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그토록 매력적인 것은 계절의 순환에 따라 달라지는 색깔 때문만은 아니다. 똑같은 나무가 어제와 사뭇 달라 보이기도 하고, 같은 날도 시간에 따라 달라 보이기도 한다. (…) 어쩌면 이 모든 경험들이 일종의 정신적인 부엽토가 되어 조용히 내면에 쌓였는지 모른다.”
-피오나 스태퍼드 <길고 긴 나무의 삶>

 

이달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연말정산’ 특집으로 꾸렸습니다. 연말정산이라 하면 소득과 납부 세액을 따져 모자란 세금은 더 내고 넘친 것은 돌려받는 일을 떠올릴 텐데요. 이런 오해의 소지가 있음에도 연말 ‘결산決算’이 아닌 ‘정산精算’이라는 단어를 애호하며 사용하는 것은, 이 작업이 한 해의 의미를 결정하고 확정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간 숲으로 뭉뚱그려온 날들을 찧고 쪼개서 잎맥 하나하나 정밀하게 들여다보려는 시도이기 때문이에요. 지나친 것들 속에서 무언가 새롭게 발견하고 구할 것을 구하며 제 삶의 층위를 겹겹이 쌓아봅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부엽토의 두께가 앞으로의 날들에 새로운 싹을 틔워줄지도 모르지요.

 

 

오후의 소묘는 지난해 4월부터 여섯 권의 그림책을 펴냈지요. <섬 위의 주먹>을 시작으로 비올레타 로피즈 그림책 시리즈 4종을 완간하고 <아홉 번째 여행>과 <허락 없는 외출>까지 국내 작가의 그림책 두 권을 이어서 소개했는데요. 저희 책 이야기는 인스타그램에서 영상으로 만나보실 수 있답니다.

 

이달의 편지에서는 연말정산으로 저희 책을 제외한 국내 출간 도서 중 에디터 소묘가 올해 처음 만난(올해 나온 책이 아닌) 그림책을 대상으로 열 권을 꼽았습니다. 딱히 공통점이랄 것은 없는 듯하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도 감정이 오래 남아 이야기를 탄생시킨 마음을 짚어보게 만든 책들이에요. 각 목록에 대한 코멘트와 베스트 한 권은 링크에서 확인해주세요.

 

1. 요안나 콘세이요 <까치밥나무 열매가 익을 때> #올해의애도

2. 에쿠니 가오리, 아라이 료지 <몬테로소의 분홍 벽> #올해의모험

3. 하비에르 사에스 카스탄, 마누엘 마르솔 <뮤지엄> #올해의패러디

4. 안 에르보 <바람은 보이지 않아> #올해의감각

5. 키티 크라우더 <밤의 이야기> #올해의분홍

6. 마이클 베다드, 바버러 쿠니 <에밀리> #올해의겨울

7. 사라 스트리츠베리, 사라 룬드베리 <여름의 잠수> #올해의우정

8. 숀 탠 <이너 시티 이야기> #올해의목차

9. 김영경 <작은 꽃> #올해의선물

10. 이미나 <Cat’s Melody 캣츠 멜로디> #올해의고양이

 

올해의 그림책 2020

 

11월에 출간한 오후의 소묘의 빛나는 초록의 책 <허락 없는 외출>의 저자 휘리 작가의 ‘이야기를 짓는 마음’을 전합니다. <허락 없는 외출>은 글 없이 그림으로 전개되는 책이어서 독자가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 큰 몫을 맡게 되는데요. 아무런 정보 없이 자유롭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것도 물론 좋겠지만 이야기가 탄생한 마음을 따라 내 이야기를 포개어보는 것도 의미 있을 거예요. 겹치고 비끼며 오돌토돌해진 경계만큼 이야기는 더 커질 테니까요.

 

<허락 없는 외출> 그림책 작업노트와 출간 소회

 

2020년은 ‘COVID-19’ 한 단어만으로 요약 가능하겠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하루하루 무언가를 하고, 먹고, 읽고, 쓰고, 가고, 만나고, 시간을 촘촘히 채우며 여기까지 왔겠지요. 올해 새롭게 만난 작고 짙은 온기들을 꼽아봅니다.

 

1. 모습 ‘공중그네를 타는 여자’ #올해의정교함

2. 사층빵집 ‘대파당근스콘’ #올해의비건빵

3. 티에리스 ‘뮬드티 할머니차’ #올해의차

4. 팔로미노 ‘블랙윙 volume.XIX’ #올해의연필

5. 동백역하얀집 ‘시절인연 포도문’ #올해의화과자

6. 어크로스 ‘이로운 망토’ #올해의굿즈

7. 최은정 작가 ‘자수공예 하시’ #올해의배움

8. 모야씨작업실 ‘쿠나초’ #올해의귀여움

9. 서수X월간소묘 ‘편지하는 마음전’ #올해의전시

10. 아노말스튜디오 ‘하바리움 섬 위의 주먹’ #올해의콜라보

 

 

그밖에

 

#올해의책장 (#올해의여자들)

2020년 출간도서 중 특별 관리 한 칸을 꺼내보았습니다. 바이러스만큼이나 우리의 일상을 위태롭게, 혹은 안일하게 만드는 진부한 관습과 폭력으로부터 맞서게 하는 용감한 책들이에요. <김지은입니다>가 빠졌군요(전자책이어서).

 

 

#올해의추천사 (#올해의사랑)

아홉 번의 생을 사는 고양이처럼 나는 이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매번 새롭게 반했다. 떠나는 고양이의 목소리가 시처럼 아름다워서 반했고, 떠나보내는 고양이들의 한바탕 축제가 신비로워서 반했고, 고양이들의 사랑스러운 몸짓과 고양이별의 다정한 모습에 새록새록 반했다. 그리고 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사랑은 남아 이어진다고 말하는 작가의 크고 깊고 단단한 마음에 반했다. 운명처럼 이야기의 장소인 행궁동 골목에서 지금 나는 살고 있다. 언젠가의 홍시와 마야는 내가 날마다 골목에서 마주치는 고양이들의 다른 이름이기도 할 테다. 우리는 곧 헤어질 것을 알면서도 기꺼이 사랑을 한다. 그런 사랑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아홉 번째 여행》에서 나는 그 용기를 배웠다. – 무루

 

#올해의숫자 _472(<허락 없는 외출> 북펀드 참여 독자 수)

#올해(유일)의여행 _당진 면천읍성(의 서점 오래된미래)

#올해의색 _보라(여성운동의 색)

#올해의드라마 _<보건교사 안은영>

#올해의영화 _<작은 아씨들>(올해 개봉작), <로마>(올해 관람작)

#올해의노래 _야통이 <이얏호응> (특별히 링크 제공)

 

자기만의 색깔을 지닌 작은 서점들을 찾아다니는 소소한 즐거움을 나눕니다. 책방에서 산 책을 함께 소개합니다.

 

12월의 산-책

 

올해 마지막 산책 글에서까지 코로나 이야기를 하게 되어서 황망한 마음입니다만, 다행이랄지 상황이 급변하기 전 숨을 돌리러 나선 길에 서점 한곳을 다녀올 수 있었어요. 그리고 시월의 산책에서 소개한 온라인서점을 재방문했습니다. 브로콜리 숲의 ‘무루의 책장’, 지혜의서재의 새로운 큐레이션으로 만난 따뜻한 책, 함께 산-책해요.

 

*‘소소한 산-책’ 코너에서 독자 투고를 받습니다. 제 걸음이 미처 닿지 못한 곳들의 이야기도 전하고 싶어요. 분량 제한은 없습니다. 짧아도 좋고요. 자유롭게 여러분의 산-책 이야기 들려주세요. 해당 메일(letter@sewmew.co.kr)로 보내주시면 됩니다. 선정된 분께는 오후의 소묘에서 1주년 기념 굿즈로 제작한 노트 세트와 신간을 보내드립니다. 소중한 원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제주 고양이 웹툰. <아홉 번째 여행>을 쓰고 그린 신현아 작가가 전지적 대봉 시점으로 동생 소봉을 관찰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개 누나들도 빠질 수 없고요.

 

새 코너를 소개해요. 정원의 사계절을 담은 네 컷 만화 [일상백서]에 이어 또 한 편의 만화를 전하게 되었습니다. 본격 고양이 만화이자 제주어 교본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아요. 소봉이는 한동리 출신으로 제주 해녀삼춘들 말을 쓴다고요! ‘순한 강냉이 같은 만화’ 기대해주세요.

 

 

* * *

 

 

[대봉이의 일기]

심심하지 않고

우다다다

괸당

정기린 네 컷 만화. 오후의 소묘 그림책들을 옮긴 정원정 번역가가 그의 정원생활과 일상을 귀엽고 유쾌한 그림과 이야기로 담았습니다.

 

수확과 수프와 숲의 산책으로 이어지는, 따스함 모락모락 나는 이야기들로 가을편 막을 내립니다. 보고 나면 부엌에 서서 수프를 끓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시게 될 거예요?! ;) 다음 달에는 겨울편으로 찾아뵐게요.

 

 

 

[일상백서]

33. 마이크로 농업

34. 당근수프

35. 수프, 그 쓸쓸함에 대하여

소묘는 아시다시피 ‘작은 고양이’고요. 오후의 소묘에서 고양이 실장을 맡고 있는 이치코의 글을 전합니다. 고양이 얘기만 합니다.

 

[길어질 게 뻔한 변명(3)]

 

“이 글은 입양 홍보일 거예요..!?

시월이의 평생 가족을 찾습니다.

시월이는 9월 초순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카오스 아이입니다. 현재 2차 접종까지 마쳤고요, 각막의 흉터로 인해 오른쪽 눈이 조금 뿌옇게 보이는데 자라면서 말끔한 눈이 될 수도 있지만 지금처럼 흔적이 계속 남을 수도 있어요. 아픈 데 없이 잘 먹고 잘 싸고 발랄한 아깽이랍니다. 시월이를 보고 묘연을 느끼신다면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ewmewdot/ 계정으로 DM을 주시거나 뉴스레터 메일 주소로 회신해주세요.”

 

[길어질 게 뻔한 변명(1)]

[길어질 게 뻔한 변명(2)]

 

👏  휘리 <허락 없는 외출> 저자 온라인 북토크가 12월 17일(금) 저녁 7시에 아트북 서점 B플랫폼 인스타그램을 통해 라이브로 방송될 예정입니다. 책과 작가가 궁금하신 분들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https://www.instagram.com/bplatform/

 

👏  출간예고. 정원정, 박서영 번역의 아름다운 새 그림책 <눈의 시>가 이달 말 출간 예정입니다. 곧 소식 드릴게요.

 

 

👏  <섬 위의 주먹> 중판출래! 3쇄를 펴내게 되었습니다. 책 찾아주신 분들, 또 앞으로 찾아주실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  레터 리뷰 남겨주신 분들 중 매달 한 분을 선정해 작은 선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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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소묘 : 레터]는 책과 고양이를 비롯해 일상의 작은 온기를 담은 다양한 글을 전합니다.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월요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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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첫 편지 ‘생기’   •  3월의 편지 ‘질문의 자리’  •  4월의 편지 ‘장소라는 몸’  •  5월의 편지 ‘낭만’  •  유월의 편지 ‘어느 틈에’  •  7월 ‘편지하는 마음’  •  8월의 편지 ‘빨강’  •  9월의 편지 ‘어스름’  •  시월의 편지 ‘herbarium’  •  11월의 편지 ‘그 속에는’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1년   첫 편지 ‘얼굴들’  •  2월의 편지 ‘걸음걸음’  •  3월의 편지 ‘Little Forest’  •  4월의 편지 ‘Now or Never’  •  5월의 편지 ‘창으로’  • 유월의 편지 ‘비밀의 무늬’  •  7월의 편지 ‘여름의 클리셰’  •  8월의 편지 ‘파랑’  •  9월의 편지 ‘이름하는 일’  •  시월의 편지 ‘일의 슬픔과 기쁨’  •  11월의 편지 ‘나의 샹그릴라’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2년  1월의 편지, 새해 첫 책  •  2월의 편지, 어려움에 대하여  •  3월의 편지, 구름의 나날  •  4월의 편지, 사랑의 모양  •  5월의 편지, 비화  •  6월의 편지, 사라진다는 것  •  7월의 편지, 환대  •  8월의 편지, 정원 너머 어렴풋이  •  9월의 편지, 함께 해피엔딩  •  10월의 편지, 마음을 쓰고 계신가요?  •  11월의 편지, 작가의 발견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2023년 1월의 편지, 하얀 꽃들이 피어나  •  2월의 편지, 차를 듣는 시간  •  3월의 편지, 조용히 다가오는 것들  •  4월의 편지, 꿈을 꾼다는 건  •  5월의 편지, 다정한 반복으로  •  6월의 편지, 다시 태어나기를  •  7월의 편지, 촛불을 켜는 밤  •  8월의 편지, 치코의 일기  •  9월의 편지, 아름다움과 함께  •  10월의 편지, 언제 나와요?  •  11월의 편지, 오늘의 주인공은 너  • 12월의 편지, 연말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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