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이었나요, 어쩌면 예상보다 빠른 시기에 신문이 사라질 거란 말들이 등장했었더랬어요. 책과 더불어서요. 물론 여기서 신문과 책은 종이신문과 종이책을 말하는 거죠. 그런데 책의 입장에서는 신문과 함께 친구(?) 사이로 엮였던 게 조금은 억울했을 것 같아요. 종이책의 판매량이 그때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은 여전히 종이에 인쇄된 형태로 시장에서 사랑받고 있으니까요. 반면에 신문은, 종이신문은 그때 종이책을 함께 죽어갈 동지이자 친구로 생각했을까요? 갑자기 궁금하네요, 종이에 인쇄된 형태라는 게 거의 사라졌다고 해도 될 것 같아요. 얼마 전에 “찍자마자 전 세계로 수출?…부끄러운 ‘K-신문’ 열풍”*이라는 제목의 뉴스가 방송되었어요. 태국 방콕의 이케아 매장에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파키스탄의 노점에서 펼치지도 않은 한국의 새 신문이 포장지로 사용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어요. 콩기름으로 인쇄해 친환경적이고 기름기도 잘 흡수해 좋다는 현지의 평도 실려 있어요. 가격은 킬로그램당 한국 돈으로 500원 정도.

 

2019년 국내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6.4%로 10년 전보다 4분의 1로 급감한 반면 같은 기간 신문의 발행부수는 거의 줄지 않고 그대로라고 뉴스는 얘기하고 있어요. ABC협회가 발표하는 유료부수의 조작이 의심되고 있다는 말과 함께요. 그런데 뭐 그렇게 거창하게 자료를 조사할 필요까지 있나 싶어요. 일상생활에서 이미 종이신문을 구경하기 힘들어졌으니까요. 관공서나 기관들처럼 신문을 비치해야 하는 곳을 제외한다면 종이신문은 거의 사라졌다고 말해도 무리는 아닐 것 같아요. 물론 뉴스를 제공하는 기능을 독점하고 있는 신문사는 아직 건재하죠. 여전히 신문을 만들며 여론을 움직이고 있어요. 온라인에서의 위세도 대단하고요. 종이신문과 종이책이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했을 때, 신문은 책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았을 거예요. 똑같이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뉴스와 콘텐츠라는 사업 아이템은 계속 유지될 테고 그때 남겨지는 사회적 영향력은 다를 것이라 여겼을 테니까요. 그런데 종이신문은 (거의) 사라졌지만 종이책은 아직까지 가치 있는 상품으로 유통되고 있어요. 종이로 된 제품이 살아남은 게 자랑거리인지는 알 수 없지만 왠지 책이 신문한테 이렇게 말할 것도 같아요. 메롱.

 

코코

 

올 초에 이상한 기사**가 하나 나왔어요. 매체는 이름에 ‘경제’가 들어가는 신문이었고 제목은 “상위 10%가 소득세 79% 내는 나라”였어요. 기사의 부제는 “대한민국 세금 대해부 / 하위 39%는 한푼도 안내는데 / 고소득층 稅부담 갈수록 커져”였고요. 그러면서 종부세와 상속세 같은 얘길 하고 있어요. 부자들이 세금을 너무 많이 내고 있다, 라는 애길 엉망진창으로 하는 기사였어요. ‘세금 대해부’라는 말을 쓸 정도라면 단지 상위 10%의 소득세 점유율만을 얘기할 게 아니라 직접세와 간접세의 비율, 소득불균형 정도(소득의 양극화가 심하다면 당연히 소득 상위 10%의 소득세 점유율이 높을 수밖에 없을 텐데…) 등을 포괄해서 기사를 써야 할 텐데 그런 정보는 쏙 빼놓고 그저 부유층 세금이 계속 오른다며 징징거리고 있다니 참 편하게 기사를 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하위 39%의 사람들이 소득세를 한 푼도 ‘못’ 내는지에 관해서 생각이나 해 봤을까, 피도 눈물도 없는 국가마저 차마 세금을 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초라한 소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왜 못할까, 한편으로 화도 났어요. 그리고 내가 편의점에서 네 개 만 원 하는 맥주를 살 때마다, 마트에서 에어프라이어에 돌려 먹을 군만두를 살 때마다, 우리 고양이들 밥이랑 모래를 살 때마다 Value-Added Tax를 얼마나 많이 내고 있는데! 아마 조만간 기자란 직군(의 대부분)은 사라질지도 모르겠어요. 종이신문이 (거의) 사라진 것처럼요. 뉴스가 전달되는 데 매체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게 종이건 스마트폰 화면이건 별 차이가 없듯이, 뉴스를 만드는 데 지능이 필요하겠지만 그게 사람이건 인공이건 뭔 상관이겠어요. 뉴스만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되죠.

 

지난번 글에 이어 이번에는 코코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거예요. 그런데 세금 이야기로 시작하려다 보니 엉뚱한 포인트에 에너지를 쏟아버린 것도 같네요. 어쨌거나 세금은—부자가 더 많이 낸다, 라고 하는 방향이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부터 시작해서 (거의)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룬 지 워낙 오래된 일이라 굳이 따져볼 필요가 없고, 그렇게 억울하면 부자가 세금을 덜 내는 나라를 찾아 이민을 가시든지, 근데 아마 그런 나라는 없을걸? 메롱—세금을 걷는 것 못지않게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세금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투입되어야 하는 분야 중 첫 번째는 당연히 길고양이 중성화사업(TNR)이라고 생각해요. 왜냐고요? 고양이…잖아요. 고양이요, 고양이. 🤷🏻‍♀️

 

코코를 처음 만난 날

 

코코를 처음 본 건 봉산아랫집으로 이사 온 그해 혹은 그다음 해였을 거예요. 적어도 4년은 더 되었네요. 조그만 아이였어요. 아깽이 티를 벗은 지 얼마 안 돼 보였어요. 생후 5개월이나 6개월가량 되었으려나요. 지금도 여전히 작아요. 모카와 비슷하거나 조금 작으니까 몸무게가 4킬로그램 정도인 작은 아이예요. 봉산 아래로 이사 왔을 때 동네에는 턱시도 길냥이들 천지였어요. 그전에 살던 합정동과는 다른 풍경이라 낯설었어요. 코코는 그 턱시도 아이 중 하나였어요. 처음엔 수많은(?) 턱시도 아이들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었어요. 이름을 지어준 아이도 아무도 없었고요. 그러다 어느 순간 하나둘씩 사라지고(다른 동네로 떠나고) 또래의 턱시도 아이 중에는 코코만 남게 되었어요. 코코가 눈에 든 건 아직 턱시도 아이들이 여럿 있던 때였어요. 붙임성이 있는 아이도 아니고 경계심이 많아 가까이 다가가는 것도 어려웠지만 어느 순간 제 맘에 쏙 들어와 있었어요. 작고 여린 몸 어딘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치 코코 샤넬의 절제된 블랙 앤 화이트 스타일 같은 우아함에 반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이름이 코코가 되었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에요. 왜 코코라고 부르기 시작했는지 기억나지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당연히 코코 샤넬의 코코라 여기고 있어요.

 

봉산 아랫마을이 턱시도 천지가 되는 데 현저한 지분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장이라는 이름의 아이를 못 본 지 벌써 2년 가까이 되어 가는 것 같아요. ‘엔드게임 and’ 편에 나왔던 것처럼 동네에서 15년 넘게 살았던 아이죠. 그 아이는 딱 봐도 대장처럼 생겼어요. (아마도 구내염 때문에) 그루밍을 못 해서 온몸의 털이 푸석거리고 꼬리털마저 떡이 져서 엉덩이에 꼬챙이를 달고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에서도 왕초의 포스가 느껴졌거든요. 이제는 무지개별에서 더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시장의 반찬가게 아주머니가 밥을 주는 자리에서 대장이와 함께 영역을 공유했던 (시월이를 구조하는 에피소드에 등장한) 스리몽카도 대장이 못지않은 풍채를 지니고 있어요. 암컷임에도 불구하고 족히 7킬로그램, 어쩌면 8킬로그램까지 나갈 것 같은 육중한 체격을 가졌어요. 그래서 지나가면서 만날 때마다 매번 ‘너 임신했니?’라고 물어보게 되죠. 대장이와 쓰리몽카가 있는 곳에서 봉산아랫집 쪽으로 더 올라오면 역시나 골목대장 느낌을 물씬 풍기는 퉁퉁이라는 아이가 있어요. 퉁퉁이는 코코의 짝꿍이기도 했어요. 딱 보면 퉁퉁하게 생겨서 퉁퉁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아이예요. 얼굴도 퉁퉁, 눈도 퉁퉁 부은 듯한 모습이 심술 맞고 사나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코코보다도 겁이 많아서 늘 숨어다니는 아이였어요. 동네에 스며 있는 풍수의 기운 탓인지 덩치 좋은 길냥이들이 우글대는 데서 코코는 돋보일 수밖에 없었어요. 작고 날렵하고 우아했으니까요. 코코 샤넬이 봤어도 감탄했을 거예요.

 

첫 임신 때의 코코

 

코코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코코가 첫 번째 임신을 했던 것 같아요. 둘 혹은 셋을 낳았을 거예요. 그 뒤로 몇 번의 출산을 더 했지만 고딩이와 얼룩이라고 부르고 있는 아이 둘을 빼면 나머지는 어떻게 됐는지 알 수가 없어요. 가장 많을 때는 한꺼번에 새끼 넷을 돌보는 것까지 봤는데 아마도 아이들이 독립할 때가 되어 근처 동네로 옮겨 갔으리라 추측할 뿐이에요. 고딩이는 이름처럼 고등어 무늬가 있는 아이예요(몸통 대부분은 흰색이에요). 대략 2018년 가을에 태어났을 거예요. 해가 바뀌고 봄이 왔을 때 다른 동네로 갈 줄 알았는데 엄마가 있는 곳에 그냥 눌러앉았어요. 함께 보였던 점박이 형제는 다른 데로 갔고요. 밥 먹는 자리에서 마주치면 코코는 고딩이를 향해 사납게 하악거렸지만 고딩이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엄마를 쫓아다녔어요. 고딩이는 참 신기한 녀석이에요. 고딩이의 바로 다음 동생들, 그러니까 코코가 2019년 봄에 출산한 아이들이 둘 있었어요. 둘 다 턱시도였고요. 두 아이가 젖을 떼고 혼자서 밥을 찾아 먹기 시작했을 때 고딩이는 마치 제 새끼인양 아이들을 돌봤어요. 항상 같이 다녔고 밥을 먹을 땐 꼬맹이들이 먼저 먹을 동안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곤 했어요. 고딩이의 두 동생도 코코를 마주치면 반갑게 울어대며 엄마를 찾았어요. 코코는 역시나 하악거리고 질색을 하며 피해 다녔지만요. 코코는 맺고 끊는 게 참 확실한 아이 같아요. 턱시도 아이 둘 중 한 녀석도 동네를 떠나지 않고 남았고 얼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요(실제로는 턱받이가 조금 있는 완전한 턱시도 무늬의 아이예요). 얼룩이가 다 클 때까지 고딩이가 알뜰하게 챙겼고 그 뒤로도 둘은 항상 붙어 다녔어요.

 

코코와 퉁퉁이의 다정한(?) 한때

 

누가 봐도 퉁퉁이!

 

퉁퉁이는 한때 오즈의 아빠로 강력하게 의심(?)을 받기도 했어요. 동네에 치즈 아이가 드물거든요. 하지만 오즈가 구조된 자리는 퉁퉁이의 영역에서 2차선 도로를 하나 건너야 해서 금세 혐의를 벗을 수 있었죠(작년에 오즈를 똑 닮은 아이가 집 근처에 나타나는 바람에 수사가 다시 미궁에 빠지긴 했지만요). 퉁퉁이가 오즈의 아빠는 아닐지 몰라도 코코가 출산한 아이들 대부분의 아빠는 맞을 거예요. 그건 확신할 수 있어요. 예민한 성격의 코코도 퉁퉁이에겐 사납게 대하지 않았고 발정기가 왔을 때 퉁퉁이가 코코에게 집적거리는 걸 한두 번 본 게 아니니까요. 그런데 최근 몇 달 퉁퉁이가 안 보였어요. 그 사이에 꼬리가 짧뚱한 올블랙 아이가 코코를 따라다니는 걸 봤는데, 아마도 퉁퉁이가 영역 다툼에서 밀려난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올블랙 아이 역시 퉁퉁이처럼 머리통이 커다랗고 골목대장처럼 생겼어요. 그 아이는 아직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있는데 코코가 짝꿍으로 인정하게 되면 퉁퉁이와 비슷한 어감의 이름을 지어주지 않을까 싶어요. 고딩이와 얼룩이는 언젠가부터 둘이 함께 나타나는 일이 드물어졌고 요샌 거의 안 보이고 있어요. 대신에 다른 아이가 또 등장했어요. 작년 가을에 태어난 아이예요. 아직 아깽이 티를 벗지 못했을 때 간혹 고딩이, 얼룩이와 함께 나타나곤 했었는데 지금은 혼자 다녀요. 밥자리를 완전히 익혔는지 저녁에 밥을 주러 나갈 때 자주 만나게 되더라고요. 딱히 증거는 없지만 코코의 아이가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혼날까 봐 코코(오른쪽 위)한테 다가가지 못하는 고딩이(왼쪽)

 

코코는 4살, 많아야 5살 정도예요. 한창 에너지가 넘칠 나이죠. 하지만 코코가 벌써 지쳐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첫 출산 이후 두세 번 더 출산했을 때까지는 자기 새끼를 알뜰하게 챙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막 뛰어놀 수 있게 된 아깽이들이 골목에서 장난을 치며 노는 모습이 자주 보였고 코코가 새끼들과 함께 골목 모퉁이나 담벼락 위에서 일광욕을 하는 모습도 종종 눈에 띄었어요. 간식으로 닭가슴살을 주면 냉큼 물어서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사라지곤 했는데, 매번 그 방향이 달라서 참 부지런하게도 거처를 옮겨 다니는구나 싶었어요. 고딩이와 얼룩이까지는 코코가 그렇게 키우는 걸 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조금 달라졌어요. 분명히 배가 불렀다가 다시 홀쭉해진 걸 확인했는데 새끼들의 모습은 볼 수가 없었어요. 여전히 닭가슴살 간식을 물고 사라지는 걸로 봐서 어딘가에 아이들이 있기는 한 것 같은데 예전처럼 함께 밖으로 다니지는 않았어요. 어쩔 땐 분명히 출산까지 한 걸 (배가 부른 모습이나 부어오른 젖꼭지의 모습 등으로) 확인했음에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행동하기도 했어요. 얼룩이가 독립한 이후니까 벌써 2년 가까이 그렇게 지내고 있어요. 그동안 최소 한두 번 임신을 했지만 무사히 출산했는지 아이들이 제대로 자라서 독립을 했는지 알 수가 없어요. 한창 통통하게 살이 올랐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수척해지기도 했고요. 최근에 밥을 먹으러 나타난, 코코의 새끼일 거로 추정하는 아이의 이름은 아롱이예요. 흰색 몸통의 등 쪽에만 삼색 무늬가 있는 모습이 아롱다롱 예뻐서 붙인 이름이에요. 아롱이가 코코의 마지막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다가는 코코의 몸이 견디지 못할 것 같아요.

 

얼룩이 형제와 코코

 

얼룩이가 태어났을 때 코코를 중성화시켰어야 했어요. 생각만 하고 있다가 지금까지 와버린 게 정말 미안하고 마음이 아파요. 그런데 우리가 낸 세금이 TNR 사업에 지금보다 훨씬 많이 투입되었다면 코코를 중성화시킬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길고양이의 포획과 수술, 방사까지 대행해주는 지자체의 TNR 사업이 있긴 하지만 2~3년 전만 해도 문제가 많을 때였어요(물론 지금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할 순 없겠지만요). 아이들이 다칠 수도 있는 장비로 포획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을 사용하기도 하고 수술 후 회복 없이 방사하는 일도 생기곤 했어요. 심지어 수술 자체가 엉망인 경우도 있었고요. 처음 코코의 중성화를 생각했을 때 TNR 사업을 충분히 신뢰할 수 있었다면, 직접 코코를 잡아 보겠다고 포획덫을 구하는 대신에 접수와 대기 시간을 감수하더라도 구청에 TNR을 신청했을 것 같아요. 코코를 위해 빌렸던 포획덫은 결국 제대로 한 번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기한이 다 되어 그대로 반납해야 했어요. 길고양이를 포획하는 일은 전문가가 해야 하는 일이란 사실만 깨달았죠.

 

전문가를 양성하고 운영하는 일에는 당연히 돈이 들 테니 TNR 사업에다 제발 세금을 확 쏟아부으라고 말하고 싶어요. 예전에 비하면 각 지자체에서 TNR 사업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는 것 같아요. 서울, 부산, 경기, 경남, 울산의 경우에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www.animal.go.kr)을 통해 TNR 진행 현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기도 해요. 하지만 여전히 예산이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동물자유연대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경기도 수원시의 TNR 예산이 3억 7천만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어요. 하지만 적은 곳은 불과 75만 원인 곳도 있고 작년에 비해 1억이 넘는 예산이 삭감된 지역도 있었어요. 그리고 3억 7천만 원이란 예산은 고양이 한 마리당 할당된 비용(수원시의 경우 16만5천 원)으로 나누면 2,300마리의 TNR이 가능한 수준의 금액이에요. 수원이라는 넓은 땅덩이에 살고 있을 길고양이 개체 수를 생각한다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봉산 아랫마을이 속한 구청에 전화했더니 상반기 TNR 신청은 마감되었다고 했어요. 하반기 신청은 9월 1일부터 시작인데 그때 전화로 다시 신청하라고 하더군요. 구청 홈페이지에 아무런 정보가 없어서 혹시 하반기에는 공지 같은 게 올라오는지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예산에 비해 신청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따로 홍보를 하지는 못한다고, 담당자도 약간은 미안해하며 말했어요.

 

아롱이가 코코의 마지막 아기이길…

 

매년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는 코코의 모습을 보며 길고양이의 위태로운 삶을 좀 더 직접적으로 느끼게 되었어요. 얼마나 많은 아이가 성묘가 되지 못한 채 사라져가고 있을까. 유전자에 새겨진 발정의 주기가 있다고는 해도 그렇게나 자주 출산해서는 몸이 버틸 수 있을까. 골목 뒤편의 보이지 않는 곳에는 어떤 아픔과 좌절이 숨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의 떨림이 멈추질 않아요. 텅 빈 골목을 걸을 때조차 항상 길고양이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기분이에요. 그들이 하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인 건 세상이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동물복지,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 같은 얘기들은 불과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극소수의 사람들 외에는 들어 본 적 없는 낯선 말들이었으니까요. 코코뿐만 아니라 쓰리몽카, 퉁퉁이, 고딩이, 얼룩이, 아롱이까지 모두 중성화 수술을 시킬 수 있다면 좋겠어요. TNR을 한다고 해서 봉산 아랫마을 길냥이들의 삶이 획기적으로 바뀌진 않겠지만 적어도 매년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으로 아이들이 쇠약해져 가고 낙오된 아깽이들이 골목에 버려지는 일은 막을 수는 있을 거예요.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요. 그러니까 9월 1일에는 꼭 구청에 전화를 해야겠어요. 아마도 선착순일 것 같으니까 8시 55분에 알람을 맞춰 놓고 9시가 땡하자마자요. 여보세요, 여기 봉산 아랫마을인데요…

 

마침.

 

 

 

 

‘이치코의 코스묘스’는 [월간소묘 : 레터]에 연재되고 있습니다.

구독하기

 

[이치코의 코스묘스]

시즌 1, 코스묘스의 오묘한 시작

Episode 1. 한낮의 작고 짙은 온기를 닮은 고양이, 오히루

① 반짝이는 삶   |   ② 막연한 기다림   |   ③ 기쁨의 크기

Episode 2. 잃어버린 시간에 관하여, 김삼삼

④ 각자의 자리   |   ⑤ 굴러온 돌   |   ⑥ 잃어버린 시간

Episode 3. 미래에서 온 카오스, 강모카

⑦ 빈 책상   |   ⑧ 혼돈의 카오스   |   ⑨ 오래된 미래

Episode 4. 이치코,의 세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⑩ 화려한 시절   |   ⑪ 보내는 마음   |   ⑫ 이치코의 코스묘스   

Episode 5. 어느 날  갑자기 – 불쑥, 고미노

⑬ 뜻밖의 여정   |   ⑭ 회색의 미궁   |  ⑮ 약자의 마음 (1)   

Episode 6. D의 의지를 잇는 자, 송오즈

⑯ 소리치는 일   |   ⑰ 총체적 난국   |   ⑱ 엔드게임 and..

시즌 2,

길어질 게 뻔한 변명(1)   |   길어질 게 뻔한 변명(2)   |   길어질게 뻔한 변명(3) 

원래 그런 게 어딨나요? 

공감과 교감 사이에 어중간하게(1)   |   공감과 교감 사이에 어중간하게(2) 

고양이의 버킷리스트 

떨림이 멈추지 않는 세계에서(1)   |   떨림이 멈추지 않는 세계에서(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