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에서 한담을 나누던 오후 5시. 통창으로 햇볕이 쏟아졌다. 주택과 주택 사이에 지는 해가 걸릴 무렵, 이때만 책방에 잠시 쏟아지는 볕이 있었다. … 한 소쿠리 끌어모아 와르르 쏟아부은 듯한 볕은 유달리 따뜻했다. 편히 내어둔 내 마음도 잘 데워졌다.
_고수리, <선명한 사랑>
책 속 문장을 그대로 옮겨 온 듯 창으로 노란 볕이 쏟아지던 오후, 블라인드가 만들어준 그늘 자리에 앉았습니다. 비스듬한 맞은편으로는 지는 해를 등에 얹은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비스듬히 기울어 있었고요. 고수리 작가와 윤혜은 작가가 ‘선명한 사랑’으로 나누는 따뜻한 말들에 귀 기울이는 동안, 찬바람에 얼었던 볼과 손이 서서히 데워졌어요. 그러다 벼락같이 뜨거워진 순간.
“저는 생존자예요. 그렇게 살아남고 보니 세계 안에서 나의 쓸모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사람을 살리는 글을 쓰고 싶다. 다른 사람이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글을.”
아- 수리수리 작가님의 글을 읽으면 언제나 깨끗한 아침을 맞고 싶어졌지. 저에게 그런 기분은 아주 드물고 귀한 것이에요. 그의 책은 햇볕 가득 머금은 작고 단단한 돌멩이 같습니다. 이번 책도, 지난 책들도, 추운 날 깊은 밤에 찾아와서는 제가 미처 보지 못한 세상의 다정하고 둥근 모서리들을 요리조리 쥐어주었어요. 손 안 가득 온기와 함께.
따뜻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라는 수식어를 짊어지고서 때로는 그 말과 분투하고 때로는 그 말을 보듬으며 자신만의 고유한 따뜻함으로 더 너르게 나아가는 그의 이야기를 봅니다. 비비언 고닉은 <멀리 오래 보기>에서 “대다수 작가가 단 하나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는 말은 확실히 사실이다. 플래너리 오코너의 말처럼 오직 하나만을 생생하게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처음 말했을 때보다 세 번째, 네 번째 말했을 때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작가의 책무인 것도 사실이다”라고 썼고, 고수리 작가는 작가의 책무를 삶의 운율로 품어낸 것 같아요.
그늘진 자리마다 잠시나마 비치는 조그마한 볕, 그렇게 보살피는 품. 나를 살게 한 따뜻한 기운. 나는 이제 그런 게 사랑이란 걸 선명히 안다. 글을 쓸 때는 ‘사랑’이란 단어도 진부하고 ‘따뜻하다’는 표현도 평범하다. 그리고 나는 그런 이야기를 쓰는 작가이다. 그러나 변함없다. 평생 글을 쓸 수 있는 한, 조금이나마 따뜻한 글을 쓰고 싶다. 내가 받았던 사랑을 담아.
삶이 행복하고 따뜻하기만 한 사람이 세상 어디 있을까요. 그럼에도 계속해서 볕뉘 같은 이야기를 쓰고 또 전하고자 하는 건 그가 누구보다 그늘을 절절히 아는 사람이어서겠지요. 동시에 그늘 사이로 드는 조그마한 볕이 얼마나 따뜻한지, 그 온기와 사랑을 가득 받아보았기 때문에. 어디서든 ‘다른 사람들의 신발을 오래도록 바라’보며 누군가의 뒤꿈치에서 우리가 저마다 생의 무게를 버티며 걷고 있다는 것을 헤아리는 그라서. 그의 글편들에는 그늘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합니다.
*
그리고 그늘을 절절히 아는 또 다른 한 사람. 그는 오로지 그늘 안에서만 존재합니다. 조명을 받는 배우들을 위해 무대 아래 어두운 곳에 몸을 숨기고 대사나 동작을 일러주는 프롬프터, 그가 말해요.
“나는 언제나 어둠 속에서 일했습니다. … 나의 피부는 빛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나의 몸, 얼굴, 걸음걸이는 빛 속에 사는 사람의 몸과 얼굴과 걸음걸이가 아닙니다.”
신유진 작가님이 옮긴 티아구 호드리게스의 희곡 <소프루>의 첫 장면이에요. 포르투갈의 마지막 프롬프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 공연에서 극장의 예술감독은, 자신을 그림자라 말하며 어디서든 그늘을 먼저 찾는 프롬프터를 무대 위로 불러내기 위해 우리에겐 당신의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설득합니다.
배우가 망각의 불안에 사로잡힐 때, 예기치 않게 기억이 꼬일 때, 현실에서 갈피를 못 잡을 때, 자신이 유한한 존재이고, 완벽한 인물이 아니라 잠시 빌려온 연약한 육신일 뿐이라는 사실을 떠올릴 때, 그를 단어로 구하기, 그의 귀에 속삭이기, 그를 소생시키기, 그에게 대본을 조용히 일러주기, 그에게 의미와 몸짓을 되돌려주기. … 구조대원이 강물에 뛰어드는 순간 말입니다.
_티아구 호드리게스, <소프루>, 신유진 옮김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일.
제목인 ‘소프루’는 ‘숨’이라는 뜻이고 ‘프롬프터’는 포르투갈어로 ‘소프라도르’, 즉 ‘숨을 불어넣는 사람’이라고요. 프롬프터가 배우들에게 숨을 불어넣으며, 인물들과 호흡을 함께 하는 장면들이 이어지고 마침내 ‘블랙아웃’되는 순간이 옵니다. 하지만 이 연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아요. 예술감독은 다시 한 번 프롬프터를 무대에 올리기로 하고, 그가 처음으로 구조에 실패한 날의 공연을 펼쳐 보입니다. 배우에게 산소가 부족한 순간이 찾아오고, 프롬프터는 뛰어들어 배우를 구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함께 빠져듭니다. 자신 역시 숨이 쉬어지지 않고, 프롬프터라는 사실조차 잊어요.
“내게는 완벽하고 진실한 침묵 같았어요.” 마침내 우리의 프롬프터가 이 공연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
우리는 같은 공기를 마십니다. 우리는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각자만의 방식으로 숨을 쉬지만 그 공기는 같습니다.
나는 모든 배우와 호흡을 함께 합니다.
_<소프루>
할머니는 평생을 바다에서 숨 쉬며 살았다.
“위험하다, 애기야. 그만 숨을 비우라” 할머니가 속삭여준 것 같았다. 나는 한숨처럼 기다란 숨을 조심스럽게 내쉬었다. 호오이 호오이. 나 살아있구나.
… 숨을 멈춰보면 할머니의 삶이 성큼 가까이 느껴진다. 내가 얼마나 숨을 잊은 듯 쓸데없는 것들에 정신이 팔렸는지. 숨이 멎을 듯 과한 욕심을 부렸는지 깨닫는다. 숨을 비우고 새 숨을 들이마셔야지. 온전히 숨을 쉴 수 있는 것만으로도 삶은 소중하다.
_<선명한 사랑>
*
혜은 작가님이 수리 작가님에게 건넨 말이 오래 남습니다.
“이야기를 나눌수록 알겠어요. 수리 작가님은 누구보다 자기 삶의 전문가예요. 미래의 수리도 고수일 거예요.”
자신 자체나 스스로의 행복은 중요하지 않다고 했지만, 다른 이들과 “이토록 대책 없는 다정”(안희연 시인 추천사)으로 숨을, 삶을 나누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몫의 숨을 알고 그 숨의 주인이 되어야겠지요. 멈춰본 사람이 알 것이고-
우리가 같은 공기로 숨 쉬고 있다는 걸 잊지 말며, 그늘에 있더라도, 삶이라는 공연의 주인공으로- “무엇보다 죽지 않기. 살아 있기. … 늘 그곳에 있었던, 침묵 사이에서 들려오는 숨소리를 듣기”(<소프루>).
[…]
성인이 되고 난 후에도 부산에 갈 일이 적진 않았지만 전부 일이나 경조사로 특정 스팟만 방문했다가 돌아오는 식이어서 도시의 크기를 체감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2박 3일의 일정으로 내려가면서, 고향 마을의 크기가 어른의 시선으로 재조정된 것처럼 부산의 모델링 사이즈도 줄어들지 않을까 예상했습니다. 에계, 부산이 겨우 요만한 도시였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부산은 어른의 스케일로도 거대한 도시였습니다. 은평구에 있는 집, 사무실만 왕복하며 가끔가다 신촌이나 합정 정도밖에 다니지 않는 입장에서 서울의 크기를 딱 그 정도로만 체감하며 살다가 해운대에 숙소를 두고 보수동 책방골목, 서면, 온천카페거리, 망미골목 등을 다녀보니까 부산은 엄청나게 큰 도시더라고요. 평소 생활 반경의 수십 배가 넘게 돌아다닌 것 같은데 그게 부산 전체 면적의 1/3 정도나 되려나 모르겠네요. 완전 슈퍼울트라그랜드메가시티였습니다.
이번 소소한 산-책은 한반도 남쪽의 거대 도시에 자리한 작은 동네서점 두 곳, 스테레오북스와 비온후책방을 다녀왔습니다.
먼저 동래구 온천천로에 있는 스테레오북스로 향했습니다. 동네에 도착할 때까지는 몰랐는데 거기가 카페거리더라고요. 이름에 걸맞게 골목을 따라 카페가 줄지어 있었고 바로 옆으로는 온천천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불광천을 사랑하는 은평구 주민으로서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온천천은 불광천이 시냇물로 여겨질 정도로 넓게 흐르고 있었고 양쪽 천변으로 산책로도 잘 닦여 있었습니다. 다만 아무리 둘러봐도 오리가 보이지 않아서, 부산이니까 갈매기가 있어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불광천의 마스코트인 오리들에게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조금 아쉬웠습니다. 카페거리라고는 해도 3~4층 규모의 빌라와 단독주택들이 늘어선 주거지역이었습니다. 온천천에 면한 도로를 제외하고는 상가 건물이 거의 없어서 카페거리라는 이름치고는 비교적 조용하고 차분해 보였습니다.(평일 오후에 방문했는데 저녁때나 주말엔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스테레오북스도 가정집을 개조한 건물의 2층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책방 내부는 벽면과 책장 전체가 마호가니 톤의 차분하게 단장된 공간이었습니다. 이름부터 ‘스테레오’라서 뭔가 음악과 관련된 공간이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책방을 쓱- 하고 한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습니다. 매장의 제일 안쪽 벽에 LP들이 가지런하게 진열되어 있었고, 곳곳에 음악 관련 포스터들이 붙어 있었거든요. 책방에 있는 책들을 꼼꼼히 둘러보자 음악에 관한 특징이 더 도드라졌습니다. 4개의 매대 중 1과 1/2개의 매대에 음악 관련 책이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전체 매대 면적의 약 38%가 음악 관련 책이라니, 지금은 문학, 인문, 예술 등의 분야와 독립출판물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지만 아마도 책방이 처음 시작했을 때는 100% 음악 전문 서점이었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보니 스테레오북스의 로고도 LP판과 책을 합친 모양이었습니다. 나름 직장인 밴드에서 청춘(?)을 불태웠던 입장에서 마치 동료를 만난 것마냥 반가웠습니다. 대체 음악을 얼마나 좋아하시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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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후책방은 스테레오북스가 있는 동래구보다 남쪽인 수영구에 있었습니다. 광안리해수욕장이 수영구에 있는데 책방은 짠물 냄새도 맡을 수 없을 만큼 바다와 멀었습니다. 수영구가 크더라고요.. 이번 부산 방문은 어쩌다가 골목 투어를 하게 되었습니다. 온천천카페거리에 이어 찾아간 곳은 ‘망미골목’이었습니다. 수영구 홈페이지에 ‘문화예술공간이 가득한 “문화르네상스”가 꽃피는 골목입니다.’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설명대로라면 자발적으로 모인 문화 관련 업종이 젊은 층의 발걸음을 이끌어 새로이 활기를 찾은 구도심 문화 공간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데 비온후책방을 찾아가고 나오며 봤던 망미동의 골목 분위기만으로는 활성화된 문화 공간이라는 걸 크게 체감할 수 없어서, 관청에서 주도하는 선언적 사업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습니다. 다음에 제대로 망미골목을 돌아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언제가 될지는..
이번에도 역시 가정집을 개조한 건물이었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비온후책방은 출판사의 업무 공간을 겸하고 있었는데 사무실 비중이 높아 책방의 면적은 좁은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책장에 빼곡하게 많은 책이 꽂혀 있었습니다. 서너 개의 매대도 꼼꼼히 진열되어 있었고요. 분야별로 책이 나뉘어져 있었는데 이곳 역시 음악, 미술 분야의 책이 비교적 잘 보이는 곳에 도드라지게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또한 책방 한편에는 전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도 그림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고요. 서점으로 여유롭지 않은 면적인데도 이렇게 전시 공간까지 두다니, 문화와 예술에 대한 애정이 느껴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책방에는 여행이나 로컬 관련 책들도 많았습니다. 이건 책방의 관심사와 관련 있어 보였는데요. 책방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비온후’라는 이름으로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부산의 지역 문화와 관련된 책을 꾸준히 출간하셨더라고요. <기억하는 도시 부산> <나를 찾아 떠나는 부산순례길> <부산 영화로 말하다> <청춘 부산에 살다> <부산의 고개> 등등, 별도의 책장에 진열된 비온후의 책들이 제목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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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보기]
👏 [차를 담는 시간] 소식들을 전합니다 :)
▍오디오북 출시
오후의 소묘의 자매 서점 ‘지혜의 서재’와 책 낭독 팟캐스트 [잠 못 이룬 그대에게]를 운영하는 황지혜 님이 낭독자로 참여해 주셨어요. 제가 무척 좋아하는 음성과 톤을 지니셔서 언젠가 오후의 소묘에서 오디오북을 제작한다면 꼭 지혜 님께 부탁드려야지 생각했는데 그 일이 드디어 이루어졌네요. 눈으로 읽는 책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찻자리에서나 마음을 차분하게 하고 싶을 때, 찻물 따르는 소리 같은 고요한 생생함으로 만나주세요.
참, 금일(13일 월요일) [잠 못 이룬 그대에게]에서 오디오북 일부를 공개하며 청취자 이벤트도 진행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 오디오북 대여/소장하기 : 교보문고 | 알라딘 | 예스24 | 오디오클립
▍토림도예 개인전 ‘일상다감日常茶感’
‘매일 편히 마시는 한 잔의 차’를 주제로 한 토림도예의 신작과 차 기물을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호박과 석류, 분재와 반려묘. 도포 자락이 휘날리도록 춤을 추는 이와 보름달을 바라보는 토끼의 모습. 흙의 온기를 품은 다기 위로 섬세하게 그려진 그림에는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도 애틋한 순간과 계절의 기쁨, 소망과 같은 일상의 다감多感한 정서가 고루 담겨있습니다. 물처럼 마실 수 있는 대용차를 위한 큰 찻잔과 여행용 다구 세트, 청룡의 해를 기념하여 용을 그린 다기도 새롭게 소개합니다.
공간을 연 이래 차를 매개로 한 기물과 공예품을 소개해왔던 핸들위드케어의 마지막 전시로 토림도예의 차 기물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소박한 집에서 차를 즐기는’ 모습을 담고자 했던 茶 문자 본연의 의미처럼, 이번 전시가 각자의 생활 속에 따스하게 스며들기를 바랍니다.
“기물에 그리거나 새겨넣는 모든 모티브는 일상 속에 감동과 기쁨을 준 것들입니다. 평소엔 그냥 지나치던 것들도 어느 순간 아름다워 보일 때가 있거든요. 그러면 그때부터 관찰을 하고 변하는 모습들을 기록하죠. 예를 들면 빽빽하게 박혀 있는 석류 알갱이들이 햇빛에 투명하게 반짝일 때, 빗방울이 보석처럼 매달린 포도송이, 한가롭게 하품하며 늘어져 있는 고양이들이요. 평소에 바쁠 땐 그냥 지나친 모습들인데 눈에 한번 들어오고나면 멈춰서 보게 되더라구요. 너무 예뻐서요. 이렇게 마음에 들어오고나면 도자기에 그림으로 그려넣기까지는 많은 연습이 필요하지만 기쁘게 하는 작업 중 하나입니다. 기분 좋게 그린 그림들은 완성되었을 때도 흡족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언제나 기분 좋은 상태로, 하고싶은 작업을 위주로 작업하는 경우가 많아요.” _김유미 작가
• 전시 풍경
➰ 11.9~11.26 Tue – Sun, 12 – 7 PM (Monday Closed)
➰ 서울시 용산구 대사관로 43 1층 Handle with Care @twl_handlewithcare
✏️ [오픈 스튜디오] ‘작가의 방’
오후의 소묘 스튜디오에는 [작가의 방]이 있습니다. 저희 작가님들이 언제든 와서 작업하시면 좋겠다 생각하며 만든 공간인데요. 그동안 가끔 전시룸으로만 쓰고 평소엔 비어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었어요. 오롯이 혼자 책을 읽거나 조용히 작업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오픈하려 합니다. 작가의 방의 주인이 되어주세요 :)
✍ 작업과 영감을 위한
– 커피와 차 제공
– 비치 도서의 자유로운 열람(오후의 소묘 도서 포함 그림책, 시집 등 다수)
– 오후의 소묘 작가님들 원화 10점 전시
✍ 이용 방법
– 장소: 오후의 소묘 스튜디오(서울 은평구 응암동, 주차 불가로 공용주차장 이용)
– 시간: 화-토 15:00~18:00 | 3시간 15,000원
– 신청: 네이버 예약 (월 단위로 일정을 오픈합니다)
작고 아늑한 이 공간에서 짙은 온기 만끽하는 오후 되시길 바라요.
주인공 아이가 이사간 곳의 동물병원에서 시바견 잡종 한 마리를 받았다고 합니다. 귀가 축 처진 것이 무척 귀여운 강아지였는데요, 이상하게 시간이 갈 수록 몸통이 길어지고 다리가 짧아지는게 시바견 같지는 않았고 주인공 아이는 지금까지 이렇게 생긴 개는 본 적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야 말아요. 궁금한 나머지 다시 동물병원으로 가서 선생님께 물어보니 이 강아지의 아빠는 닥스훈트라는 대답을 듣고야 맙니다. 잠시 혼란스러웠겠지만 아이에게 그 강아지는 이미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였고 모모코라는 귀여운 이름으로 불러주고 있었지요. 시간이 갈수록 허리가 점점 길어지고 사람들의 눈에 조금 어색해 보이고 짧은 다리를 보며 웃는 사람들도 있었어요. 심지어 족보 없는 강아지라는 시선도 받아야 했지요. 그럴수록 소년의 모모코의 짧은 다리를 향한 애정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 되어갔습니다.
그러고는 생각합니다.
“애정은 가까이에 있는 존재를 아끼는 데에서 생겨난다.
그것은 때로는 미의식조차 바꿔버리는 불공평한 편애이다.”
이 불공평한 편애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생각해보았어요.
가까이에 있는 작고 소중한 존재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 그 사랑이 듬뿍 서린 시선은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기쁨이자 아주 순수하고 불공평한 편애라는 것을요. :) _inyoung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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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평’도 ‘편애’도 쉽게 좋아하기 어려운 단어들인데 이 조합이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가 있네요. 아름다운 이야기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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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소묘 : 레터]는 책과 고양이를 비롯해 일상의 작은 온기를 담은 다양한 글을 전합니다.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월요일에 만나요.
[월간소묘: 레터]
2020년 첫 편지 ‘생기’ • 3월의 편지 ‘질문의 자리’ • 4월의 편지 ‘장소라는 몸’ • 5월의 편지 ‘낭만’ • 유월의 편지 ‘어느 틈에’ • 7월 ‘편지하는 마음’ • 8월의 편지 ‘빨강’ • 9월의 편지 ‘어스름’ • 시월의 편지 ‘herbarium’ • 11월의 편지 ‘그 속에는’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1년 첫 편지 ‘얼굴들’ • 2월의 편지 ‘걸음걸음’ • 3월의 편지 ‘Little Forest’ • 4월의 편지 ‘Now or Never’ • 5월의 편지 ‘창으로’ • 유월의 편지 ‘비밀의 무늬’ • 7월의 편지 ‘여름의 클리셰’ • 8월의 편지 ‘파랑’ • 9월의 편지 ‘이름하는 일’ • 시월의 편지 ‘일의 슬픔과 기쁨’ • 11월의 편지 ‘나의 샹그릴라’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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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의 편지, 하얀 꽃들이 피어나 • 2월의 편지, 차를 듣는 시간 • 3월의 편지, 조용히 다가오는 것들 • 4월의 편지, 꿈을 꾼다는 건 • 5월의 편지, 다정한 반복으로 • 6월의 편지, 다시 태어나기를 • 7월의 편지, 촛불을 켜는 밤 • 8월의 편지, 치코의 일기 • 9월의 편지, 아름다움과 함께 • 10월의 편지, 언제 나와요? • 11월의 편지, 오늘의 주인공은 너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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