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해 꽃 한 다발 사는 일이에요.”
좀처럼 잊히지 않는 말들이 있습니다. 이달의 책 저자인 이경신 선생님과 함께한 ‘좋은 삶을 위한 죽음 준비 워크숍’에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이야기하던 시간, 70대 여성 분이 남긴 말이에요. 그 말을 듣자마자 모두가 탄식을 내뱉으며, 지금! 지금 하실 수 있어요, 돌아가는 길에 꼭 사세요, 한 마음으로 응원하던 것까지 오롯이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 죽어도 나는 여한이 없어요. 아쉬운 것들이야 물론 있지만 내 삶에 후회는 없어. 가난하고 힘들고 어려웠지만 아들딸 잘 키워냈고 손주도 보고, 열심히 살았지. 내 평생에 지금이 제일 좋아요. 그런데 그거 하나, 꽃 사는 거, 그걸 못 해. 우리 살던 때는 그렇지가 않았거든. 이제는 꽃 살 만큼 여유도 있고 머리로는 괜찮다는 걸 아는데 그게 막상 하려면 쉽지가 않아. 나를 위한다는 거, 사치한다는 거.
한 마디 한 마디 꾹꾹 누르며 말씀하시던 음성까지 또렷합니다. 그분은 그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꽃을 사셨을까요? 단 한 가지 버킷리스트라던 그것을 지금은 이루셨을까요?
나는 ‘제2의 사춘기’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 <나는 걷는다>의 저자인 베르나르 올리비에 할아버지가 “죽기 전에 한 번 더 튀어 오르고 싶다”고 한 적이 있다. ‘죽기 전 한 번 더 튀어 오르고 싶은’ 시기에 ‘사춘기’라는 이름보다 더 적절한 이름이 있을까?
<인생은 지금> 속 남자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지요? :)
이달의 편지 테마를 어떻게 해석하셨을까요. 지금 아니면 절대?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오후의 소묘에서 3월에 출간한 그림책 <인생은 지금> 원제와 마지막 문장이 바로 ‘now or never’랍니다. 정원정(정기린) 번역가, 박서영(무루) 작가는 이 문장을 ‘인생은 지금이니까’라고 옮겼죠. ‘지금 아니면 언제’가 될 뻔했는데, ‘인생은 지금’이라는 제목을 달게 된 것도 다 멋진 번역 덕분이에요.(얼마나 다행인지…)
‘인생은 지금’이라는 책도 제목도 ‘죽음’을 내포하고 있다고 여겨져요.(마지막의 아름다운 두 장면을 무의식중에 죽음과 연관지은 것은 저만이 아닐 거예요.) 죽음이 있기 때문에 지금을 더 충실하게 살아내고자 하는 것이겠죠.
이달의 책 제목인 ‘죽음연습’은 <파이돈>에서 플라톤이 ‘철학’의 다른 말로 사용한 것이라고 해요. 늘 삶의 실천적 철학을 이야기하는 이경신 철학자는 이 용어를 빌려와 ‘좋은 삶에 대한 사색’이라고 재정의합니다. 따라서 “죽음연습은 다른 말로 삶의 연습”이라고 말이죠. 삶에는 연습이 없고 실전뿐일 것만 같은데 연습이 가능하다니, 마다할 이유가 없을 거예요. 53회에 걸쳐, 죽음 이야기한 텍스트를 함께 읽고 죽음의 장소들을 탐색하고 자신과 사회가 겪은 죽음들을 반추하며 죽음을 연습하는 동안 어느새 삶의 근육이 봉긋 솟아 있음을 알아차리게 될지도요.
세포의 자기 파괴와 재생산의 균형 없이는 우리 삶이 지속될 수 없다는 점에서 삶은 죽음과 극적으로 대립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삶 속에 죽음이 있고, ‘삶과 죽음의 대화’ 덕분에 우리 삶이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인생은 지금> 속 노부부의 대화는 마치 삶과 죽음의 대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제2의 사춘기를 맞은 남자는, 아직 내일이 많다고 여기는 여자에게 끊임없이 죽음을 상기시켜요. 내일은 없어, 지금 튀어 올라야만 해, 인생은 지금이니까. 이 순간을 함께 잘 살아가자는 말에 다름 아니겠죠. 그것은 결국 사랑일 것이고요.
“죽음에 대해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준 이들은 한목소리로 우리에게 사랑하는 법을 배우라고 권고한다. 사랑하는 법을 제대로 배울 때 죽음을 숭배하는 태도를 버리고 삶을 찬미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벨 훅스, <올 어바웃 러브>
오후의 소묘를 오래 지켜봐주신 분들이라면 모야씨작업실이 낯설지 않을 거예요. ‘편지하는 마음’ 전시부터 ‘리틀 포레스트’와 최근 ‘인생은 지금이니까’까지 모야씨작업실의 디자인캔들 쿠나, 슴스미, 트리, 호박초 모두 감초처럼 함께했어요. 최근엔 <눈의 시> 속 눈토끼가 떠오르는, 속눈썹 어여쁜 토끼초도 등장했고요. 하지만 이달의 편지에서 소개하고 싶은 건 모야씨가 3월부터 새롭게 선보인 ‘이달의 캔들’입니다.
“얼굴을 보고 만나지 못하는 시절이라도 같은 책을 읽고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것이 작지 않은 다정과 위로가 된다는 것.
캔들로 그와 같은 시간을 나누면 좋겠어요. 그래서 매월 다른 향을 담은 캔들로 경험을 공유하는 ‘이달의 캔들’을 구상했습니다.”-모야씨
제가 월간소묘를 띄우는 마음과도 겹칠 테죠.
이달의 캔들은 단순하고 깨끗한 유리 컨테이너에 넉넉한 용량으로 담겨 달 내내 태울 수 있어요. 덕분에 저의 삼월은 온통 우드세이지&씨솔트였고요. 사월의 캔들은 열대나무, 열대과일, 섬의 풍경, 바다 너머로 지는 노을처럼 다양한 색채가 떠오르는 ‘보태니컬 샤워’입니다.
이 편지에도 그 향과 온기가 높은 함량으로 들어가 있을 거예요. 초를 태우면 어째서인지 지금 이 순간에 더욱 집중하게 돼요. 아주 작은 불빛이지만 믿기 어려울 만큼 높은 온도로 타오르며 제 존재를 각인시킵니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나탈리 앤지어는 <원더풀 사이언스>라는 아름다운 책에서 변화의 가장 분명한 증거로 물질의 세 가지 상태 변화를 꼽았어요. 그러니까 고체가 녹아 액체가 되고 액체가 증발해 기체가 되는 것. “아무리 겉모습이 근엄해 보여도 모든 물질은 근본부터가 거칠고 끊임없이 흔들리는 존재들이다. 모양과 부피가 일정한 고체를 이루는 분자도 제자리에서 맹렬하게 움직이고 있다.” 맹렬하게 제자리 뛰기를 하던 분자들은 열기라는 기회를 만나 더 멀리로 이동하고 끝내는 모든 인력을 끊고 “자신이 원하는 공간을 찾아 뿔뿔이 흩어져” 갑니다.
우리 또한 끊임없이 변화하는 존재라는 걸 작은 불빛 속에서 봅니다. 이달의 책 <죽음연습>에서 저자는 “죽은 사람이 떠오를 때면 언제든 집안 한 구석에 촛불을 켜둔다”라고 썼어요. 저자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타국의 친구가 어머니를 위해 집에 촛불을 켜두었다고 이야기를 전해준 뒤부터 자신도 세상을 떠난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초를 켜기 시작했다고요. 우리는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초를 켜고, 죽음을 기리기 위해서도 초를 켜네요.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맹렬히 제자리 뛰기를 하는 우리의 지금을 위해서도 초를 켜요. 어쩌면 조금쯤 유연해지고 서로에게로 더 나아갈 수 있을지도요.
4월은 촛불 꺼질 날 없겠습니다. 이달의 캔들과 함께, 노란 밀랍초도 좋겠어요. 같은 경험 공유해요.
– 모야씨작업실 moyamoya.kr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작은 서점들을 찾아다니는 소소한 즐거움을 나눕니다. 책방에서 산 책을 함께 소개합니다.
﹅ 리브레리아 Q
다녀왔습니다. 리브레리아 Q에.
지난해 11월의 편지에서 (지금은 월간비밀Q로 이름이 바뀐) 온라인북Q 구입기(?)를 전하고 곧 오프라인 방문기도 소식하겠다 공언했었는데요. 책방 방문이 이렇게 늦어질 줄은 그때는 미처 몰랐지요.. 그사이 서점원 Q 님은 책을 출간했고, 3월의 편지에서 이달의 책(정한샘, 조요엘 <세상의 질문 앞에 우리는 마주 앉아>)으로 소개했습니다. 오늘은 물리적 공간을 거닌 진짜 산책을 전할게요.
* ‘소소한 산-책’ 코너에서 독자 투고를 받습니다. 제 걸음이 미처 닿지 못한 곳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어요. 분량 제한은 없습니다. 짧아도 좋고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산-책 이야기 들려주세요. 해당 메일(letter@sewmew.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된 분께는 오후의 소묘에서 제작한 노트 세트와 신간을 보내드립니다. 소중한 원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남는 것은 언제나 일상이다’ 프로젝트. 회화 작가 김혜영이 동명의 타인을 인터뷰하고 매달 한 폭의 그림과 짧은 글로 풀어냅니다.
﹅ 막, 막
김혜영 작가의 그림에 처음 등장하는 안개를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희뿌연 공기가 하나의 막이 되어 가려진 저쪽 풍경을 더욱 그려보게 돼요. 하지만 이곳에 집이, 생명이 있다는 걸 잊지 않기. 우리는 지금 여기에서 불을 켜고 살아가겠죠. 요즘 소중한 것을 묻는 질문에 이제야 ‘나 자신’을 보게 되었다고 ‘나를 위한 첫 선택’을 했다고 답한 혜영 님, 응원해요. 제목인 ‘막, 막’은 ‘기억의 막膜’과 ‘지금 막’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며 지은 것이라고요. 언젠가 안개 걷히고 하나의 풍경이 되는 날도 올지 모르지만,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워요.
막, 막_91x91cm_광목에 채색,유채_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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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학교 앞에서 공짜 영화표를 받아 팀 버튼 감독의 <찰리와 초콜릿 공장>을 보러 갔다. 그때가 5학년이었는데 겁도 없이 대절 버스를 타고 문화회관으로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영화에 대해 말하자면 그저 좋았다. 온통 초콜릿 세상인 그 영화는 눈보라 치는 날 아늑한 집 안에서 주인공 찰리의 가족들과 공장의 주인인 윌리가 저녁 식사를 하는 장면으로 막이 내렸다. 행복한 결말을 본 사람 특유의 따듯한 마음으로 길을 나섰으나 나와 친구가 맞닥뜨린 현실은 눈보라 치고 어두우며 심지어 낯선 길이었다. 주머니엔 땡전 한 푼도 없었다. 집에 돌아갈 길이 막막했다. 사람이 위기에 처하거나 가난해지면 아이큐가 조금 떨어진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때 우리가 그랬다.
우리는 진눈깨비에 젖은 앞머리를 넘기며 무작정 걸었다. 친구는 얇은 보라색 점퍼를 여미며 울었다. 울면서 걷는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인간한테는 감당할 수 있는 시련만 온대. 그러니까 우리는 괜찮을 거야’라고. 인터넷 세상에서 어렴풋이 본 말이었다. 열두 살 내가 할 수 있는 위로 중에는 제일 멋진 말이라고 생각했고 잠깐은 덜 추운 것 같았다. 나는 스스로가 멋지다는 생각이 들면 볼이 좀 뜨거워지곤 했다.
고등학생 때 갑자기 그 문화회관이 어디였을까 궁금했다. 그제야 궁금한 것도 이상하지만 어딘지 찾지는 않았다. 중요한 건 뿌연 눈보라 치는 길 끝에 나의 집이 있다는 거였다.
오늘 만난 혜영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며 지금은 어느 정도 믿지 않지만 어릴 때는 ‘내게 힘든 일이 생겨도 버틸 수 있으니 생겼겠지’와 같은 생각의 계기가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게 이런 기억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냐고 물었다. 인터뷰에 참여한 자신을 어색해하던 그의 긴장을 풀어주려 해본 이야기였는데 그림과 이어지는 질문을 받으니 당황스러웠다.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친구를 위로하는 법, 나 자신을 좋아하는 법 같은 기억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으니까, 그때 느낀 걸 다시 떠올려 본다고. 그렇게 만들어진 감정들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다고.
이렇게 말하면서 새삼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다. 살아오며 얻은 많은 것들이 다 무언가가 되고 있다고. 오랜 우울감에 말하는 게 귀찮아져 버린 그는 내 앞에 온 자신이 ‘어떻게 하나 보자’라는 마음을 가지고 왔댔다. 앞서 설명해준 두 개의 작업 이야기가 떠올라서 웃음이 났다. 그는 어떤 인물들에게 상황을 쥐여주고 그걸 바라봤다. 오늘 그의 어떤 인물은 자기 자신이었다.
내가 가진 슬픔과 그가 가진 우울의 뭔지 모를 간극 속에서 기억 위에 막이 생긴 것 같다는 혜영의 말이 떠올랐다. 뿌연 안개와도 같은 기억의 깊이 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것들이 그를 작업을 놓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만든 것 같았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어쩐지 볼이 뜨겁다. 이제 나는 이달 치의 안개 낀 그림을 그릴 것이다. 안개를 그리는 건 처음이라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어떻게 하나 보자.
*인터뷰이가 되어줄 혜영들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mhaengm@naver.com
제주 고양이 웹툰. <아홉 번째 여행>을 쓰고 그린 신현아 작가가 전지적 대봉 시점으로 동생 소봉을 관찰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개 누나들도 빠질 수 없고요.
결말을 알기에 더 슬퍼지는 것이 있죠. 알면서도 시작하게 되는 고양이, 개 이야기가 그런데요. 소봉과 개 누나들이 등장하는 대봉이의 일기 시즌1도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노안’이 이렇게 슬플 일인가 말이에요.
* * *
[대봉이의 일기]
﹅ 계획과 음모
﹅ ZZZ…
﹅ 노안
소묘는 아시다시피 ‘작은 고양이’고요. 오후의 소묘에서 고양이 실장을 맡고 있는 이치코의 글을 전합니다. 고양이 얘기만 합니다.
“버킷리스트가 많은 사람일수록 즐겁고 충만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생의 곳곳에 보물찾기하듯 보너스를 감춰놓고 살아가는 거니까요.”
하지만 이치코는 버킷리스트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아, ‘고양이로 우주정복!’이 있던가.
이쯤에서 오후의 소묘와 함께하는 분들의 버킷리스트 & 지금 나의 화두를 공개해봅니다. 더 많은 이야기는 동네책방 땡스북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 ‘인생은 지금이니까’에서 만나보실 수 있어요. 여러분의 버킷리스트도 전해주세요.(~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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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영 작가의 버킷리스트
1. 건강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기
겉으로 증상이 없다고 다 괜찮은 게 아니란 걸 알게 되었다. 언제나 1순위는 건강으로!
2. 작업실 구하기
혼자 힘으로 굴릴 수 있는 작업실 구하기.
3. 할 일이 밀렸을 때, 일단 자리에 앉기
괴로워하면서도 누워있는 나 자신을 일으켜 세우자.
4. 7월 개인전 잘 준비하기
스스로한테 인정받을 수 있도록 잘 준비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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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정 디자이너의 버킷리스트
1. 나의 가족. 고양이 디디, 모네와 함께 여행하기.
2. 꽃나무를 심을 수 있는 작은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 가기.
3. 세계 아트북페어 관람하기.
4. 꽃이 핀 계절에 모네의 정원을 꼭 다시 가보기.
5. 쓴 책 출간하기.
6. 이사 가지 않아도 되는 곳에 책방과 작업실 마련하기.
7. 가족들과 일 년에 한 번은 꼭 여행할 수 있도록 저축통장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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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린 번역가의 지금
나는 오랫동안 번역을 하고, 야옹이 한 마리와 멍멍이 두 마리와 정원을 돌보고, 호미자루를 깎고, 작은 방 소파에서 일일 드라마를 보며 뜨개질을 해왔다. 온종일 구부정하게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 허리디스크가 생겼고, 어깨가 안으로 굽어 자주 어지러웠고, 손목이 나가서 바닥을 제대로 짚을 수 없게 되었다. 소화 기능도 뚝 떨어져서 밥도 많이 못 먹었다. 모든 것이 건너서는 안 될 그 강을 막 건너려고 하는 시기에 하타 요가 스승님을 만나게 되어 수련을 시작한 것이 2년 반 전의 일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는 요가에 빠져 있다. 몸도 마음도 많이 망가져 있었던 데다, 적지 않은 나이에 요가를 시작한 만큼 회복이 더디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어서 나는 안도한다. 견딜 수 없던 고통이 견딜 만한 고통으로 바뀌어 가는 기쁨이 크다. 지금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먹고, 일찍 일어나고, 유연하고, 근육도 살도 많이 올랐다.
누구나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달라지는 시기들이 찾아온다. 그럴 때 다가오는 여러 가지 신호들을 알아차리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매일 해나가면 될 것 같다.
인생은 지금이니까.
월간소묘의 느슨한 온라인 독서 모임. 함께 읽고 써요.
◇ 3월의 책 <세상의 질문 앞에 우리는 마주 앉아>
나의 유년은 지금보다 나아져야 한다는 강박으로 가득했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면서도’ 이런 말은 괄호 안에 넣어두고 더 나아가기 위해, 더 발전하기 위해 애쓰는 것이 당연했는데 이제서야 그 시간에 입었던 내상을 발견한다. ‘우리 그냥 이렇게 지내도 괜찮은 것 아닐까’ 이렇게 말해주는 책에 위로받으며.
책을 읽는 것이 얼마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행위인지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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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많이 읽어도 별일이 생기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엄마와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딸이 책을 읽으며 느끼고 생각한 것을 나누는 말들이 너무나 따뜻해서 세상 곳곳의 아픔, 억울한 죽음과 외로운 투쟁, 작고 소외된 것들에 대한 엄마와 아이의 시선이 너무 투명해서 웃음이 나기도 눈물이 나기도 했다.
세상의 질문 앞에 마주 앉은 모녀의 이야기는 세상의 거대한 숲에 둘러싸여 희미하게 보이던 나의 작은 숲을 좀더 찬찬히 깊게 들여다보게 한다. 틈을 비집고 나온 질문들에는 딱 떨어지는 해답도 대책도 없지만 찬찬히 들여다보고 고민하고 흔들리고 또 일어설 때 나의 작은 숲이 지금보다 더 또렷한 맑은 세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희망을 품어본다.
@miran_bookshelf www.instagram.com/p/CMmUx75lj-d/
*함께 읽어주어 늘 고마워요
@littlestitches__ www.instagram.com/p/CNOwVz7pBr1/
@moya www.instagram.com/p/CNNwP4epIT9/
*오독 모임 멤버가 되어주세요. 인스타그램에서 #월간소묘_이달의책 #오묘한독서 태그를 걸어 이달의 책에 관한 리뷰 남겨주시거나 본 메일(letter@sewmew.co.kr)로 글을 보내주시면 레터에서 소개하고, 한 분을 선정해 다음 편지의 책과 오후의 소묘 신간을 보내드립니다.
🌸 <인생은 지금>(다비드 칼리 글, 세실리아 페리 그림, 정원정/박서영 옮김) 출간 EVENT!
월간소묘 레터 구독자를 위한 시크릿(?) 이벤트입니다. 인터넷서점에 후기를 작성하고 본 메일(letter@sewmew.co.kr)로 링크를 보내주시면 <인생은 지금> 특별 굿즈 5종(엽서4종 세트, 노부부 책갈피 2종 세트, 대사가 프린팅된 마스킹테이프, 버킷 박스: 틴케이스&메모카드 세트)을 증정합니다.(~4/30, 한정수량으로 소진시 조기 종료될 수 있습니다.)
🌸 인생은 지금이니까: 땡스북스 전시 ~4.28
www.instagram.com/p/CMyaGUtJcAc/
인스타그램을 통해 전시 후기 남겨주신 분들 중 5분을 추첨해 전시 종료 후 커피 기프티콘을 보내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 오후의 소묘 편집자와의 만남 4.30 저녁 7시 ‘책의 기분’
자세한 내용은 추후 인스타그램을 통해 공지하겠습니다. 아마도 이런 행사는 처음이자 마지막이지 않을까..
[월간소묘 : 레터]는 책과 고양이를 비롯해 일상의 작은 온기를 담은 다양한 글을 전합니다.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월요일에 만나요.
[월간소묘: 레터]
2020년 첫 편지 ‘생기’ • 3월의 편지 ‘질문의 자리’ • 4월의 편지 ‘장소라는 몸’ • 5월의 편지 ‘낭만’ • 유월의 편지 ‘어느 틈에’ • 7월 ‘편지하는 마음’ • 8월의 편지 ‘빨강’ • 9월의 편지 ‘어스름’ • 시월의 편지 ‘herbarium’ • 11월의 편지 ‘그 속에는’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1년 첫 편지 ‘얼굴들’ • 2월의 편지 ‘걸음걸음’ • 3월의 편지 ‘Little Forest’ • 4월의 편지 ‘Now or Never’ • 5월의 편지 ‘창으로’ • 유월의 편지 ‘비밀의 무늬’ • 7월의 편지 ‘여름의 클리셰’ • 8월의 편지 ‘파랑’ • 9월의 편지 ‘이름하는 일’ • 시월의 편지 ‘일의 슬픔과 기쁨’ • 11월의 편지 ‘나의 샹그릴라’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2년 1월의 편지, 새해 첫 책 • 2월의 편지, 어려움에 대하여 • 3월의 편지, 구름의 나날 • 4월의 편지, 사랑의 모양 • 5월의 편지, 비화 • 6월의 편지, 사라진다는 것 • 7월의 편지, 환대 • 8월의 편지, 정원 너머 어렴풋이 • 9월의 편지, 함께 해피엔딩 • 10월의 편지, 마음을 쓰고 계신가요? • 11월의 편지, 작가의 발견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3년 1월의 편지, 하얀 꽃들이 피어나 • 2월의 편지, 차를 듣는 시간 • 3월의 편지, 조용히 다가오는 것들 • 4월의 편지, 꿈을 꾼다는 건 • 5월의 편지, 다정한 반복으로 • 6월의 편지, 다시 태어나기를 • 7월의 편지, 촛불을 켜는 밤 • 8월의 편지, 치코의 일기 • 9월의 편지, 아름다움과 함께 • 10월의 편지, 언제 나와요? • 11월의 편지, 오늘의 주인공은 너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4년 1월의 편지, 새삼 새 마음 • 2월의 편지, 일상 맞춤형 실감 블록 • 3월의 편지, 사랑과 우정의 세리머니 • 4월의 편지, 길고양이 돌봄 지침 • 5월의 편지, 절기 좋아하세요? • 6월의 편지, 우리를 홀린 OOO • 7월의 편지, 이 모든 일이 다 영화 같아요 • 8월의 편지, Sometimes, again • 9월의 편지, 여름의 기억 • 10월의 편지, 힙hip하지는 못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