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쉽게 쓰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만큼 유달리 운을 떼기조차 어려웠던 적이 있었나 싶어요. 하기 싫은 일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루는 못된 습관이 있는데, 특히 보도자료 쓰기가 그렇답니다. 그런데 이번엔 마감일 전에 완성을 하고 말았어요. 전에 없던 일이지요. 레터 쓰기가 얼마나 싫었으면… 아니, 그러니까 그간 너무나 거대한 일들이 연이어 벌어졌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오후의 소묘의 모토는 ‘일상의 작고 짙은 온기를 전한다’입니다만, 일상은 흔들린 지 오래고 어떤 곳에서는 심지어 뿌리째 뽑혔으며 작은 것들은 이제 무의미해 보이고 온기는 어느 곳에도 없는 듯 느껴지는 날들이에요.

그럼에도 일하고 읽고 듣고 또 고양이들을 쓰다듬으며 하루하루를, 저는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하고 읽고 들은 것들을 힘내어 적어보기로 해요. 여러분은 하루는 어떤가요? 무엇을 읽고 듣고 이야기하셨나요?

 

어둠은 쉽게 물러나는 법이 없고 매번 다시 찾아오고 우리는 자주 지치고 힘을 잃고 우울하다. 그러나 완전히 그렇지는 않다. … 우울과 혼돈 속에서 질서를 잡아가면서, 먼 빛이든 가까운 빛이든 희미한 빛이든 내면의 빛이든 한 발 한 발 따라가면서.

-정혜윤 <슬픈 세상의 기쁜 말>

 

 

1_

지난 화요일(8일)에는 CBS 방송국엘 다녀왔습니다. 12월에 이어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요. 처음은 <당신이라는 수수께끼>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유한 순간들>의 저자 김인 대표가 게스트로 섭외되어 동행했습니다. 이번엔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의 저자이자 오후의 소묘 그림책 다수를 번역한 무루 작가가 같은 프로그램에 섭외되어 또 동행하게 됐고요.

<당신이라는 수수께끼>를 설명하지 않을 수 없겠죠. ‘2월의 편지’에 김인 대표 편 방송(다시 듣기)을 전했으니 들으신 분들이라면 물론 아시겠지만, 정혜윤 피디가 만들고 황인찬 시인이 진행하는 인터뷰 방송이에요. 이렇게만 말하면 좀 부족한데. 정혜윤 피디의 책 <슬픈 세상의 기쁜 말>에서 이 프로그램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어요.

 

내 상상 속에서 방송은 이렇게 진행된다. 출연자가 ‘그것 없이는 자신을 말할 수 없는 단어’를 찾아내면 그다음 단계는 그 단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그 단어에 대해 말해보는 것이다. 나를 예로 들면 이렇다.

“… 저에게 ‘단어1’에 대해서 말하라는 것은 제 인생의 가장 큰 기쁨에 대해서 말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 ‘단어1’은 제가 세상을 보는 눈을 바꿔놓았고 제 말을 바꿔놓았습니다. … 저는 ‘단어1’ 덕분에 삶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다고 믿습니다. ‘단어1’ 안에서 마음속에 불을 켜주는 이야기들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

이렇게 해서 우리에게 중요한 단어는 전과 다른 새로운 의미를 지닌, 풀고 싶은 수수께끼가 된다.

 

수수께끼. 출연자는 자신의 소중한 단어 두 개에 대해 ‘스무 고개’하듯 진행자에게 수수께끼를 냅니다. 진행자는 출연자가 주는 힌트로 그 단어를 맞추(거나 못 맞추)고, 출연자는 그 단어가 자신에게 왜 소중한지 이어서 이야기 나눠요. 김인 대표의 두 가지 단어는 ‘향미’와 ‘침대’였고, 무루 작가의 두 가지 단어(역대급으로 어려운 수수께끼다! 못 맞추겠다!라는 절규를 남긴…)는 아직 방송 전이므로 공개하지 않을게요. 인용한 정혜윤 피디의 ‘단어1’은 무엇인지 짐작이 가시겠죠? 저 그리고 아마도 이 레터를 읽는 분들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일 것이에요.

 

2_

지난 목요일(10일)에는 무루 작가가 진행자로 그림책 이야기를 하는 EBS 오디오 방송 <무루의 이로운 그림책> 최근 화를 들었습니다. 서두는 이렇게 시작해요.

 

저는 최근에 받은 어떤 질문 하나를 오래 생각하며 지냈습니다. 소중하게 생각하는 단어가 무엇이냐는 것이었는데요. 아끼는 단어들을 하나씩 꺼내보며 여러 날 고민을 했습니다. 자주 쓰거나 아껴 쓰는 단어들에 대해서.

 

“누구라도 좋아할 것 같은 설명이 필요 없는 단어들”부터 “단어의 본래 뜻과는 달리 자기만의 의미가 부여된 단어들”까지 무루 작가가 소중히 여기는 단어 몇몇을 소개합니다. 이어서 “애초에 이 목록에는 절대 오를 일이 없는 단어들”도 언급해요. 그중 하나는 이번 방송인 33화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전쟁.

지난 화요일의 만남에서 저는 지금 전쟁 앞에서 다른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하지만 전쟁에 대해서도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라고 고민을 털어놓았어요. 무루님은 이미 고민을 뒤로하고 용기 있게 이 녹음을 마친 참이었지요.

포르투갈 시인인 조제 조르즈 레트리아가 글을 쓰고 그의 아들인 일러스트레이터 안드레 레트리아가 그린 <전쟁>은 국내에 2019년에 소개되었고 같은 해 무루님의 그림책 수업에서 함께 읽은 책이기도 해요. 그러나 지금 다시 펼치자 완전히 다른 감각으로 파고듭니다.

무루 작가가 소개하듯 <전쟁>은, 일반적인 그림책에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일종의 문이자 경계” 역할을 하는 “속표지 없이 면지로부터” 그림 서사가 진행되어요. 거대한 거미, 뱀으로 보이는 검고 긴 것, 곤충들. 그들이 숲을 가로질러 검은 새 한 마리를 잠식하자 새는 날아오르고 글이 등장합니다.

 

전쟁은 빠르게 퍼지는 질병처럼 일상을 갈기갈기 찢어버린다.

전쟁은 듣지 않고, 보지 않고, 느끼지 않는다.

 

이 문장이 더 이상 전쟁에 관한 은유로만 보이지가 않죠. 이제는 더없이 적확한 묘사로 다가와 소름마저 끼칩니다. 문 없이 경계 없이 예고 없이 덮쳐오는 전염병, 그리고 전쟁. 우리 삶을 송두리째 뿌리 뽑는 두 가지 현실, 하나의 속성.푸틴은 COVID-19 이후 코로나 결벽증으로 극도의 거리두기를 지키며 지난 2년을 보냈다고 합니다. 사람을 만나지 않고 듣지 않고 보지 않고 자신만의 성에서 자신만의 생각을 공고히 하며 전쟁을 계획했다고 해요. 그리고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자국민도 외부로부터 듣지 않고 보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어요. 자신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만을 선별해 유통시키고 진실은 불식시키기. 러시아 내에서 푸틴의 지지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겠지요. <전쟁>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 악이라는 질병에 감염된 장군이 책들의 탑을 불사르는.

 

전쟁은 어떤 이야기도 용납하지 않는다.

 

3_

내가 전쟁이라는 밑도 끝도 없는 세계에 점점 더 깊이 빨려들어가는 사이, 다른 것들은 모두 빛을 잃고 흐릿해지며 시들해졌다. 거대하고 무자비한 세계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전쟁이라는 수수께끼를 파고듭니다. 그의 책에서는 전쟁 생존 여성 수백 명의 고통이 터져 나옵니다. 그들은 전쟁에 직접 참전했고 전쟁을 목격했으나 오랫동안 침묵을 강요당했고 전쟁에서 그들의 존재 자체가 지워졌어요. 알렉시예비치는 이들의 목소리를 수집하는 작업을 행하면서 ‘하찮은 이야기 따위는 필요 없소… 우리의 위대한 승리에 대해 쓰시오…’라는 압박을 끊임없이 받습니다. 그러나 그 ‘하찮은 것’이야말로 ‘삶의 온기이자 빛’임을 믿고 여자들이 말하는 전쟁에, 고통에 귀 기울입니다. 참혹한 환경 속에서 소소한 일상을, 죽음에서조차 아름다움을 이야기하고 마는 그들의 언어를 날것으로 옮기고 전합니다.

 

<무루의 이로운 그림책>에서 무루 작가도 전쟁을 겪은 여러 목소리를 전합니다. 그림책 <전쟁>뿐 아니라 여러 책들을 다루고 있는데요. 그중 옛 유고슬라비아 생존 어린이들이 남긴 이야기를 모은 <나는 평화를 꿈꿔요>의 목소리에 유독 귀 기울이게 됩니다. 가장 약한 존재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꼭 들어달라는” 목소리, 간절히 “전쟁을 증언”하는 목소리에. 이들이 바라는 것은 공감이나 위로가 아니라 이 일이 끝나는 것, 되풀이되지 않는 것.

‘어떤 이야기도 용납하지 않는 거대하고 무자비한 세계’ 속에서도 이처럼 어떤 목소리들은 침묵을 뚫고 나와요.

 

정혜윤 피디는 <슬픈 세상의 기쁜 말>에서 실제 전쟁은 아니지만, 자기만의 전쟁을 치러낸 슬픈 사람들의 목소리를 전합니다. 그들 또한 “삶이 파괴되어봤기 때문에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 아는 사람들입니다. 미래가 변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계속해서 말합니다. “가장 좋은 모습으로 미래를 맞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정혜윤 피디는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달라 말합니다. “우리의 좋은 결말을 위해서 어떤 단어가 필요한지 찾아내면 정말 좋겠다”라고, 우리 각자가 “당신의 가장 멋진 점을 표현할 단어를 찾아내면 정말 좋겠다”라고. <당신이라는 수수께끼>라는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이유겠지요.

 

우리가 언젠가 인간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실컷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 지금은 말이 있어야 할 자리에 공허와 잔인함이 있지만 언젠가 우리의 말과 의미가 아름다운 관계를 맺고 ‘우리가 말을 공유하고 있다니, 그런 멋진 일이 있다니’라고 느낄 만한 이야기가 많아지면 정말 좋겠다.

 

 

전쟁, 정점을 모르고 일상을 흔드는 전염병, 산불이라는 인재, 혐오로 가득한 작은 전쟁과도 같았던 대선. 인간이 어떻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고통 속에서도 더 나은 미래를 바라는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 수는 있겠습니다. 그 목소리를 듣자고 애써 말하는 이들의 아름다움을 또 볼 수 있겠습니다. 오늘 소개한 책들과 두 방송에 저는 많이 기대었습니다. 그것은 안갯속 같은 날들에 퍼붓는 비, 폭풍, 천둥이었어요. 끝내는 빛이었고.

이날들에 다만 바랍니다. 각자의 내면에 새겨지는 “결코 지워지지 않는 흔적 같은 단어”가 전쟁, 재난, 혐오 같은 단어가 되지 않기를. 거대한 그림자에 그늘져버린 저마다의 고유한 단어들에 다시 빛이 깃들기를. 우리가 ‘하찮은 것’(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아직은 이름 없는 것’(정혜윤), ‘오랫동안 소중히 여겨왔던 것’(무루) 들을 지금보다 더 선명히 보고 들을 수 있기를.

 

우리는 새로운 이야기 안에서 만나야 한다.

 

 

덧1. 정혜윤 피디의 소중한 ‘단어1’은 짐작하셨듯, ‘책’이고요. ‘책’은 다시 쓰면 ‘이야기’일 테죠.

무루 작가의 소중한 단어 두 가지도 곧 방송으로 만나기를 함께 기다려요. 당신의 단어들도 들려주시기를.

 

덧2. 레터 제목을 ‘구름의 나날’로 달아놓고, 분명 ‘구름의 나날’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왜 이렇게 흘렀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보아하니 ‘이치코의 코스묘스’도 중구난방에 총체적 난국인데…

 

 

시월이가 다시 오면서 봉산아랫집엔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어요. 우선 고양이들의 화장실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했어요. 오묘(五猫)까지만 해도 두 개의 화장실을 하루에 한두 번 치우는 걸로 충분했어요. 화장실 세 개로 하루에 한 번만 치우기도 했었지만 아이들이 작은 화장실을 잘 가지 않는 것 같아서 큰 것 두 개만 남겨놓았어요. 기왕이면 깨끗한 환경을 유지해주고 싶어서 두 개의 화장실을 하루에 두 번 치우는 걸 원칙으로 정하긴 했지만 한 번만 치우더라도 그다지 문제는 없었어요. 그런데 시월이가 오고 나서는 세 번째 화장실을 다시 꺼내고도 하루에 두 번씩 꼬박꼬박 치워야만 했어요. 만약 한 번을 빠트린다, 그러면 난리도 아니었어요. 다음에 비울 때 감자*와 맛동산*이 얼마나 풍년이지, 비닐봉투가 가득 차고 무게도 3kg 가까이 나가기 일쑤였어요. 그리고 어떤 때는 집 안 구석구석에 맛동산이 굴러다니기도 했어요. 애들이 화장실 모래를 덮다가 발로 차버린 맛동산이 화장실 밖으로 탈출을 하고 그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돌아다니다가 거실 한가운데에서 발견되고 소파 밑에서도 발견되고 안방에서도 발견되고 건넌방에서도 발견되고 또 어쩌다가는 미처 치우지 못한 채 로봇청소기가 돌다가 삼켜서 먼지통 안에서도 발견되고… 5 나누기 2는 2.5이고 6 나누기 3은 2이니까 화장실 하나당 묘구밀도는 분명 줄어들었는데 사태가 대체 왜 이렇게 됐는지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시월이가 쉬를 많이 하나? 응가를 많이 누나? 고양이들의 배설 활동에도 공명 현상이란 게 있는 건가? 아니면 서로 경쟁을 하는 건가? 온갖 생각이 다 들더라고요.

 

두 번째 변화는 첫 번째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였어요. 화장실 치우는 문제야 사람이 부지런하기만 하면 해결 가능한 문제였지만 이건 그렇지 않았어요. 삼삼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때부터 지속된 8년간의 생활 리듬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어요. 사람뿐만 아니라 시월이를 제외한 나머지 오묘도 함께 영향을 받는 일이었는데, 사람의 기준에서건 고양이의 기준에서건 마땅한 해결책을 찾을 수가 없었어요. 결국 봉산아랫집의 모두가 시월이에게 맞추는 수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사람과 (어쩌면 시월이 자신도 포함한)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겪어가던 중에 미노가 제일 먼저 불만을 행동으로 표출하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했냐고요? 제 뜻대로 안 될 때면 집안 아무 데나 응가를 하기 시작했어요. 화장실 용적이 부족해서 맛동산이 출몰했던 사태보다 훨씬 극적이어서 이번에는 의자 위, 책상 위, 심지어 침대 위까지 미노의 맛동산이 굴러다녔어요. 아, 또다시 ‘총체적 난국’이란 단어가 등장하게 될 줄이야… (오즈 편 – ⑰ 총체적 난국’ 참고. 주의: 💩 난무.)

 

* * *

 

시계를 보니 지금 시간이 2022년 3월 7일 오후 4시 39분이네요. 이 글이 최종적으로 완성되는 건 아마도 (거의 확실히) [월간소묘: 레터]가 발송되기 직전이 될 테지만 어쨌거나 이 문장이 지나가고 있는 지금은 3월 7일이에요. 그저께가 경칩이었고 내일이 ‘세계 여성의 날’이며 모레가 대통령 선거일이에요. 이 중에서 사람들의 눈과 귀를 빼앗고 있는 건 선거 이야기예요. 선거가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앞서 말한 세 개의 기념일 중 ‘세계 여성의 날’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 보이는데 말이에요. 그리고 대통령 선거의 1/10이 될까 말까 한 수준으로 언론에 다뤄지고 있지만 사흘 전 시작된 경북-강원의 산불이 아직 진화되지 않고 있다고 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의 삶의 터전을, 생활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었을까요? 역대 두 번째 규모의 큰 산불이라고 하는데 더는 피해가 확산하지 않고 얼른 불길이 잡히길 간절히 바랄 뿐이에요. 이럴 때 비라도 내려주면 얼마나 좋을까, 야속할 따름이네요.

 

그런가 하면 지난달 24일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역시 여전히 전쟁 상황을 지속하고 있어요. 손쉬운 승리를 예상했다는 러시아가 고전 중이라는 뉴스, 국제사회가 여러 방법으로 우크라이나를 돕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기업들까지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는 뉴스 들이 전해지곤 있지만 사태가 해결되어 간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전쟁의 아수라장에서 직접적으로 다치거나 목숨을 읽은 사람들의 상처는 되돌릴 길이 없고 수백 만에 달하는 피난민들의 아픔은 오래도록 아물지 않을 테니까요. 러시아가 곧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소문도 있던데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자국의 전쟁을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다 체포된 사람들, 국제뉴스의 긴박함에 눈 돌릴 새도 없이 매일의 무게에 짓눌려 살아가던 힘 없고 가난한 러시아 사람들은 또 얼마나 고통을 받게 될까요?

 

[계속 읽기]

 

 

📖 [구름의 나날] 리뷰어 모집 [신청하기]

* 레터 발송 당일(3월 14일) 한정 모집. 15일 발표 예정. 리뷰어로 선정되신 분께는 기재해주신 이메일로 개별 연락드리오니 메일함을 잘 살펴주세요

* 책 소개 보기(16일 출간 예정!)

 

🌷 [구름의 나날]에 이어 [사랑의 모양]도 작업 중입니다. 4월에 만나요.

 

🕊 [새의 심장] 2022 볼로냐 라가치상 심사평을 전합니다.

“시인 버넌 스캐널은 ‘시와 빵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사람은 몹시 위험하다’라고 쓴 바 있습니다. 마르 베네가스가 쓴 <새의 심장> 속 주인공 나나는 바닷가에 살면서 제빵사의 아들인 친구와 함께 시에 관한 발견과 자신의 보물을 나눕니다. 시간이 흐르고 우정과 바다로도 마음이 채워지지 않자 나나는 시가 거주하는 곳을 찾기 위해 모험을 떠나죠. 하지만 빵 반죽처럼 부풀어 오르는 시는 나나가 가는 곳 어디든 나타나고 장소를 새롭게 변화시키며, 답을 알 수 없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마르 베네가스는 이 섬세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자기만의 방식으로 시를 찾게끔 자극하고, 시구를 만드는 장난스럽고도 재미난 방법들을 제공하며, 읽기와 쓰기를 창작의 심장에 놓습니다. 이따금 시가 등장하는 이 시적인 글에, 빨강과 먹으로 그려진 하셀 카이아노의 매혹적인 일러스트가 더해져 책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뿐 아니라 디자인과 물성에 이르기까지 독자들을 시로 이끄는 잠재력을 지닌 사랑스러운 작품입니다.”

 

🙆‍♀️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 기념 오후의 소묘 여성 작가, 번역가, 디자이너의 얼굴들 :)

맨 위 왼쪽부터

비올레타 로피스, 엘리즈 퐁트나유, 안나 마리아 고치, 기아 리사리, 신현아, 정원정, 박서영

휘리, 아주라 다고스티노, 에스테파니아 브라보, 세실리아 페리, 요안나 콘세이요, 김지희

박혜미, 마르베네가스, 하셀 카이아노, 김인, 유스티나 바르기엘스카, 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고운

그레이스 제이, 아나 크리스티나 에레로스, 알리스 브리에르아케, 모니카 바렌고, 정림, 하나

고이즈미 사요, 파니 뒤카세(하반기에 소개 예정), 소요 이경란, 페이퍼민트 정선정

 

3월의 편지를 받고 나는 어떤 단어를 품고 살아가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요. 수많은 단어가 스쳐갔지만 제게 소중한 단어는 <진심>입니다. 사람을 마주하는 일이 어려워지는 요즘 sns를 통해 서로를 공유하고 위로하는 일이 유일한 희망이 되기도 해요. 얼굴을 대면하지 않으니 과연 나의 진짜 모습이 어디까지인가를 자주 생각하게 됩니다. 매순간 진심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사는 일에도 사람을 대하는 일에도- 그럼에도 우리는 어쩔수 없이 얇은 포장을 두르고 살고 있겠지요. 그 속에 담긴 알맹이를 들여다보는 것에 의미를 두어요. 진심은 가린다고 가려지는 것이 아니며 때로는 사소한 순간에 쉽게 드러나기도 하니까요.

소묘에게 답장을 보내고 싶어졌어요. 매달 당연하게 편지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알고, 책 소개도 ‘소소한 산책’도 ‘대봉이의 일기’도 다 좋지만 가장 좋은 것은 언제나 한 가지 질문을 남긴다는 것이에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를, 좀 더 괜찮은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합니다. 변함없이 감사한 마음 전해요.

추신. 저야말로 요즘 구름의 나날이네요. 소묘의 구름의 나날을 손꼽아 기다려요(-:

_someday.you

 

‘진심’이 전해지는 답장 감사합니다. 질문을 받아 안아주셔서 기쁘고요. 구름의 나날이 오래 이어지고 있는 듯한데 조금이나마 걷혔기를, 맑고 반짝이는 날들 함께하시기를 진심 :-) 으로 바라보아요.

 

이런 글을 읽어본 지가 얼마나 오래인지. 저는 어느 순간 감성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그놈의 인스타 감성, 감성, 감성.. 오죽하면 감성충이라는 혐오 단어도 나왔을까요. 왜일까요, 내가 느꼈던 몽글몽글한 느낌들을 잘 벼려서 글로 탁 내놓는 순간 왠지 부끄러움이 드는 것은.. 그래서 속으로 꼭꼭 삼켰답니다. 혹시 누가 비웃을지 몰라, 너무 감성적인 건 아닐까? 월간소묘를 우연히 발견하고서는 기분이 무척 좋았답니다. 내가 내내 그리워했던 바로 그 감성이잖아, 하고요. 부디 앞으로도 계속 나 대신 마음껏 감성적이어주세요. 나는 부끄러움이 많은 편이니.

_취미가 많은 돌멩이

 

적어주신 이름에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취미가 많은 것도, 돌멩이를 아끼는 것도 비슷해서요. 우연한 발견에 기뻐하셨을 모습 그려지고- 몹시 반갑습니다. 자주 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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