀었더니 A4 70장이 나왔는데 그걸 사흘 꼬박 들여 다섯 장으로 줄였다. 어쩌면 누락된 65장이, 아니 어쩌면 70장 밖의 이야기가 더 중요했을지 모른다. 고양이와 댕댕이, 임보와 입양, 철새와 탐조와 감탄, 맛집과 여행과 좋아하는 장소, 커피와 디저트,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소중히 여기는 단어, 친구와 동료와 자매들, 책 속 장면마다 얽힌 에피소드, 빠질 수 없는 MBTI(혜미 작가님과 소묘는 같고 선정 실장님은 정반대…), 절망과 희망의 다채로운 순간들, 그리고 이놈의 시국 시국 시국- 분노와 희망을 번갈아 저글링하며. 그럼에도 우리는 아름다움을 놓고 싶지 않아서 기어이 서로가 내어준 온기를 잡고, 용기를 내고, 용감해진다.
🌿 [사적인 계절: 박혜미 에세이 화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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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연습한 시간] 저자 북토크 소식
★ 일곱 번째 북토크 X 버찌책방(대전)
✓ 일정: 2.11(화) 저녁 7시
✓ 장소: 버찌책방 (대전광역시 유성구 반석동 507-1)
★ 여덟 번째 북토크 X 책방 토닥토닥(전주)
✓ 일정: 일정: 2.24(월) 저녁 7시
✓ 장소: 책방 토닥토닥 (전주시 완산구 풍남문2길 53 남부시장 2층)
✲ 다섯 & 여섯 번째 북토크 후기
1월의 어느 토요일엔 부산 미우서재를, 또 다른 토요일엔 대구 하나의시선을 다녀왔습니다. 부산역에서 미우서재로 작가님과 함께 택시를 타고 가는 길, 바다를 두 번 만났는데요. 그래서인지 미우서재에서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 한 장소에서 한 생을 주체적으로 살아낸 여자들의 강인함으로 나아갔고요. 하나의시선에서는 집이라는 유토피아, 엄마의 삶과 엄마와의 관계에 좀 더 집중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재밌는 건 북토크 후반부엔 하나의시선에선 주로 읽기에 관해, 미우서재에선 쓰기에 관해 이야기꽃이 피었다는 거예요. [더보기]
✏️ [작가의 방] 2월 예약하기
• 장소: 오후의 소묘 스튜디오(서울 은평구 응암동)
• 시간: 화-토 15:00~18:00 | 3시간 15,000원(다과 포함)
• 링크 : 네이버 예약
항상 이 따뜻한 레터를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올해는 자주 잘 읽었다는 답을 전할께요. 그리고 여기 오래 이 레터의 다정함으로 자신의 안부를 챙긴 이가 많을거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오후의 소묘‘에 애정과 응원을 보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_laras_ni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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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부터라니 정말 오랜 시간 만나주셨네요. 마침 겨울 오후 햇살이 따스하게 들어오고 있고- 계신 곳에도 닿고 있으리라 생각하니 더 포근해집니다. 마음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주 뵈어요 :)
이미화 작가님과 윤혜은 작가님의 책에서 옮겨 주신 문장을 읽는데 재독하고 싶어졌어요. 그리고 기다리고 있는 무루 작가님의 신간 소식과 신유진 작가님의 프랑스 문학 연재 소식까지. 편지 안에 담긴 풍성한 이야기 덕분에 오늘도 힘차게 시작합니다. 오후의 소묘에서 놓아 주신 징검다리를 총총 건너며 책 곁에 있는 할머니가 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새해에도 잘 부탁드려요 :) _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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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끼는 나경 님, 나경 님의 단어들 속에서 단맛을 머금고 숨을 골라요. 오늘도 우리 힘차게, 마음은 그곳으로 총총!
무루 작가님의 책을 묵묵하게 기다려 온 독자 여기 한 명 더 있습니다. 얼마나 기다리고 기다렸는지 모릅니다. 다음 책을 얼른 읽고 싶다고 떼쓰고 조르고도 싶었지만 열심히 참았더니 기다린 보람이 있었네요! 편지 중간 즈음 소묘의 에세이들은 ‘할머니가 될 미래를 위한 징검다리’라는 문장이 참 좋았습니다. 저의 할머니가 된 미래도 기대되지만 저와 함께 기꺼이 할머니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친구들의 미래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 중심에 그림책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요. 저에게는 95세가 넘으신 친할머니와 외할머니가 계신데요, 제가 너무 사랑하는 두 분을 뵐 때마다 할머니들의 삶이 조금 더 활기차고 귀엽고 즐거웠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리고 그 아쉬움을 채울 수 있는 것이 그림책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하곤 합니다. 그래서 저는 가끔 꿈을 꾸어요. 할머니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귀여운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꿈을요 :)
이런 상상을 하다 보니 얼마 전 읽었던 이슬아 작가의 에세이 <끝내주는 인생> 의 한 구절이 떠올라 적어보며 답장을 마칩니다. “어린이가 미지의 어른을 품고 자라나듯, 어른도 지나간 어린이를 품은 채로 살아간다. 어쩌면 유년은 영원히 반복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p.203 <끝내주는 인생 / 이슬아> _inyoung0408
‘할머니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할머니’라니 정말 귀엽고, ‘친구들의 미래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뭉클해요. 그림책 읽어주는 인영 할머니의 할머니 친구 자리 예약해 둘게요.
꽤나 감동적이더군요. 할머니가 되는 준비라니. _왕자님
서로 감동을 주고받으며 함께 할머니가 되어가요 :)
마지막으로 손편지로 답장 보내주신 아나 님 감사합니다. 소묘 레터 덕분에 달마다 때마다 멈추어 생각과 마음을 돌볼 수 있었다는 말씀이, 제게도 마음 돌보는 순간 만들어주었어요. 앞으로 또 사계절 같이 걸어요.
2월의 편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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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소묘 : 레터]는 책과 고양이를 비롯해 일상의 작은 온기를 담은 다양한 글을 전합니다.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월요일에 만나요.
[월간소묘: 레터]
2020년 첫 편지 ‘생기’ • 3월의 편지 ‘질문의 자리’ • 4월의 편지 ‘장소라는 몸’ • 5월의 편지 ‘낭만’ • 유월의 편지 ‘어느 틈에’ • 7월 ‘편지하는 마음’ • 8월의 편지 ‘빨강’ • 9월의 편지 ‘어스름’ • 시월의 편지 ‘herbarium’ • 11월의 편지 ‘그 속에는’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1년 첫 편지 ‘얼굴들’ • 2월의 편지 ‘걸음걸음’ • 3월의 편지 ‘Little Forest’ • 4월의 편지 ‘Now or Never’ • 5월의 편지 ‘창으로’ • 유월의 편지 ‘비밀의 무늬’ • 7월의 편지 ‘여름의 클리셰’ • 8월의 편지 ‘파랑’ • 9월의 편지 ‘이름하는 일’ • 시월의 편지 ‘일의 슬픔과 기쁨’ • 11월의 편지 ‘나의 샹그릴라’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2년 1월의 편지, 새해 첫 책 • 2월의 편지, 어려움에 대하여 • 3월의 편지, 구름의 나날 • 4월의 편지, 사랑의 모양 • 5월의 편지, 비화 • 6월의 편지, 사라진다는 것 • 7월의 편지, 환대 • 8월의 편지, 정원 너머 어렴풋이 • 9월의 편지, 함께 해피엔딩 • 10월의 편지, 마음을 쓰고 계신가요? • 11월의 편지, 작가의 발견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3년 1월의 편지, 하얀 꽃들이 피어나 • 2월의 편지, 차를 듣는 시간 • 3월의 편지, 조용히 다가오는 것들 • 4월의 편지, 꿈을 꾼다는 건 • 5월의 편지, 다정한 반복으로 • 6월의 편지, 다시 태어나기를 • 7월의 편지, 촛불을 켜는 밤 • 8월의 편지, 치코의 일기 • 9월의 편지, 아름다움과 함께 • 10월의 편지, 언제 나와요? • 11월의 편지, 오늘의 주인공은 너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4년 1월의 편지, 새삼 새 마음 • 2월의 편지, 일상 맞춤형 실감 블록 • 3월의 편지, 사랑과 우정의 세리머니 • 4월의 편지, 길고양이 돌봄 지침 • 5월의 편지, 절기 좋아하세요? • 6월의 편지, 우리를 홀린 OOO • 7월의 편지, 이 모든 일이 다 영화 같아요 • 8월의 편지, Sometimes, again • 9월의 편지, 여름의 기억 • 10월의 편지, 힙hip하지는 못해도 • 11월의 편지, 작은 도망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5년 1월의 편지, 숨 고르기 • 2월의 편지, 이상한 용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