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고 봄이고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지요. 충분히 사랑하고 있나요? 늘 사랑하고 있지만, ‘충분히’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어쩐지 대답을 망설이게 됩니다. 이달엔 충분히 사랑하기 위해 사랑을 연습하는 사람, 신유진 작가님을 만났어요. 자기 삶의 기준을 질문하고 찾고 마침내 세워 지키는 사람의 얼굴이 몸짓이 얼마나 충만할 수 있는지, 우리가 나눈 이 말들이 다 전해줄 수 있을런지요. 여러분은 무엇을 질문하며 사나요? 저마다 가진 ‘내 삶의 기준’을 들여다보는 시간 되길 바라요. 충분한 사랑으로.
(모두가 한창 이안이‘랑’ 이야기하다가 이안이 잠든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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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춘포행이었다. 첫 춘포는 2022년 가을과 겨울 사이. 유진과 마르땅 함께 미술관이 된 도정공장을 걷고 골목 곳곳을 누비고 해 지는 억새밭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때는 우리 모두 춘포에게 외지인일 따름이었다. 2025년 겨울과 봄 사이. 이제 유진과 마르땅은 그 장소에 속했고, 이안은 이안의 정원에서 야성을 뽐내며 우짖고 뛰놀았다. 우리는 그 이안의 정원이 내다보이는 집 안에 마주앉아, 유진 작가님이 정성껏 끓인 단호박수프와 갖가지 초콜릿을 두고서 말들을 나눴다. 쓰고, 살고, 사랑하는 일을. 미처 다 담지 못했지만 유진 작가님은 쓰고 싶은 사람들을, 삶들을 지침 없이 열띠게 이야기했다. 그곳 철새 보호소의 관리인처럼 유진 작가님은 목격하고 지키는 곳에 자신의 쓰는 자리를 마련한 건 아닐까. 덩굴처럼 멀리 오래 뻗어나와 있던 삶과 쓰기가, 뿌리를 단단히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았고. 앞으로 피워낼 그의 사랑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을지 기다려져. 나는 그의 오랜 목격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 [사랑을 연습한 시간] 전주 책방토닥토닥 북토크, 책방에서 남겨주신 후기를 나눠봅니다 :)
신유진 작가님은 이날 우리에게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들 속에서, 우리는 치열하게 삶을 고민하고 써 내려가는 한 작가의 진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내 삶이 뭐 별 거라고..” 우리는 가끔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의미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아서일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작가님의 엄마도, 그렇게 말하셨다고 해요. “별거 아닌 것들이 모여서 인생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처럼, 우리의 일상도 별거 아닌 순간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고, 우리의 삶이 된다는 걸 생각하게 됩니다. 신유진 작가님은 앞으로 “주어를 확장해, 내 이야기가 아니라 세계, 세상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더보기]
✏️ [작가의 방] 2월 예약하기
• 장소: 오후의 소묘 스튜디오(서울 은평구 응암동)
• 시간: 화-토 15:00~18:00 | 3시간 15,000원(다과 포함)
• 링크 : 네이버 예약
<작은책>에 대한 글을 읽고 있으니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한 있는 이슬아 작가의 서평집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에서 <전태일 평전>에 대한 서평의 한 글귀가 생각나 적어봅니다.—
“전태일은 어떻게 우리를 그렇게 사랑할 수 있었을까?”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한영 씨가 망설임 없이 말한 ‘우리’가 어떤 이들일지 생각했다. 전태일이 죽은 이후의 노동자들. 전태일과 실제로 만난 적 없는 사람들. 만나본 적 없어도 그들은 전태일을 알았다. 전태일은 그들을 모르지만 그들의 존재를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그리는 이였다. 그들의 미래가 다르기를 바라기 때문에 자신을 바친 사람이기도 했다. (…)
”살면서 나는 알게 되었어. 그는 자신을 참 사랑하는 사람이었구나. 그 눈으로 남을 볼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마치 자기를 보듯이, 남을 나처럼 여기니까 고민에 빠졌던 거야. 어떻게 해야 나 같은 남들이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을까를 고민했던 거야. 그런 고민을 하는 사람은 정말 드물잖아.”
—
끝에 작가는 말합니다. 전태일이 미래에 선물한 건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일지도 모른다고요. 그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을, 그 누구도 소외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작은책> 안에 온전히 담겨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주어를 확장하여 누군가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는 것이 어쩌면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고통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그들이 소중한 누군가를, 무언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짐작할 수는 있을 테니 누구에게나 보편적인 그 마음을 같은 원으로 그려 헤아려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듭니다. _inyoung0408
주어를 확장해 이해하고 사랑한다는 것- 오늘 전하는 편지와도 꼭 맞닿은 이야기 같아요. 충분한 사랑으로 우리가 원이 되는 모습을 그려봅니다. 깊이 읽어주시고, 좋은 글 나눠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3월의 편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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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소묘 : 레터]는 책과 고양이를 비롯해 일상의 작은 온기를 담은 다양한 글을 전합니다.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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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첫 편지 ‘얼굴들’ • 2월의 편지 ‘걸음걸음’ • 3월의 편지 ‘Little Forest’ • 4월의 편지 ‘Now or Never’ • 5월의 편지 ‘창으로’ • 유월의 편지 ‘비밀의 무늬’ • 7월의 편지 ‘여름의 클리셰’ • 8월의 편지 ‘파랑’ • 9월의 편지 ‘이름하는 일’ • 시월의 편지 ‘일의 슬픔과 기쁨’ • 11월의 편지 ‘나의 샹그릴라’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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